[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계이자 여성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국민의힘의 주된 의견과 정면으로 대립한 전례가 많았다. 박 대변인과 그를 감싼 국민의힘 지도부가 진짜 겨냥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이 지난달 12일 유튜브 방송 ‘감동란 TV’에 출연해 같은 당 김예지 의원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이례적으로 비례대표제로 재선에 성공했다. 김 의원의 재선에 대해선 “지역구를 관리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공천”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장애인이라서?
박 대변인은 이날 “장애인에 너무 많은 할당을 한 게 문제”라며 “김 의원은 스스로 주체성을 갖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당연히 여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튜버 감동란은 김 의원에 대해 욕설을 하면서 “여성·장애인인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에 박 대변인은 다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하는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이 발의했던 장기이식법·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놓고도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본인의 의사가 강하면, 가족의 반대와 관계없이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다가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면 장기를 적출할 수 있게 된다”는 등 음모론이 퍼지자 철회했던 적이 있다.
박 대변인은 “장기 적출 일당에 잡혀가 장기를 적출당해도 합법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특정인을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킨 후 가족 동의 없이 장기를 적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세트 법안 발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닷새 후에 박 대변인을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대해선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같은날 박 대변인을 엄중 경고했을 뿐, 당 차원의 징계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당 내부의 일에 언론이 지나칠 정도로 과다하게 반응하는 것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국민의힘이 노력하는 여러 일 중 굳이 자그마한 내부적인 일을 가지고 오랫동안 집착해서 기사화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박민영 “김은 한의 액세서리”
송언석 “자그마한 내부적 일”
박 대변인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22년 주도적으로 개최했던 ‘국민의힘 토론배틀: 2022 나는 국대다’에서 우승한 후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임명돼 정계에 입문했다. 박 대변인은 정계 입문 초기엔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직후 대통령실 청년 대변인으로 발탁돼 “친윤(친 윤석열)으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의원은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채 상병)에 모두 찬성했다. 지난해 12월7일엔 국민의힘의 당론에 따라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했다가 다시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해 큰 화제가 됐다. 약 5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구설에 오른 적도 없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묘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친한계는 당 주류와 갈등하고 있고,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당론에 연이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진보 진영도 김 의원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는다. 김 의원도 진보 언론과 자주 인터뷰한다.
국민의힘의 지지층을 확장하는 선봉이 될 수도 있지만, 강경 보수의 관점에선 ‘내부의 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전략으로 원외 강경 보수 정당과의 연대를 거론하는 등 강경 보수와의 밀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엔 한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당무감사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하고 있다.
박 대변인의 김 의원 비난 중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발언이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을 비난하면서 한 전 대표에 대해서도 “머리가 꽃밭”이라며 “한 전 대표가 당 대표실에 들어갈 때마다 김 의원을 에스코트하면서 들어가는 것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이 김 의원을 비난한 진의”라고 보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친한계 일원으로 평가받으면서 활발하게 방송에 출연하는 국민의힘 송영훈 전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송 전 대변인 탈락과 박 대변인의 김 의원 비난은 결국 한 전 대표에 관한 관심으로 모이고 있다.
조국의 한 패싱 속 ‘조 대 한’ 관심
이준석 “한 호남 출마 국힘 반대 못해”
한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에게 “대장동 일당을 편드는 전직 교수인 조 대표는 대장동 사건 불법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국민 앞에 나와 야수답게 공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내게 토론하자면서 징징거리는 글을 쓸 시간에 수사받을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같은 취지의 토론을 장 대표에게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에 응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까지 참여하는 3자 토론 형태를 제안했다. 3자 토론 성립 여하를 떠나 주요 정당 수뇌부가 한 전 대표를 따돌리는 형태의 구도가 만들어졌단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한 전 대표의 입지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전 대표의 내년 지방선거·재보궐선거 출마 여부는 여론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얻고 있는 지역은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 부산 북갑이다.
전 의원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서 출마하면 부산 북갑에선 재보궐선거가 진행된다.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조 대표와 한 전 대표다.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이후 부산 북갑에서 꾸준히 50% 이상을 득표했다. 하지만 민주당·국민의힘이 전직 법무부 장관의 대결을 성립시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호남·인천 등 험지 출마를 자청하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막지 않을 것”이라면서 스스로 지난해 총선 당시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제 당선은 하나의 모델이 돼야 하니, 한 전 대표도 생각해보라”고 제안했다.
조롱과 극찬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대표는 대장동 항소 포기 비판 활동과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 중재판정 취소 절차 승소 드라마의 주인공·전설이 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내 강경 보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 전 대표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이 박 대변인을 고소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도 있다. 좁아지는 입지 속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