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바꾼 조국혁신당 효과

2025.10.28 08:34:31 호수 1555호

굳어지는 ‘보복 정당’ 이미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이라는 목표에 도착하자 내비게이션이 종료된 탓이다. 그토록 원하던 제1여당이 되기 위한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동력을 얻기 위해 ‘윤석열’이 아닌 또 다른 타깃을 찾아 떠나야 한다.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이렇다 할 이슈를 견인하지 못했다. 탄핵 직후 한 혁신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인식하기에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은 제 역할을 다했다”며 “혁신당의 새로운 비전은 ‘사회권 선진국’이다. 당 창당 초기부터 준비하던 것인데 주거, 노동 같은 8대 사회권을 의원의 역량에 맞게 배분해 민주당이 미처 챙기지 못한 이슈를 살피려 한다”고 설명했다.

윤의 잔재

기대와 달리 혁신당의 사회권 선진국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피의자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김건희씨의 각종 뇌물 수수 혐의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국민의 이목이 분산된 탓이다.

지난 8월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했지만 3%대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당내 성비위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비당권파 사이에서는 ‘조국 대세론’마저 꺾이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3대 개혁이 탄력받으면서 범여권인 혁신당 역시 개혁안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혁신당은 조 비대위원장이 ‘무리한 검찰 수사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검찰개혁 정당성에 힘을 실었다.


추석을 앞두고 검찰개혁이 매듭지어지자 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사법부로 눈을 돌렸다. 혁신당은 ‘조희대 탄핵안’을 공개하며 여당보다 더 세게 ‘사법부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는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지만 혁신당은 “민주당과 개혁 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며 조속한 결단을 요구했다.

혁신당은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끝까지간다’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공개했다. 소추안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당시 공직선거법 상고심을 파기환송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면서 의도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한편 자유로운 선거운동 권리를 침해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제는 새 정부 맞이할 때”
‘사회권 선진국’ 꺼냈지만…

조 위원장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피소추자 조희대는 대선 개입 판결로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실질적 법치국가 원칙 등 헌법 질서를 심대하게 훼손했고 남용했다”며 “피소추자의 중대한 헌법 위반은 국민이 부여한 신임에 대한 배신으로 탄핵에 의한 파면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거취를 결정하라”면서도 혁신당의 탄핵안과는 거리를 뒀다. 정 대표는 “민주당의 사퇴, 압박의 본질은 사법개혁이 잘 추진되는 데 더 큰 목표가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탄핵이라는 혁신당 카드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한 혁신당은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이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판결문 전면 공개 ▲국민참여재판 대폭 확대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노동·특허·행정 분야 전문 소부 확대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혁신당이 민주당과 사법개혁 주도권을 나란히 쥔 데 대해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와 2030년 예정된 21대 대선에 대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수 정당이라는 찻잔을 깨고 다시 한번 태풍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과 조기 대선에서 ‘윤석열’ ‘검찰’이 타깃이었다면 이제는 ‘사법부’가 그 자리를 대신한 셈이다. 검찰과 싸우며 원내3당이 된 혁신당이지만 제1여당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보복 정당’ 이미지를 깨야 한다.

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이 윤석열 부부와 검찰을 매섭게 몰아붙일 때마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조 비대위원장의 가족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은 만큼 ‘사필귀정’ 서사에 통쾌함을 느낀 것이다.

내란 세력을 향한 혁신당의 메시지가 거칠어질수록 지지층의 환호도 커졌다. 정치인으로서의 ‘조국’ 역시 안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강력한 투사로 유권자에게 각인됐다. 혁신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우려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국정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어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체할 새로운 샌드백
검찰→사법부→국민의힘 이동

혁신당은 당장 있을 지방선거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건강한 경쟁’을 표방하며 선거에 임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합당은 물론 ‘죽기 살기 전략’으로 나서겠다는 게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혁신당은 정치적 기반 중 한 곳인 전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은 광주를 찾아 쇄신과 지역 현안,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당원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21일에는 혁신당 임형택 익산시지역위원장이 시민주권도시와 사회권 선진국 모델 도시를 앞세워 익산시장 출마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사법개혁이 마무리되면 혁신당의 다음 타깃은 국민의힘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위헌 정당 카드를 내밀며 자진 해산을 요구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앞서 조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힘의 생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정상적 보수 정당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제로”라며 “국민의힘은 정상적 보수 정당이 아니라 한국형 극우 정당이 됐음을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매우 위험한 상태다. 앞에서 지적한 점 외에 친일, 반공, 군사독재, 내란 옹호의 이력을 종합할 때 극우 파시스트 정당이 되고 있다”며 “많은 국민이 국민의힘을 이대로 두는 것이 올바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해타산적

다만 국민의힘 해산을 놓고 민주당과 부딪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계속해서 실책하는 국민의힘이 여의도에 존재해야 지금처럼 지지율을 견인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알아서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데 거기에 무작정 내란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하면 ‘야당 탄압’이란 소리가 나오고 보수가 똘똘 뭉치게 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썩 달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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