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성태진은 ‘태권브이’를 소재로 무기력한 청년 백수의 현실을 담아냈다. 유쾌하고 사회 풍자적인 작업을 주로 한다. 우리 조상이 팔만대장경을 새기며 호국의 의지를 다진 것처럼 글과 그림에 자신의 염원을 담는다.

서울 강남구 삼청동에 자리한 갤러리 ‘도로시 살롱’서 성태진의 개인전 ‘Beyond the Universe 우주 너머’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가평의 밤하늘과 솔숲을 바라본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학문적 관심이 결합해 탄생한 밤하늘, 우주 등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기심 넘어

성태진은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태권브이를 ‘청년 백수’로 희화화해 표현했다. 더 이상 지구를 지킬 필요가 없는 태권브이에 직업을 잃은 사람을 빗댄 것이다. 그는 청년실업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그린다. 묵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작업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 전시서 성태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작품 세계를 드러낸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을 탐구하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특히 가평서 본 밤하늘에 영감을 받아 우주와 자연, 상상을 융합한 초현실적이고 감각적인 작품을 소개한다.

성태진은 태권브이, 스타워즈, 갤러그(게임) 등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차용해 그 속에 내포된 우주의 상징을 작품에 담았다. ‘Beyond the Universe 우주 너머에’ 시리즈는 가평의 자연을 배경으로 과거의 기억과 상상력의 결합을 통해 경이롭고 신비한 우주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가평의 밤하늘에서 영감
대중문화의 아이콘 차용

성태진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태권브이의 로켓 펀치가 날아가고, 스타워즈의 우주선과 갤러그 전투기가 공중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그렸다. 이는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세계를 펼치며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특히 검은 밤하늘과 초록 솔숲이 만들어내는 산등성이의 색채 대비가 인상적이다. 검정과 초록의 대비, 화면의 절반 이상 혹은 전체를 차지하는 검은 밤하늘에 무질서한 듯 질서 정연하게 반짝이는 별빛, 비행 물체의 구성은 작가가 얼마나 색을 잘 쓰는지를 보여준다.

성태진은 어린 시절 체득한 다양한 과학 지식에 상상력을 더해 세계, 우주 너머에 관한 질문과 답을 찾고자 했다. 우주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호기심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Beyond the Universe 우주 너머에’ 연작은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우주와 생명체의 시작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유도한다.

‘Beyond the Universe 우주 너머에’ 연작은 성태진이 2020년부터 제작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전시와 아트페어서 몇 점씩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이 연작만을 모아 개인전으로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미공개 신작만 선보인다. 한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작년과 올해 제작했다.

존재를 묻다

도로시 살롱 관계자는 “성태진의 이번 개인전은 우주 너머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관람객에게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머리 위로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어린 시절 열광했던 스타워즈의 우주정거장과 우주비행선이 떠다니고 갤러그의 전투기가 날아다니며, 태권브이가 발사한 로켓 펀치가 유영하는 신비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 그사이 혹은 그 너머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성태진은?]

▲학력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 졸업(2004)
홍익대학교 대학원 판화과 수료(2006)

▲개인전
‘성태진 초대전’ 소천갤러리(2024)
‘태권브이를 기다리며’ 대구어린이세상(2024)
‘내 모든 날과 그때’ 이길이구갤러리(2023~2024)
‘지금은 그 어디서’ AAW 갤러리(2023)
‘성태진 미디어 개인전’ MBC 미디어오션(2023)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