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인천 강화군의 개 번식장에서 일명 ‘가축 성병’이라 불리는 ‘브루셀라병’이 집단 발생하며 비상등이 켜졌다. 감염된 개들이 펫숍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방역당국의 추적은 더딘 상황이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오늘도 펫숍들은 영업 중이다.

<일요시사>의 취재에 따르면 브루셀라병이 발견된 것은 동물권 단체들이 강화군 소재 한 번식장의 개들을 구조하면서다. 해당 번식장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개체 분리 없이 무분별한 교배를 시켜 번식하던 곳으로, 제보를 받은 동물권 단체들이 현장을 적발했다.
확산 비상
적발 당시 번식장 내부는 열악한 위생 상태와 부실한 관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 구조자는 “암수 분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분별한 교배가 있었고, 축산 부산물과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게 났다”며 “핏물이 묻은 분쇄용 기계와 금속 도구까지 발견됐다”고 말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힘을 모아 이곳에서 약 300마리의 번식견들을 구조했다. 구조 직후 300마리의 개들은 여러 동물보호 단체로 분산돼 이동됐다. 이 가운데 사회적협동조합 ‘브라운’은 초기 배정된 30마리와 추가로 옮겨온 개들을 포함해 총 51마리를 보호하게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만큼 전염병 감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브라운은 부설 동물병원에서 1차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브루셀라병을 발견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지자체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브루셀라병은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확진뿐 아니라 의심 증상만으로도 즉시 신고해야 하는 질병이다. 가축 소유자, 관리자, 수의사 등은 감염이 의심될 경우 지체없이 관할 지자체나 방역 당국에 알리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방역 당국은 신고를 받고 51마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 검사 결과, 51마리 중 31마리가 양성 반응을 보여 감염률은 60.7%에 달했다. 구조된 300마리 전체를 감안하면 실제 감염 개체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300마리 번식 각지 이동
검사 개체 중 60% 감염
브루셀라병은 법정 제2종 가축전염병이자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감염병으로, 동물 간 성적 접촉이나 상처, 분비물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된다. 개에서의 주요 증상은 불임과 유산이며, 수컷은 고환염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이 감염되면 발열, 오한, 식욕부진, 두통,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감염 경로는 감염 동물의 체액, 혈액, 분비물, 유산 태아 및 태반 등과의 직접 접촉이 가장 흔하다. 개 브루셀라병은 번식 과정에서 주로 전파되며, 교배나 출산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진다. 수의사, 사육사, 브리더 등 감염 동물과 밀접 접촉하는 직업군이 특히 위험하다.
브루셀라병은 소, 돼지, 양, 염소 등 다양한 가축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소 브루셀라병이 보고돼 왔다. 과거 전남 지역에서 감염된 소 808마리가 살처분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소·염소 사육 농가는 주기적인 검사와 백신 접종이 의무화돼 있다. 소는 인간이 직접 섭취하므로 감염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반면, 개 브루셀라병은 그동안 체계적인 관리나 정기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개 브루셀라병은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지만, 소·염소에 비해 관리·감시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정기 검사 의무가 없고, 번식견 거래 시 감염 여부 확인 절차가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감염 예방은 사육 환경 위생 관리에 의존하고 감염될 시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전부다. 브라운은 “개 브루셀라병은 주기적인 검사가 없기 때문에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제 감염 수는 아주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 브루셀라병은 주로 위생 관리가 부실한 번식장에서 발생한다. 허가를 받은 번식장이라도 사육 마릿수가 많고 격리 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감염 확산 위험이 높다. 일부 번식장은 질병이 있는 개를 치료하지 않고 번식을 계속하거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개와 교배시킨다.
이번 발병이 확인된 강화 번식장도 지자체 정기 점검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강화군청은 해당 번식장에 대해 지난해 초 점검을 실시했으나, 당시 문제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군청 관계자는 “점검은 연 1회 의무적으로 진행되지만, 사전 일정 조율 후 방문하기 때문에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위생 상태와 번식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협의 후 방문하는 점검 형태여서, 문제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적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해당 번식장이 개를 납품한 경매장과 펫숍에 대한 역학조사는 아직 진행이 더딘 상태다. 경매장에 협조 요청을 하고 역학조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경매장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도 없다.
반면, 구조된 번식견들을 맡은 동물단체에는 즉시 ‘이동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공문에는 “브루셀라병 진단에 따라 해제 통보 시까지 이동 제한·세척·소독·출입통제를 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경매장과 펫숍에 대한 영업 제한이나 행정 처분은 없다.
경기도 방역 당국 관계자는 “양주 소재 경매장에서 다수 거래된 것으로 확인돼 납품 내역을 확보 중이며, 해당 납품처에 브루셀라 검사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납품된 펫숍을 특정하더라도 공문을 보내 요청할 뿐, 강제 조사는 어려운 실정이다.
발병지 인근 번식장만 ‘49곳’
경매장·펫샵 역학조사 아직
현재 단계에서는 전국적으로 감염견이 이미 유통됐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 실제 최근 포천시의 한 애견카페에서 개 브루셀라병이 확진된 사례가 나왔다. 확진된 개는 인천 강화군에서 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발병지 인근에는 49곳의 번식장이 밀집해 있어 질병 확산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브루셀라병은 잠복 상태로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견이 브루셀라병에 감염돼 있다면 그 자견 또한 병에 감염된 채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자견 감염은 생후 6개월이 지나서야 병원균이 검출된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경매장과 펫숍들은 2개월 미만의 어린 강아지들을 판매한다.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잠복기 감염견이 펫숍이나 개인을 통해 분양되면, 가정 내에서 사람과 장기간 접촉할 위험이 있다.
브루셀라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인 만큼 해외에서도 사람 감염 사례가 보고된다. 과거 중국에서는 백신 공장 부주의로 약 6000명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됐으며, 최근에는 양 태반을 먹은 일가족이 집단 감염되는 사례도 있었다.
개 브루셀라병은 감염견과의 밀접 접촉을 통해 인체 감염이 가능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가정 내 임산부, 어린이, 노약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추적 불가?
브라운은 “어떤 펫숍으로 가서 어떤 소비자에게 갔는지 추적이 지금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태다. 아직도 경매장은 성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300마리 규모가 번식을 했으니 얼마나 많은 감염견이 나왔을지 모르겠다. 이미 소비자들한테는 일파만파 퍼져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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