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유리상자-아트스타' 김선경

2025.10.22 09:49:07 호수 1554호

종이배로 본 삶과 죽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봉산문화회관이 올해 ‘유리상자-아트스타’ 세 번째 전시로 김선경의 ‘無와 有의 경계에서’를 준비했다. 투명한 대형 종이배와 실을 사용해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대구 중구 소재의 봉산문화회관은 2008년부터 ‘유리상자-아트스타’라는 기획전시를 선보였다.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공모 선정 작가전이다. 네 면이 유리로 이뤄진 공간인 ‘유리상자’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일반적인 미술관의 폐쇄적인 화이트 큐브와 달리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열린 구조다. 관람객은 유리상자를 통해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존재

김선경은 유년 시절 종이배를 접어 강물에 띄우며 놀던 추억에서 생의 시작을, 배가 멀어지다 물에 젖어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죽음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때의 기억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하면서 종이배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생과 사를 사유하는 중심 이미지로 떠올랐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아, 미래를 향한 나아감을 동시에 담아내는 상징인 셈이다.

이번 전시는 죽음의 강을 건너는 배의 형상에서 출발한다. 전시장 하단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검은 실은 그리스 신화 속 망각의 강인 레테를 연상한다. 영혼이 이 강을 건너며 생전의 기억을 잊는다는 신화 내용처럼 검은 실은 지상과 지하,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의미한다.

그 위로 흘러가는 투명한 종이배 후미에 엮인 붉은 실은 삶과 연결된 생명의 연속성과 인연을 상징한다.


검은 실은 망각의 강
붉은 실은 인연 상징

전시장 안을 부유하는 투명한 종이배는 시간과 빛에 따라 바뀐다. 낮에는 유리를 통과한 자연광을 받아 반짝이고 밤에는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어둠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반짝임은 시작과 끝의 경계를 지나는 모든 생명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응원이다. 또 끝맺음을 향한 여정이 찬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도 담겨있다.

김민주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김선경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 기억과 망각, 유(有)와 무(無)처럼 극단에 있는 개념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마치 등을 맞대고 있는 듯 가까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 끝에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나아가는 종이배를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 속 경계와 마주하고 그 위에 겹쳐지는 감정과 기억, 삶의 잔상을 잠시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김선경의 이번 유리상자 설치 작품에서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작품의 시작과 끝에 모두 수만 번의 손을 움직여 만들어내는 지난한 노동이 깃들었다는 점”이라며 “그리고 감성 충만한 풍경을 창조해낸 장면을 마주했을 때도 감동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소멸

김선경은 “종이배는 떠남으로 새로운 시작을 마주하게 되며 또한 흘려보냄으로 감정 치유의 힘을 가진다”며 “새로움 속에 희망을 보고 반짝임으로써 환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이어 “무와 유, 시간의 나열 속에 생의 여행자로서 빛나는 삶이길 기대한다”며 “종이배 작가로서 유한 삶들이 아름다움으로 물들며 무한 공간에서조차도 아름다움으로 남겨지길 나의 종이배는 오늘도 꿈꾼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봉산문화회관)

<jsjang@ilyosisa.co.kr>


[김선경은?]

▲학력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개인전
‘無와 有의 경계에서-흘러들다’ 예태미술관(2025)
‘無와 有의 경계에서-그리움을 접다’ 환갤러리(2025)
‘無와 有의 경계에는 달이 뜬다’ 인포그아트센터(2023)
‘천의 바람, 길을 내다Ⅱ’ 오모크갤러리(2020)
‘천의 바람, 길을 내다’ 갤러리MOON101(202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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