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지휘자 정명훈(72)이 세계적 권위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의 차기 음악감독에 선임됐다.
라 스칼라 극장 측은 12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정명훈이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어 오는 2026년 가을부터 2030년까지 음악감독직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78년에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오텔로>(1887), <나비 부인>(1904) 등 여러 명작을 초연한 역사가 있으며, 일류 지휘자와 소속 관현악·합창단을 보유하고 있어 전 세계 성악가들에겐 꿈의 무대로 꼽힌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 극장 247년 역사상 최초 아시아인 음악감독이 됐다. 또 비(非)이탈리아 출신 음악감독으로도 아르헨티나인 다니엘 바렌보임(2007~2014)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이날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에 따르면 이번 인선은 라 스칼라 극장의 오르톰비나 총감독이 공식 제안했고, 이사회에선 총감독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 겸 이사회 의장은 회의 후 “(총감독의 제안은)그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그는 선택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고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총감독의 제안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사실 정명훈의 이번 음악감독 선임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그는 1989년 라 스칼라의 오페라 프로덕션을 맡는 등 36여년 간 인연을 맺어왔고, 총 84회의 공연과 141회의 콘서트를 지휘했다. 이는 역대 음악감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공연 기록이다.
그는 동료들과 밀라노 관객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지난 2023년 극장 소속 관현악단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첫 번째 명예 지휘자로 위촉됐고, 지난 3월엔 그가 지휘하는 세 차례의 공연이 전 좌석 매진된 적도 있다.
라 스칼라 극장 측은 이날 “정명훈 마에스트로는 예술성과 인간성 모두에서 우리와 깊은 신뢰를 쌓아온 인물이며, 라 스칼라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최적의 음악감독”이라고 극찬했다.
음악감독이 공연 프로그램 결정부터 단원 선발까지 극장 내 음악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중요한 직책인 만큼, 클래식계에선 극장 측의 이번 결정이 합리적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현 음악감독인 샤이는 “오페라는 작품과 지휘자, 연출, 성악가까지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사전 준비가 필수”라며 “(나는 정명훈을 선임한)오늘 결정이 적절했다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kj4579@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