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13일 오후, 시간당 20mm의 폭우가 쏟아지던 강원 양양고속도로 북양양IC 인근 커브길에서 한 탑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차 운전자는 속초에서 보리밥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A씨. 늦깎이 대학생인 그녀는 강릉에서 수업을 마치고 속초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날 차량이 운전석 쪽으로 완전히 뒤집히면서 A씨는 운전석과 바닥 사이 좁은 공간에 갇히게 됐다.
다행히도 사고 시각이 퇴근 시간대라 주변을 지나던 차량들이 속속히 멈춰 섰고, 몇몇 이들은 A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들여다봤다.
A씨는 필사적으로 차 앞 유리를 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했고, 이때 한 남성이 나타나 “제가 다 정리하겠다”며 다른 이들을 안심시킨 뒤 곧장 행동에 나섰다. 망설임 없이 조수석 상단에 올라간 그는 창문을 통해 A씨를 차 안에서 안전하게 꺼내 구조했다.
이후 자신의 차량으로 A씨를 태워 따뜻한 히터와 라디오로 마음을 안정시켰다.
도움을 받은 A씨가 거듭 “죄송하다”고 말하자, 그는 “경찰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라며 자신을 해양경찰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당연한 일’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약 한 시간 동안 다른 차량들을 수신호로 우회시켰고, 119와 경찰, 레커차량을 직접 호출해 2차 사고를 예방한 것이다.
A씨가 감사한 마음에 연락처와 이름을 물어봤으나, 그는 “당연한 일을 했다. 나중에 식당에 식사하러 한번 가겠다”며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해당 사연은 A씨의 자녀인 B씨가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B씨는 “폭우 속에서 어머니를 도와준 고마운 해양경찰 분의 선행을 알리고자 이렇게 첫 글을 쓰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각박한 세상에 아직도 이런 분이 남아 있고, 어머니가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줘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며 “아울러 이런 분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제가 자라나고 우리 부모님의 터전에 있는 바다를 든든히 지켜준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해진다”고 전했다.
그는 “나중에 어머니 가게 꼭 들러주길 바란다. 어머니께서 따뜻한 식사 한 끼 꼭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고 공유했다.
글을 접한 회원들은 “현실판 아쿠아맨이다” “칭찬받아 마땅한데 홀연히 사라지시다니” “정말 고마운 의인이다” “이런 분이 진짜 국민의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사명감이 이런 게 아니겠냐” “제자리서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모습 존경한다” “일선에서 항상 열일하는 분들이 대접받았으면 한다” 등의 댓글을 달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해당 글은 현재 2010명의 추천 수를 기록하며 ‘베스트글’로 등재된 상태다(27일 오후 2시 기준).
일부 회원들 사이에선 “반드시 의인을 찾아내야 한다”며 해양경찰청 홈페이지 등에 동일한 게시글을 올리자는 의견도 달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날 B씨에게 도움을 준 해양경찰 공무원을 수소문하기 위해, 좀 더 자세한 당시 상황을 들으려 취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