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 인적 분할 속내

2025.06.27 09:09:07 호수 1537호

출혈 없이 오너 지배력 강화

개미 불리한 분할 비율 결정
승계 작업 일사천리 잰걸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파마리서치가 인적 분할과 함께 체제 개편을 꾀하고 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 다만 선뜻 납득하기 힘든 분할 비율로 인해 소액주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여파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가는 크게 요동친 모양새다.

파마리서치는 지난 13일 인적 분할 계획을 공시했다.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가 투자 부문, 신설법인 ‘파마리서치(가칭)’는 사업 부문을 맡는 게 골자다. 인적 분할은 오는 10월 확정될 예정이다. 분할 기일은 11월1일이며, 이후 재상장 절차를 거치게 된다.

개정 전…

파마리서치는 스킨부스터를 생산하는 K-뷰티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대표 제품인 ‘리쥬란’은 강남 피부과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수년 째 국내 에스테틱 플랫폼 인기 시술 순위 상위권에 올라있다.

분할 비율은 파마리서치홀딩스 0.7427944, 파마리서치 0.2572056이다. 기존 파마리서치 주식 10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인적 분할 이후 파마리서치홀딩스 주식 743주, 파마리서치 주식 257주를 갖게 되는 셈이다.


대다수 투자자는 파마리서치홀딩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끔 분할 비율이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국내 1위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비롯한 대다수 제품의 판매 수익이 사업회사 실적에 포함된다는 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인적 분할은 물적 분할에 비해 소액주주 권리침해의 정도가 적다. 그러나 파마리서치의 경우 인적 분할 비율이 적절치 않다는 논란과 함께 중복상장 가능성을 부채질했고, 궁극적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거란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파마리서치 지분 약 1%를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 역시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파마리서치는 분할되는 두 회사의 신주인수권이 종전의 전체 주주에게 주어지는 인적 분할을 택해 자본시장에서 문제 됐던 물적 분할과 다르다는 주장을 펴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적 분할 이후 현물출자를 통해 모회사와 자회사를 모두 상장시키려는 지배구조를 계획하고 있어 결국 중복상장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론 반등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 분할 이슈가 단기적으로 매도 트리거가 될 수 있지만, 신설 법인의 장기 수익성과 밸류에이션 복원 가능성을 고려하면, 일정 조정 이후 전략적 매수로 대응을 추천한다”며 목표 주가를 32만8000원에서 54만원으로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의 지배력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정 의장은 올해 1분기 기준 파마리서치 지분 30.48%를 보유 중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정 의장 등이 신설 파마리서치 지분을 파마리서치홀딩스에 넘기고, 대신 파마리서치홀딩스 지분을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마리서치홀딩스 주식이 저평가받을수록 정 의장에게 유리한 구도다.

이참에 경영권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75대 25 인적 분할을 활용해 오너 2세의 발언권이 강해지는 수순이 뒤따를 거란 계산이다. 현재 정 회장의 두 자녀는 파마리서치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곳곳서 눈총

파마리서치 인적 분할은 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파마리서치가 상법 개정안 처리 전에 급히 인적 분할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쪼개기 상장을 도모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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