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서 올해 마지막 전시로 작가 김덕기의 개인전 ‘꿈의 여정: Journey of Dreams’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수의 라인 드로잉과 새롭게 시도한 유화, 실크에 그린 연구 작품 등 50여점의 신작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이 보편화되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쏟아지면서 ‘미지의 세계’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갈망한다. 새로운 풍경은 마치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고 찾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비밀 같다. 

내용 달라도

김덕기에게 여행은 전시 제목인 ‘꿈의 여정’처럼 꿈 같은 시간을 선물해주는 무언가다. 그는 “여행의 여정을 담은 캔버스가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덕기의 대표작은 ‘여행 시리즈’다. 밝은 색면이 형태를 단단히 잡아주고 그 위로 빛나는 색점이 화면을 수놓는다. 그의 그림에는 그림자가 없다. 점점 더 환하게 차오르는 긍정의 에너지만 가득할 뿐이다. 

전통적인 풍경 구도로 이뤄진 화면서 발견되는 인물은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반 풍경화와 확연히 구분되는 높은 채도의 색깔에 밀도 있게 쌓아 올린 완성도는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으며 잔잔한 울림을 준다.

동양화나 서양화로 간단히 구분할 수 없는 김덕기의 독창적 양식은 오랜 시간 구축된 정교함으로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 여정에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지역이 더해져 이전과는 또 다른 색채와 다양한 층위의 구도를 발견할 수 있다. 작품 제목은 직접 방문한 세계 곳곳의 지역과 장소로 명시했지만 그림 속 요소는 실제라기보다 김덕기가 그리는 판타지의 정경이라 할 수 있다.

라인 드로잉·유화 50여점
새로운 재료로 작품 시도

온화한 날씨, 잔잔한 물결 위 요트와 고니들, 색색의 꽃과 풀, 지붕이 아름다운 가옥,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순간을 묘사한 풍경은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라인 드로잉’ 시리즈도 대거 선보인다. 오일스틱으로 그린 선묘는 라인이 중첩되며 다차원의 공간을 형성한다. 회화에 채색하듯 그린 선을 통해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작가가 어떠한 상상과 창작의 과정을 거치는지 엿볼 수 있다. 

올해 초 LA아트쇼서 오방색을 주제로 펼친 퍼포먼스 회화도 함께 전시된다. 빠르게 마르는 아크릴의 특성을 이용해 마치 화선지에 먹으로 드로잉을 하듯 색면 위 과감하고 힘찬 붓놀림으로 화폭을 채워 ‘Eastern Perspective-동양적 관점’ 시리즈를 완성했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여행을 가듯 김덕기는 전시를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손에 익은 재료를 잠시 내려놓고 유화물감과 실크로 새로운 작품을 시도했다. 아크릴 물감과는 다른 묵직한 물성의 재료를 다루며 자유로운 붓터치와 질감 있는 표현, 풍부하고도 미묘한 색채로 추상에 가까운 유화를 완성했다. 

두 가지 재료를 섞어 아크릴화의 근경에 놓인 꽃을 오일로 묘사해 생동감을 불어넣는가 하면 캔버스가 아닌 실크 위에 그린 섬세한 라인 드로잉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존의 거친 느낌을 벗고 부드러움이 한껏 더해졌다. 불완전함을 안고 도전 중인 김덕기의 그림 여정은 부푼 설렘과 기대로 순항 중이다. 

행복감 선사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저마다 가진 꿈의 내용은 다르지만 이상을 향한 여정은 공통적으로 행복감을 선사한다. 꿈을 꾼다는 것은 그것이 실현되기 전 마음에 소원이 생기고 구체화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포함한다. 과정의 낯섦과 고단함조차 기대로 승화시키는 행복한 꿈은 그런 면에서 여행과 매우 닮아있다”며 “미지의 세상으로 나서는 두근거림과 강한 에너지, 새로움이 전해주는 흥분과 자극, 마음의 풍요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이끄는 김덕기의 ‘꿈의 여정’이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도 펼쳐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김덕기는?]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1993)

▲개인전
‘행복으로의 초대’ 갤러리구(2023)
‘바람의 기억’ 소울아트스페이스(2022)
‘You Are My Sunshine!’ 신세계백화점 본점(2022)
‘홈 스윗 홈’ 교동미술관(2022)
‘봄을 그리다’ 소울아트스페이스(2021)
‘즐거운 우리집’ 두가헌(2021)
‘눈부신 햇살 아래서’ 포스코미술관(2020)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