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소금빵’ 슈카월드 사태로 본 한국 빵이 비싼 이유

2025.09.01 15:18:25 호수 0호

업계 “원가가 1000원” 볼멘소리
애꿎은 자영업자 저격?⋯“오해”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구독자 360만명을 보유한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본명 전석재)가 최근 ‘빵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990원대 빵을 선보이며 한국 제빵 시장에 실험적 시도를 진행했다.



빵플레이션은 빵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꾸준히 치솟는 빵값을 빗댄 신조어다.

슈카월드는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에서 단기 팝업스토어 ‘ETF 베이커리’를 열고 소금빵, 베이글, 바게트 등을 990원에 판매했다. 공간·브랜드 기획사 ‘글로우서울’과 협업해 진행된 이번 기획은 유통 단계를 줄이고, 제빵 과정을 단순화해 가격을 낮췄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팝업스토어에선 소금빵, 베이글, 바게트 등을 990원에, 식빵은 1990원, 명란바게트는 2450원, 오메기 단팥빵은 2930원, 복숭아 케이크(2호)는 1만8900원에 판매했다.

이는 시중 가격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빵값의 비용 구조와 유통 체계가 과연 합리적인지를 묻는 문제 제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슈카월드 측의 설명이다.

슈카월드 측은 “마진율이 아닌 마진액으로 가격을 책정해 원가 변동에도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유통 단계를 줄이고, 빵의 형태를 단순화해 인건비를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슈카월드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경제 유튜브를 하면서 빵값이 맨날 비싸다 비싸다 얘기했는데 내가 직접 만들면 빵값이 내려갈 수 있을까, 아니면 실제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가격이었나 알아보고 싶었다”고 이번 행사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 반발은 거셌다. 한 제빵업자는 “소금빵 하나 원가가 1000원인데 990원에 파는 건 불가능하다”며 “자칫하면 기존 빵집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자영업자도 “유통에 거품이 껴 값을 내리지 못하는 건데 애꿏은 자영업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현재의 빵 가격이 적절한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 펼쳐지고 있다. “소금빵이 3000원 넘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는 의견부터 “팝업이기에 가능한 가격이니 자영업자 탓을 하는 건 과하다”는 반박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잠깐 열리는 이벤트로 시장이 흔들린다면 업계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 빵값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꽤나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은 약 4200원으로 일본(약 1600원), 프랑스(약 1900원)의 두 배 이상이다. 이는 인건비 비중이 28%를 넘어 식품제조업 평균의 세 배 이상인 구조, 밀의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 특성, 도심 임차료와 복잡한 유통 단계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빵값을 둘러싼 갈등의 이면에는 낙농업·양계업·설탕 산업 등 원재료 공급 구조의 제약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낙농업의 경우, 정부가 2023년 도입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 국산 원유는 가공유 소비 감소와 수입 유제품 증가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농가는 사료비와 인건비 상승 부담을 떠안고 있다. 유업체 또한 수입 원유보다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계란 시장 역시 경직된 가격 체계가 문제로 꼽힌다. 다른 농산물과 달리 경매제가 없어, 산란계협회가 제시하는 기준 가격이 사실상 시장 가격을 결정한다. 올해 초 고시 가격이 1개당 146원에서 190원으로 약 30% 뛰면서 소비자가격은 한판에 5700원, 소매가는 7000원을 넘기도 했다.

설탕의 경우는 수입 구조와 독점 구도가 발목을 잡는다. 원당에는 3%의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해외에서 가공된 설탕에는 30%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붙는다. 이로 인해 값싼 가공 설탕의 수입이 사실상 차단되고, 국내에서 가공한 설탕만 유통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더욱이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사가 국내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가격 경쟁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모든 원인을 복잡한 유통 구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시장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특히 크림이나 과일 등 달콤한 토핑이 올라간 빵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빵을 단순한 주식이 아닌 ‘디저트’ 혹은 ‘간식’으로 소비하는 문화적 특성과 맞물려 있다.

결국, 빵 소비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접근할 것인가에 더 큰 주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프랑스처럼 바게트를 서민들의 주식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가격을 관리하는 나라에서는 빵값이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다뤄진다.

한 유통물류학 교수는 “빵값 논란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소비 문화와 산업 구조가 맞물려 만들어진 현상을 보여준다”며 “단기적인 가격 조정보다 장기적으로는 유통 효율화와 소비자 수요를 동시에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슈카월드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계속되자, 전날(31일) 방송을 통해 “싼 빵을 만들면 모두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자영업자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고, 빵값 구조 문제를 보여주려던 것인데 오해가 생겨 유감스럽다”고 사과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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