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배우 오영수(81)가 2017년 여성 연습단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곽형섭 김은정 강희경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오영수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 약 6개월 후에야 주변에 알렸고, 피고인이 사과한 정황 등을 고려하면 공소 사실과 같은 강제추행이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들지만, 피해자의 기억 왜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과한 과정에 대해선 “당시 출연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상황에서 피해자가 보낸 메시지를 따지기에 앞서 사과한 행동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범죄 행위가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받는 타격이 불가피하고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 게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보다 더 힘을 줘 껴안았다는 피해자 주장에 대해선 “예의상 포옹한 강도와 얼마나 다른지 명확하게 비춰지지 않아 포옹의 강도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 했다는 공소 사실도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할 만한 수사가 이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선고 직후 오영수는 “현명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며 감사드린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반면 피해자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법부의 개탄스러운 판결은 성폭력의 위계 구조를 강화하는 부끄러운 선고”라며 “무죄 판결이 결코 진실을 무력화하거나 제가 겪은 고통을 지워버릴 수 없다. 사법부는 이런 판결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에 대해 책임감 있게 성찰해달라”고 반발했다.
오영수는 지난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을 위해 지방에 머물던 중 연극단원 A씨를 껴안고, 그의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을 맞추는 등 두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2022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1심과 2심 모두 징역 1년을 구형했으나, 오영수 측은 지난 8월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1심의 형량이 과중하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성범죄 사건에서 증거와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슷한 사례로 뮤지컬 배우 강은일(31) 역시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 됐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
강은일은 2018년 지인들과의 한 술자리에서 여성 지인 A씨를 화장실에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성 있게 보고 징역 6개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명했지만, 항소심에선 CCTV 분석과 현장 검증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어긋난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법원은 “화장실 내 동선과 통풍구에 비친 그림자 등 CCTV 영상이 오히려 피고인 주장과 부합한다”며 “의심은 들지만 범죄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의 무죄를 확정했다.
이처럼 성범죄 사건에서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증거와 진술 검증이 미비한 상태에서의 유죄 판결은 되레 정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연예인을 둘러싼 성범죄 고소가 무죄로 결론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무고로 인한 인격 침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도 다시금 불붙고 있다.
누리꾼들은 “재판 기간이 짧지 않은데 그동안 피고인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 “무죄가 선고돼도 이미 잃은 명예와 손가락질의 상처는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영수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후 출연했던 영화 <대가족>에서 통편집됐고, KBS로부터 방송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강은일 역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소속사와의 계약이 해지됐으며 “한순간에 생업과 꿈, 명예를 잃고 우울증과 빚만 남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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