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관세 폭탄과 환율 전쟁, 국민이 지불하는 전쟁세

  • 조용래 작가
2025.09.02 11:14:48 호수 1547호

미국이 던진 관세 폭탄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다. 이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국민이 매일 내는 ‘전쟁세’로 치른다. 피할 수 없는 금리와 환율의 변동은 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 이 정교한 징세 시스템은 물가와 환율을 통해 국민의 지갑을 턴다.



평범한 이웃의 장바구니와 월급봉투가 전황 보고서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가계는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받으면서도 저항할 수 없다. 고소득층과 자산가들은 상승하는 자산 가격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중산층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은 장바구니 물가와 대출 이자 폭탄 앞에 무력하다.

관세 폭탄을 맞은 국가는 통화 가치 절하로 맞불을 놓는다. 그러나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공격은 정작 중국보다 동맹국과 신흥국 통화에 더 먼저 충격을 가한다. 환율이 출렁일 때마다 수입 물가는 폭등하고, 국민 생활은 더 궁핍해진다.

관세 폭탄은 필연적으로 환율 전쟁을 불러오며 금융 충격과 정치적 긴장은 증폭된다.

미국은 WTO(세계무역기구)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를 설계하며 자유무역 질서를 주도했지만, 불과 몇 십년 만에 스스로 그 시스템을 멈췄다. ‘자국 이익 우선’이라는 구호는 결국 관세 폭격의 파편을 전 세계로 흩날리게 한다.

여기엔 우방과 동맹도 예외는 없다. 그러면서도 패권국의 지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집착, 그것이 관세 전쟁의 근원이다.


부채에 짓눌린 미국은 이제 스테이블 코인을 내세워 돌파구를 찾는다. 스테이블 코인은 결국 달러의 파생형이다. 미국 국채를 담보로 삼지만, 그 자체가 다시 미국의 부채를 떠받치는 구조다. 달러를 지키려 만든 파생 달러가 오히려 달러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스테이블 코인, 그 파생된 달러가 확산될수록 금융 시스템은 불안정해지고,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된다. 워런 버핏이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의 대량 살상 무기”라고 경고했듯, 이 파생 달러 역시 글로벌 경제 시스템 전체를 ‘금융시장의 핵 실험장’으로 이끄는 위험한 시도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에 반기를 든다면 대공황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협박한다. 미국이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에 나설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인다. 자국 부채 리스크를 떠넘기려 다른 나라의 살과 뼈를 깎는다. 철저히 미국만을 위한 관세 폭탄도, 스테이블 코인도 이 전쟁의 끝이 아니다.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미국이 스스로 화폐의 안정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기축통화의 신뢰는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 모든 원인이 중국에 있다고 한다면 반 이상은 틀린 얘기다. 설사 그렇다 해도 모든 책임을 중국에 돌릴 수는 없다. 애초에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이끈 건 미국이다.

극한의 자본 효율을 좇아 제조업을 버리고 산업기반을 금융으로 이전한 것도 미국이다. 이제 와서 아무리 첨예한 경쟁을 한다고 해도 중국의 산업 구조를 미국이 재편하려는 건 월권이나 내정 간섭보다 더한 폭력이다.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중국의 기술 기반 생산력을 무너뜨리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지는 게임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장악한다고 해도 자본 제국 미국의 신식민지 개발 정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인류 문명사의 후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앞으로 진행하지만, 교훈을 새기지 못하면 거꾸로 기록된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00년 전, 대공황 시기를 ‘Inter War Period’라고 하는데 이는 전쟁 때문에 공황이 일어나고 그 결과 또다시 전쟁으로 이어진 역사 때문이다.

1930년대 보호무역과 환율 경쟁은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미·중 패권 경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하다. 이 전쟁은 탱크가 아니라 관세와 환율로 시작하지만 파괴력은 적지 않다.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총성이 없을 뿐, 전쟁의 무대는 국민의 지갑과 식탁 위에 펼쳐진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끝없는 줄타기를 하며 경제와 안보를 모두 걸어야 한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와 금융 충격 속에서 전쟁세를 감당하고 있다. 신흥국은 환율 폭락과 자본 유출로 벼랑 끝에 내몰린다. 미국의 관세 폭탄은 단순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전 세계를 불균형과 위험 속으로 끌어들이는 패권의 폭력이다.


100년을 거슬러 미국발 세계 경제 공황이 재현될 것인가. 미·중 패권 경쟁은 단순한 경제 갈등이 아니라 체제 경쟁이다. 이 경쟁에 타협은 없고 어느 한쪽이 쓰러져야 끝난다. 중국의 슬픔을 미국 생존의 근거로 삼는 야생의 시대, 전쟁세의 대가는 결국 패권에 집착한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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