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 등 여러 투자기업에서 단기수익 회수에 집중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MBK가 투자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 지오영과 듀켐바이오에도 우려의 눈길이 쏠린다.

의약품 도소매 업체 지오영의 최대주주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이하 조선혜지와이)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인수된 직후 약 27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 한 달 만에 회사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간 데다, 이후 재무구조 악화와 순손실 전환까지 겹치며 MBK의 무리한 투자금 회수 방식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2700억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혜지와이는 지난해 약 2746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유상감자는 자본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주주는 이익을 얻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유상감자 시점은 MBK의 인수 직후다. MBK는 지난해 6월 조선혜지와이 지분 71.6%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같은 해 7월 초 유상감자가 단행됐다. 이에 따라 MBK는 약 2000억원(지분율 기준)의 현금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사회도 MBK 인사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였다.
유상감자 이후 조선혜지와이의 재무지표는 급격히 나빠졌다. 2023년 말 506%였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600%로 치솟았고,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19억원에서 461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로 전환됐다.
실적이나 유동성 개선 없이 대규모 자금 회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MBK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업의 재무 사정이나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상감자와 배당은 책임 있는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오영은 코로나19 사태 속 수십만장이 넘는 마스크 미신고 유통, 정권 유착설, 특히 공적 마스크 독점 유통 특혜 의혹 등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회사로, 각종 의약품을 약국과 병원에 도·소매 형태로 판매하는 의약품 유통 기업이다.
영남지오영과 경남지오영, 호남지오영, 대전지오영 등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지오영 자회사들의 주 사업 역시 해당 지역 약국과 병원에 의약품을 유통·판매하는 것이다. 소재지와 영업 지역이 다를 뿐, 지오영과 주요 자회사들이 사실상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떼돈 벌고···
‘잔치’ 끝나고 인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오영의 수익은 오히려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정부로부터 지오영이 ‘공적 마스크 독점 유통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수익 폭증이 예고됐다. 실제로 지오영의 2019년 연결기준 514억3352만원을 조금 넘던 영업이익은 2020년 721억8093만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무려 40.34%, 207억4740만원 넘게 급증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더 극적으로 급증했다. 2020년 지오영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439억2380만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223억9628만원이던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96.12%, 돈으로는 215억2752만원이나 폭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전국서 KF80과 KF94 등 코로나19 예방에 필요한 보건용 마스크 구매 대란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코로나 공포감이 빠르게 확산된 시기인지라 순식간에 심각한 마스크 공급 부족 상황마저 발생하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됐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 약국(지방의 경우 우체국과 일부 농협하나로마트 포함)서 1인2매로 구매를 제한한 이른바 ‘공적 마스크 제도’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전국 약국에 유통하는 업체를 선정하면서부터 각종 특혜 의혹과 논란이 불거졌다. 그 특혜 의혹의 중심에 의약품 도·소매 기업 지오영이 자리했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2020년 2월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시행했다.
정부는 조선혜씨가 대표자로 명시된 ‘지오영 컨소시엄’ 단 한 곳을 단독 사업자로 지정했다. 이렇게 되자 전국 2만개가 넘는 약국이 오로지 지오영을 통해서만 공적 마스크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약국 등 약사 단체와 의약품 유통업체, 또 전국 곳곳에 판매망과 물류관리망을 완비해놓은 일반 도·소매 유통업체들까지 불만이 확대됐다.
유통에 따른 마진 등 이윤만 족히 수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진 공적 마스크 유통사업을 단 한 개 기업에 독점으로 몰아줬다는 특혜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여론이 불거지자 정부는 기존 지오영 컨소시엄에 더해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는 판매처로 또 다른 의약품 유통업체인 백제약품을 추가 지정했다.
급기야 지오영을 지배하며 지오영 컨소시엄의 대표자로 확인된 조선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결된 ‘숙명여고 커넥션’이 지오영의 공적 마스크 약국 유통업체 독점 선정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시중에 떠돌았다.
이 루머는 사실과는 달랐다.
김정숙 여사와 손 전 의원이 숙명여중·숙명여고 출신인 건 맞다. 하지만 조선혜 지오영 회장은 숙명여고가 아닌 인천의 인일여고를 나와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참고로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 손 전 의원은 홍익대 미대를 나왔다.
현금만 빨리고 버려지는 기업들
‘거품 경제’ 유발하는 사모펀드
학맥으로 엮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의혹과 논란 속에서 지오영은 공적 마스크 사업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지오영 매출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오영네트웍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26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지오영네트웍스는 의약품 도매업과 위생재료 및 의료기기 판매업을 목적으로 2008년 11월에 설립됐다. 지오영이 지분 100%를 보유, 지배하고 있다.
지오영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영남지오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억2100만원으로 적자전환됐고, 강원지오영의 영업이익도 41.8% 감소했다. 의약품을 유통하고 수수료를 받는 유통업체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MBK는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 지오영 지분을 취득했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MBK가 주주에 오른 후부터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MBK가 배당으로 이익을 챙인 이후 경영에선 손을 떼는 식의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MBK가 인수한 메디트는 2년 연속 적자를 냈음에도 지난해 약 900억원을 MBK 소유 법인에 배당했고,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6.5% 감소했음에도 MBK에 892억원을 배당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의 전조가 또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MBK파트너스 체제에 편입한 첫해에 지오영그룹은 대규모 주주환원을 실시했다. 이에 대한 기반은 장기 차입이었다. MBK파트너스에 증권 인수금융을 제공했던 삼성증권으로부터 대규모 장기 차입금을 빌리며 현금을 확보했고 기존 차입금 상환 외 유상감자에 활용했다.
6%대 고금리 장기 차입금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지오영의 이자 부담은 2020년대 후반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지오영의 지분 99.17%를 보유한 지주사 조선혜지와이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조67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4조4384억원 대비 5.2%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부작용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781억원에서 634억원으로 18.8%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231억원에서 6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도 ‘MBK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오영 관계자는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의 차입 또는 감자 관련 재무 사항은 주주 의사결정으로 지오영에서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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