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밤새 내린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27일 오전, 서울 도심에는 20㎝에 육박하는 폭설이 쏟아져 내리면서 출근길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미끄러운 길 위에서 직장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며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대로 제설이 이뤄지지 않은 인도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는 시민도 있었다.
1시간 조금 넘는 거리를 통근한다는 직장인 박모(31)씨는 “출근 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렸다.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 미끄러워 빠르게 걷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중교통 역시 혼잡했다. 지하철과 버스에는 예상치 못한 폭설로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시민들이 질척이고 미끄러운 바닥을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지하철 역사에서는 여느 때보다 더 ‘콩나물시루’와 같았다. 출근길 승객들이 몰린 탓에 안전문(스크린도어)을 닫는 데 시간이 걸려 일부 열차가 지연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7호선 보라매역에서는 승강장 안전문 장애로 한 때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상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바빴다. 제설 삽과 넉가래를 들고 눈과 씨름하는 모습은 이날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를 실감케 했다.
서초구 방배4동 인근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모(37)씨는 “밤새 이렇게 많이 내릴 줄 몰랐다. 손님들이 음료를 들고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미리 (눈을)치워놔야 한다”며 분주히 움직였다.
폭설로 인한 정전 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에는 폭설에 무거워진 가로수가 쓰러져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 주택 등 가구 174호에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은평구에서도 폭설에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증산동 일대 주택 등 39가구가 정전됐다.
반면, 이 와중에도 아이들에게 이번 폭설은 뜻밖의 ‘겨울 왕국’이었다. 손이 시려울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로 나온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생 김모(11)군은 “첫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건 처음 봤다. 등교 시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즐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7시 기준 서울의 적설량은 ▲성북구 20.6㎝ ▲강북구 20.4㎝ ▲도봉구 16.4㎝ ▲은평구 16.0㎝ ▲종로구 16.5cm 등 20cm를 넘나들었다. 서울에서 20cm 안팎의 눈이 쌓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이날 출근 시간대 ‘러시아워’ 운행 시간을 평소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30분까지 30분 연장했다. 서울시는 오전 7시부터 자치구 및 유관기관과 함께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해 제설 대응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시는 9685명의 인력과 1424대의 제설장비를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눈 예보가 내일(28일) 오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설 대응 2단계가 유지되는 동안,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증회도 지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