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 경영 승계 정공법

2025.04.07 17:50:44 호수 1526호

꼼수 없이 정면 돌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유상증자 추진 이후 불거진 승계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한참 민감한 시기에 ㈜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변칙이 아닌 정공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31일 김승연 회장이 ㈜한화 보유 지분 22.65%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분 4.86%,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지분 3.23%씩 취득하는 방식이다.

통 큰 발걸음

증여 절차가 완료되면 김 회장의 지분율은 11.33%로 하락하는 반면 기존 4.91%였던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9.77%로 상승하게 된다. 김 사장과 김 부사장 역시 지분율이 5.37%씩으로 오른다.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 22.16%를 보유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여 완료 이후 삼형제의 ㈜한화 실질 지분율은 42.67%로 높아진다. 삼형제는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너지 지분 100%(▲김 부회장 50% ▲김 사장 50% ▲김 부사장 50%)를 쥐고 있다.

김 회장은 지분 증여 이후에도 그룹 회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1981년 부친인 고 김종희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29세 나이에 회장에 올라 지금껏 그룹을 이끌어왔다. 한화그룹은 40년 넘게 이어진 김 회장 체제에서 재계 7위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상태다.


이번 증여 결정은 주가가 저점을 찍었을 때 증여 절차를 밟는 통상적인 승계 수순과 사뭇 다르다. ㈜한화 주가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4만950원으로, 2만~3만원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이전과 비교해 월등히 높아진 상태다. 지난 2월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일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래 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흐름이다.

세 아들에게 지분 증여 결정
유증 논란 잠재우고 정당성 확보

유상증자 관련 부정적 시선을 불식시키는 카드였다는 점에서, 이번 증여 결정은 일종의 정공법으로 읽힌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내비쳤는데, 일각에서는 유상증자를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또는 강화를 위한 수단쯤으로 바라봤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이 지분을 줄이는 선택을 꺼내자, 승계 절차 정당성 논란은 가라앉았다. 주식 시장에서는 증여 결정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1일 ㈜한화 주가는 전일 대비 2250원(5.49%) 오른 4만3200원에 장 마감했다. 개장 직후엔 17% 가까이 뛰기도 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는 승계 관련 ㈜한화 주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요인”이라며 “㈜한화 주가 하락 우려는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증여 결정은 그룹의 승계와 관련해 어떠한 변칙적인 방법도 동원하지 않을 거라는 의지를 시장에 표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련의 사태로 인해 주가가 크게 조정받았던 ㈜한화는 이제 할인 요인이 축소되면서 지분 및 영업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은 관건은 증여세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삼형제가 내야 할 증여세는 3월4~31일 평균 종가 기준 2218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를 상속 받은 지분에 따라 분담하는 수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과세 기준 가격은 오는 30일 기준 2개월 전후 주가 평균 가격으로 결정된다.

우호적 분위기

지분 증여를 계기로 삼 형제의 역할 분담이 확연해질 거란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김 부회장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우주항공 및 방산분야를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 분야를, 김 부사장은 기존 유통업에 더해 한화정밀기계 등 반도체와 로봇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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