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스타’ 박영수 몰락 풀스토리

2025.02.24 10:20:45 호수 1520호

잡다 잡다 자신이 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는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감옥에 있다. 법망을 피하려는 사람을 잡아넣던 과거가 무색하게 본인이 그 그물에 걸려들었다. 지나칠 정도로 초라한 말로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논할 때 박영수 전 특별검사(사법연수원 10기)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박 전 특검은 지방에 좌천돼있던 윤 대통령을 서울로 불러 요직을 맡겼다. 윤 대통령은 박 전 특검의 부름을 발판 삼아 정권교체 이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뛰어올랐다. 대권 행보의 첫걸음이 된 셈이다.

유명한 특수통
‘윤의 구세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지 못한 일반인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고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전에도 대통령이 구속된 사례가 있었지만 전 국민의 관심도는 비할 바가 못됐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승식·박영수 두 변호사 가운데 박 전 특검을 임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강력과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찰청 중수부장, 서울고검장 등을 거친 박 전 특검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불렸다.

2009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특검으로 발탁됐다.


박 전 특검은 당시 대전고검에 있던 윤 대통령을 ‘수사팀장’으로 영입했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던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슈퍼 특검팀’의 시작이었다. ‘박영수 특검팀’, 정식 명칭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태서 출범했다.

수사 기간, 규모 등에서 역대 특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국민적 지지도 높았다. 박 전 특검은 임명된 이후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 농단 사태로 스타덤
전 국민의 지지 받았지만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 등 대기업 뇌물,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수사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30여명을 기소했다. 이후에 나온 법원의 판결은 차치하고라도 역대로 따져도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는 박 전 특검이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등에 박 전 특검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던 특별검사가 거꾸로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은 충격으로 이어졌다. 한때 윤 대통령의 ‘구세주’로 불렸던 인물의 몰락이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김모씨가 수산업자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챙겼다는 내용이다. 그는 2018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선박 운용사업과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매매 사업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7명으로부터 총 116억24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들은 수개월 안에 3~4배의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는 그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박 전 특검은 이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때 언급된 게 명품 자동차 ‘포르쉐’다. 가짜 수산업자가 제공한 포르쉐를 무상으로 타고 다녔다는 내용이다. 2021년 7월 박 전 특검은 이른바 ‘포르쉐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도의적 책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리를 내려놨다.

금품수수
유죄 인정


이후 2022년 11월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0년 3회에 걸쳐 86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고 대여료 250만원 상당의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해 336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전 특검 측은 포르쉐를 공짜로 타고 다녔다는 혐의에 대해 “처음부터 비용을 지급할 의사로 차량 등을 대여했고 실제로 지급했다”며 “금품수수에 관해서는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공직자가 아니기에 1회당 100만원이 넘거나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문제가 되는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박 전 특검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훼손된 사안”이라며 “박영수 피고인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의 규명을 위해 임명된 특검으로서 어느 공직자보다 공정성, 청렴성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은 국가적 의혹 사건의 공정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설치된 독립된 기관”이라며 “특검법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 때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한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서 파생된 ‘50억 클럽’에도 박 전 특검의 이름이 언급됐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불거진 이후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이 대표를 비롯해 주요 관련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마다
이름 나와

2023년 검찰은 두 번의 청구 끝에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2015년 4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임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원과 대지 및 주택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서 기각되자 보강 수사를 진행해 재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3~4월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5억원을 받고 50억원을 약속받았다고 봤다.


또 박 전 특검이 특검으로 활동하던 2019년 9월~2021년 2월 딸과 공모해 11억원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추가했다. 2016년 화천대유에 입사한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렸다.

법원은 ‘증거인멸’을 이유로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 2월 정치권에서 이름이 언급되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순 혐의도 받았다.

50억 클럽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수익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고 지목된 인물들이다. 2021년 9월 대장동 수사 과정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총 6명의 이름이 언급됐는데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곽상도 전 의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과 함께 박 전 특검이 포함됐다.

포르쉐 의혹 삐끗하더니…
대장동 사건으로 징역 7년

최근 박 전 특검이 기소된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는 지난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특검에게 징역 7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1억5000만원도 명했다.

박 전 특검과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1억50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상황이라 신변을 구속할 이유가 상당하다”며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를 법정 구속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이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우리은행의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개별 청탁 여부는 공소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그 대가로 200억원과 건물 등을 약속받은 데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라고 봤다.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에 도움을 준 대가로 50억원을 약정받고 5억원을 받은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딸을 통해 11억원을 받은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유죄로 본 부분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가 3억원을 전달한 시기와 장소, 전달 방법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박 전 특검은 지난 18일 항소했다. 3억원 수수 부분도 무죄라는 취지다. 박 전 특검 측은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들었다. 1심서 유일하게 인정한 변협 선거자금 수수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항소
다음은?

박 전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서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과거의 영광은 완전히 사라졌다. 한때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두 차례나 구속된 피고인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도 아직 뿌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의 몰락은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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