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나흘째⋯정보시스템 45개 정상화

2025.09.29 11:37:25 호수 0호

우편·교통 서비스 등 ‘부분 복구’
연휴 앞두고 ‘민원 대란’ 우려도
국가 디지털 안전망 취약성 도마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나흘째 마비되면서 국민 불편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우편·금융·교통민원 등 생활과 밀접한 일부 서비스를 우선 복구했지만, 여전히 핵심 민원 창구가 정상화되지 않아 ‘민원 대란’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45개(복구율 4.6%)만이 정상화됐다. 모바일 신분증과 디지털원패스, 전자문서진본확인시스템, 일부 우체국 금융서비스 등이 포함되지만, 국민 생활과 직접 연계된 정부24, 국민신문고, 나라장터는 여전히 멈춰 있다.

특히 추석 연휴를 불과 며칠 앞두고 복구 지연이 계속되면서 민원 현장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등록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기본 행정 서류 발급이 막히면서 은행·병원·법원 등 연쇄적 불편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국민신문고 역시 멈춰 소비쿠폰 사업과 같은 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온라인 이의신청이 불가능해져, 주민들이 직접 관공서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편지·소포·국제우편 접수 및 배달을 재개했다. 추석을 앞두고 소포 수요 폭증에 대비한 조치다. 다만 미국행 EMS, 착불·안심소포, 신선식품 배송, 우체국 쇼핑 등은 여전히 중단 상태다.


본부 관계자는 “시스템 안정화 전까지는 일부 지역에서 배달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교통범칙금·과태료 납부 시스템인 ‘교통민원24’를 복구했다고 알렸다. 화재 기간 동안 납부가 불가능했던 건에 대해서는 납부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교통민원 납부 시스템은 국가 재정 통합시스템 ‘디브레인’과 연동되기 때문에 디브레인 복구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8시15분, 대전 전산실에서 리튬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중 발생했다. 불길은 27일 오후 6시께 완전히 진화됐지만 전산 장비 740대와 배터리 384대가 전소됐고, 항온·항습기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산실 운영 환경이 마비됐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 1명이 1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특히 직접 피해를 입은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은 물리적 손상이 심각해 최소 2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들 시스템을 대구센터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화재 발생 직후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배터리 반출과 항온·항습기 수리, 네트워크·보안장비 가동을 완료한 뒤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복구하고 있다.

각 부처와 지자체도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조달청은 나라장터를 재해복구시스템(DR)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고, 환경부는 대표 홈페이지를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 중이다. 서울·부산·대구 등 지자체는 자체 대책본부를 운영하며 민원 수기 처리, 우회 로그인 등 임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해복구시스템과 클라우드 백업 등 이중·삼중 안전망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안 강화에 따른 비용과 효율성 저하를 감수하더라도 다중 백업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향후에도 유사한 대규모 장애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28일) 중대본 회의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는 인력과 예산에 구애받지 말고 신속히 복구하라”면서도 “백업 시스템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 시 민간과 협력해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태는 국가 핵심 IT 인프라가 단일 시설에 집중된 구조적 위험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재 한 건으로 647개 행정 시스템이 동시에 멈추면서 국민 생활 전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정과 지침의 완비와 제대로 된 운용”이라며 “지금이라도 이중 운영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긴급한 봉합도 중요하지만 국가 정보 관리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백업 시스템 관련 규정이 바람직한지 따지고, 규정이나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규정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윤호중 중대본부장은(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전소된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은 바로 재가동이 쉽지 않다”면서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 복구를 추진해 최대한 신속하게 대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주말이 지난 오늘부터 민원 행정 수요가 늘어나고, 국민 불편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각 부처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해달라”고 덧붙였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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