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갤러리 ‘오에이오에이’에서 작가 장승근, 호상근의 2인전 ‘그런대로 그럭저럭 즐거운 그림들: Reading and Misreading’을 준비했다. 오에이오에이(oaoa)는 ‘ordinary art original art’의 첫 글자를 딴 조합으로, 일상의 보편적 경험이 작가의 고유한 예술적 정신과 공명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에 명명했다.

작가 장승근과 호상근은 전시 ‘그런대로 그럭저럭 즐거운 그림들: Reading and Misreading’에서 서로 다른 회화적 감각과 태도로 일상의 장면을 해석하는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두 작가는 최신작을 포함해 각각 14점씩 총 28점을 소개한다.
밖에서
이번 전시는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그리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보는 것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감각과 기억, 인식과 태도가 얽힌 복잡한 행위다.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그 해석은 각자 삶의 결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회화의 화면 위에서 고유한 언어로 구체화된다. 그리기는 이 같은 ‘보기’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창작 행위다. 사물과 장면에 대한 감각적 응답을 드러내는 통로로 이용된다.
호상근은 도시의 소소한 풍경과 장면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버려진 의자나 공공장소의 조각상, 자동차의 문콕 방지 스펀지 등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물이 그의 화면 안에서 다시 구성된다.
호상근은 대상의 구조와 배치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얇고 정제된 색연필 선을 통해 장면을 기록하듯 그린다. 유머와 아이러니가 미세하게 섞인 그의 작업은 관찰자의 태도와 거리감을 유지하며 현실의 사물에 내재된 미묘한 긴장을 떠올리게 한다.
장승근은 자신의 일상 공간에서 마주한 사물과 감각적으로 깊숙한 관계를 맺는다. 두터운 터치와 즉흥적인 붓질을 통해 뷔페 접시, 생선 바구니, 의자, 빨래 건조대와 같이 익숙한 오브제를 새롭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전환했다. 장면의 명확한 구획보다는 물성과 흐림, 감정의 결을 우선시하는 그의 화면은 마치 손으로 더듬듯 구성된다. 이러한 방식은 회화적 행위 자체를 경험으로 만든다.
관찰자의 태도와 거리감
사물과 감각적인 깊숙함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여러 점의 빨래 건조대 작품처럼 두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서로의 시선과 접근 방식에 영향을 주고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겹쳐진 의자를 다룬 각자의 작업처럼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된 작품에서도 유사한 사물과 장면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두 작가가 일상을 마주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닮은 듯 다르지만 그 사이에 생기는 접점이 서사의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냈다는 방증이다. 관람객은 전시장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두 작가의 인물화에서 명확히 드러난 그 접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호상근의 ‘창문 앞의 남자’와 장승근의 ‘안경 쇼핑’은 각각 바깥을 온몸으로 상상하는 인물과 바깥을 두 눈으로 응시하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이 전시의 출발점이 되는 두 시선을 상징하는 작품들이다. 유머와 진지함, 관찰과 몰입, 거리와 밀착이 교차하는 이 그림은 두 작가의 시선이 어떻게 닮았는지, 또 어떻게 다른 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영문 부제인 ‘Reading and Misreading’은 두 작가가 세상을 읽는 방식이 언제나 정확하거나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그리고 바로 그 틈에서 회화가 발생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하나는 사물을 바라보며 거리를 두고 관찰하며, 다른 하나는 사물 안으로 들어가 몸으로 체험한다. 이러한 시선과 감각의 차이는 우리가 일상을 어떻게 경험하고 해석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안에서
오에이오에이 관계자는 “장승근, 호상근의 2인전 ‘그런대로 그럭저럭 즐거운 그림들’은 회화가 단지 무엇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물과 장면을 감각하고 해석하며 다시 구성하는 사유의 장이라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며 “두 작가가 함께 구성한 이 공간 안에서 관람객은 각자의 ‘보기’를 다시 점검하고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마주하는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 달 19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장승근은?]
기억과 감각이 뒤얽힌 찰나의 형상을 섬세한 붓질과 주체적인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회화를 선보인다. 2020년 중앙대학교 예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 재학 중이다. 개인전으로 ‘살에 붙는 그림(2025)’, ‘론도(2023)’를 개최했다. ‘Small Paintings-My Bijou!(2025)’, ‘Deep Dip(2024)’, ‘꽃밭에는 꽃들이(2023)’, ‘내일을 보는 오늘(2024)’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해 왔다.
[호상근은?]
한성대학교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2019년부터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호상근 표류기: 새, 카트, 기후(2023)’, ‘Looming(2022)’, ‘It’s My House(2022)‘를 비롯해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최근에는 ‘막힌 곳에서 열리는 길(2005)’ ‘대리석 속에 떠오르는 벌거벗은(2024)’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