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청래·장동혁의 악수⋯협치 물꼬 틀까?

2025.09.09 14:07:48 호수 0호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만나 악수를 나눴다. 비록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나름 눈길을 끄는 ‘정치적 제스처’였다. 여야 당 대 당으로 치열하게 맞서온 양당 지도부가 정식 회담이나 협상 자리가 아닌, 공개적인 현장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악수는 길지 않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 짧은 장면이 가진 함의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장 대표는 “정 대표님과 악수하려고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다. 미처 100일이 되지 않았는데 오늘 이렇게 악수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정 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앞서 지난달 3일, 정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 “(국민의힘이) 계엄을 반성하지 않으면 악수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야당과의 악수 거부를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이후 같은 달 15일, 광복절 경축식을 앞둔 상황에선 “의례적인 악수는 할 수도 있겠지만 내란 세력 척결은 속도감 있게 밀고 나가겠다”며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국회 개원 이후 협치의 실종을 두고 ‘역대 최악의 냉각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해 예산안, 검찰개혁 등 각종 법안,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공방은 연일 이어지고, 여야 지도부의 직접 대화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공개적으로 손을 맞잡은 장면은 단순한 의례 이상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정계 원로 인사는 “악수가 갈등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냉랭한 대치 속에서도 최소한의 소통 의지를 보여주는 제스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악수를 ‘정치적 계산’의 산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 대표는 강경파 이미지가 강하지만, 당 대표로서 중도층에 협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2선 후퇴’ 국면에서 자신의 독자적 리더십을 부각하기 위해 유연한 이미지를 추구한다.

따라서 두 대표 모두 악수라는 상징적 장면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정치적 이미지를 보완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가 일각에서는 “정치적 계산보다는 의례적 예의 차원의 행동이었을 뿐”이라는 냉혹한 평가도 나온다. 즉, 본질적인 대화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은 이상 ‘악수 정치’가 실질적 협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 여론 역시 악수 장면을 반기는 듯하면서도 회의적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적어도 싸우기만 하지는 말아달라”는 반응과 함께 “악수는 쇼에 불과하다”는 냉소가 동시에 올라왔다.

최근 정치 불신 지표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은 정치인의 작은 제스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이번 악수는 양당 지도부가 ‘국민 앞에서 최소한의 품격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협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보여주기식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건은 이 악수가 단발성 장면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대화의 문을 여는 신호탄이 되느냐다. 여야는 당장 추석 민생 대책과 예산안 심사라는 두 가지 정치 현안을 앞두고 있다.

두 양당 대표가 악수를 넘어 실질적 대화의 테이블을 마련한다면, 이번 장면은 한국 정치사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반대로 계속해서 대립만 이어진다면, 국민은 이 악수를 ‘빈 껍데기 이벤트’로 기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 국회는 정쟁과 공방에 매몰돼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악수는 그런 점에서 ‘정치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다시금 환기시켰던 사건이다. 악수의 의미를 살리는 길은 단 하나, 협치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