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분실·파손 후 배상 한 달 미룬 업체⋯결국 나 몰라라

2025.10.27 13:52:42 호수 0호

각서 받았지만 배상 협의는 제자리
분실 사유 따지자 “모른다”는 말만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현행법은 이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무과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업체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다. 최근 전문 이사업체에 보관이사를 맡겼다가 파손·분실 피해를 입었다는 한 소비자의 사연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잘 드러난다.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보관이사 업체의 만행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업체가 피해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포장이사 전문업체 B사와 계약해 짐을 한 달간 맡겼으며, 지난달 28일 이사를 진행했다. 당일 분실·파손 피해 사실을 확인했으나 ‘보상 처리는 확실히 해드리겠다’는 직원의 각서를 받고 잔금을 결제했다.

그는 “던지면서 이사를 한 건지 리빙박스 10개 중 9개가 훼손돼있었고, 직원들이 이를 눈에 띄지 않는 집 창고에 넣어놨다”면서 “또 나사로 분리 가능한 에어컨 배관은 절단해 수리비가 더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공개된 사진엔 깨져있는 리빙박스와 절단된 에어컨 배관이 확인됐고, 김치냉장고는 찍힘 자국도 나 있었다.

A씨는 “특히 김치냉장고는 10년 동안 쓰면서 흠집이 없었는데 찌그러진 채 도착했다. 적어도 지난 4월 인테리어 준비 때 촬영한 사진엔 이상이 없었다”면서 “심지어 이삿날에 직원이 ‘수평을 맞추겠다’며 책을 요구했는데, 알고 보니 냉장고 다리 파손을 가린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분실물 항의 차 사무실에 찾아갔더니 우리 짐 일부가 사무실 창고에서 발견됐다”며 “컨테이너 보관을 맡겼는데 왜 이곳에 있느냐고 묻자 B사는 ‘모른다’는 말만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 421만원의 이사비를 계약대로 전액 결제했지만, B사는 액자와 책장 등을 고쳐서 가져오겠다는 약속을 해놓고도 20일 넘게 지연했다”며 “다른 분들은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연을 접한 회원들은 “술 먹고 굴려도 저 정도 파손은 안 나오겠다” “이쯤 되면 본사에서 나서서 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감정 낭비 말고 즉시 민사로 가라” “보상 넉넉하게 받으시기 바란다” “살림살이를 저렇게 망가뜨렸는데 범죄 아닌가” “보는 내가 더 화가 난다” “앞으로 이사할 때 업체는 신중히 골라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같은 지점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한 회원은 “대표자명을 보고 동일한 지점인 것을 알았다”면서 “저도 가전제품이 찌그러지고 긁힘이 생겼다. 특히 냉장고는 이사 과정에서 분리 후 재조립을 잘못해 A/S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사를 여러 번 해봤지만 이곳은 최악이었다.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으로서 꼭 정당한 보상을 받으시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법조계에선 A씨가 적재물배상책임보험을 통해 배상받을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사업체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해당 보험 가입이 의무이며, 이사 사고는 업체 배상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상법 제135조에 따르면, 운송물의 멸실·훼손이 발생했을 때 운송인이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이삿짐 운송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이사 당시 촬영한 사진과 직원이 작성한 보상 각서 등은 책임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보관 과정에서의 손해도 배상 범위에 포함된다. 보관 서비스는 임치계약 성격으로, 상법 제62조에 따라 수치인은 맡은 물건에 대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이사 분쟁은 일상에서 빈발하는 소액·반복형 분쟁이지만, 실제 배상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포장이사 플랫폼 이용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33.5%가 피해를 경험했다. 그중 배상을 받은 비율은 18.9%에 그쳤다.


같은 기간 포장이사서비스 플랫폼 실태조사에선 소비자 상담 총 1만949건, 이 중 피해구제 접수는 1493건으로 집계됐다. 접수 사유는 화물의 훼손·파손이 69.9%(1044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계약위반 10.2%(152건), 분실 6.8%(101건), 부당 요금 3.5%(53건), 해약 관련 2.3%(34건) 순이었다. 합의 종결 비율은 37.7%(563건)에 불과했다.

한편 지난 24일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상부장, 지점장 등 담당자가 바뀌면서 배상이 한 달 넘게 미뤄지고 있다”며 “그간 바쁘다는 등 이유로 연락도 원활하지 않았고, 피해액 협의 역시 진척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협의 과정에서 지점장은 ‘직원 개인에게 소송하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제안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배상 협상과 관련해선 “지점장은 분실된 물품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고, 보상 한도도 100만원까지라며 ‘그 이상을 원하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라’고 했다”면서 “물건이 망가진 데다 업체의 이런 대응까지 겹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본사 소통에 대해선 “10여 차례 통화했지만 책임자와는 연결되지 않았다. 소장 작성을 위해 지점의 정확한 주소를 문의했을 때도 ‘보안상 어렵다’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다”며 “본사의 대처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배상 대상은 본사가 아닌 가맹사업자인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포장이사 플랫폼 ‘피해보상 규정’엔 “본사는 피해보상 절차를 중개하는 서비스만을 제공할 뿐 거래 당사자가 아니며, 계약 및 사고 책임은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있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사진·녹취 등 증거를 정리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처음엔 분실 및 파손 부분만 청구하려 했으나, 지점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정신적 피해 등으로 청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27일 B사 해당 지점에 ▲구체적인 사고 경위 ▲업체 측 입장 ▲배상액이 100만원으로 책정된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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