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힘, 먼저 사죄하고 냉장고의 교훈 새겨야

2025.07.06 14:08:17 호수 1539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혁신위 구성을 완료하고, 오는 9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 출범한다.



안철수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6·3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딛고 내년 지방선거, 내후년 총선서 승리하기 위한 혁신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았다.

그런데 혁신위가 출범하는데도 국민의힘이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

대선서 이기고 지고 문제가 아니다. 대선이 끝나고 여야가 바뀐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대선서 이긴 더불어민주당도 패한 국민의힘도 다음 지선과 총선을 치르기 위해 새로운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국민의힘은 윤 정부와 공동 책임이 있는 만큼 사죄부터 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주말 냉장고가 오래돼 새 냉장고로 바꿨다. 그런데 새로 산 냉장고의 온도를 낮췄는데도 냉장고 안이 시원하지 않았다. 필자는 냉장고를 구입한 매장에 전화를 걸어 냉장고가 시원하지 않다고 했더니, 온도를 낮추고 한나절 정도 지나면 시원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 냉장고 안은 시원하지 않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냉장고가 불량 같다고 했더니, 서비스 담당 직원이 곧장 달려와서 몇 가지 손을 보더니 이제 시원해질 거라고 했다.


그런데 냉장고는 계속 시원하지 않았고, 결국 화가 난 필자는 다른 냉장고로 바꿔달라고 했다. 다음 날 냉장고를 교체했는데도 역시 냉장고 안은 시원하지 않았다. 필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냉장고 본사에 전화를 걸어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날 매장 사장이 직접 와서 냉장고를 점검한 후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갔다. “이 냉장고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냉장고 안이 시원하지 않은 이유는 냉장고 안에 아무 것도 없어서 그렇습니다. 냉장고 안을 채우면 시원해질 겁니다.“

필자는 매장과 본사에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했고, 매장과 본사에서도 냉장고 안이 차야 시원해진다는 설명을 못해서 오히려 죄송하다고 했다. 간단한 원리다.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물이 냉기를 흡수해 저장하고 있어야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원리다.

불현듯 어렸을 때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집 안에 사람이 많으면 춥지 않다”고 말씀하셨던 할머님이 생각났다. 당시 할머님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방 안에 옷가지들을 쌓아두었고,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철재 종류 물건들을 방 안에 채워두기도 했다.

이는 겨울엔 방 안에 온기를 잘 흡수해 저장하는 물건들을 많이 두어 방 안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고, 여름엔 방 안에 냉기를 잘 흡수해 저장하는 물건들을 많이 두어 방 안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더 내리기 위한 할머님의 생활 지혜였다.   

“뭉치면 힘 있고, 뭉치지 않으면 힘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떤 공간 안에 아무것도 없거나 부족하면 힘없고, 꽉 차 있어야 힘 있다”는 얘기다. 지갑 안에 돈이 두툼해야, 집 안에 온 가족이 다 있어야, 대학 안에 학생들이 꽉 차 있어야 지갑과 집과 대학에 힘이 생긴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도 좋은 생각을 잘 흡수하는 사람이 많아야 우리 사회 전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기업이나 단체도 전체가 추구하는 마인드를 이해하는 구성원들이 많을수록 그 기업이나 단체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억지로 뭉치지 않고, 꽉 찼을 때 생기는 힘이 진짜 생명력 있는 힘이다.  

민주당은 167명 의원 자체만으로도 힘 있고, 국민의힘도 107명이 모여 있기만 하면 힘이 생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사분오열 직전에 있어 힘없어 보인다. 

냉장고 안이 비어 있으면 온도를 낮춰도 시원하지 않은 것처럼, 국민의힘 혁신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의원들이 모이지 않고 각자도생만 하면 힘 있을 수 없다.

혹시 며칠 전 필자가 새 냉장고를 구입해 시원하지 않다고 오해했던 것처럼, 국민의힘 혁신위도 당이 힘없다고 고장 난 걸로 잘못 판단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채우면 되는데 채우지 않고 고장 났다고 당을 바꾸는 우를 범치 않아야 한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안 의원을 포함해 7명 정도로 구성될 예정이다. 특히 당의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에 방점을 두고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일각에선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로 안 의원이 막판 인선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 이후 당내 옛 친윤(친윤석열)계로 일컬어지는 구주류와 친한계 사이 내부 갈등 청산 등 어떻게 쇄신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느냐도 혁신위의 큰 숙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해선 내란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국민께 사죄하고 국민의힘 전 의원을 다 모이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지선과 총선을 치를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냉장고가 국민의힘에 주는 단순한 논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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