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윤석열 대통령, 뒷모습 노출돼야

2024.11.04 13:45:19 호수 1504호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29개월 동안 19번의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했다. 45일에 한번 꼴로 해외 외교를 펼친 셈이다. 우리나라 글로벌그룹 회장의 해외 출장보다 많은 횟수다.



필자는 해외순방 때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 대통령이 해외 세일즈를 위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뒷모습과 해외순방을 마치고 전용기서 내려오는 앞모습을 유심히 봤다.

그런데 뒷모습과 앞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국익의 비전을 품고 탑승하는 뒷모습은 믿음직스럽고 듬직했지만, 순방을 마치고 전용기서 내려오는 앞모습은 뭔가 진정성 있게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와 상관없이 그랬다. 윤 대통령의 뒷모습과 앞모습이 다른 이유는 뭘까?

몇 해 전 대학 동기들과 부부동반 모임으로 유성 근처 장백산휴양림에 갔을 때, 필자는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깜짝 놀랐다.


다들 나이에 비해 얼굴도 팽팽하고 외모도 괜찮은 편인데 카메라 앞에선 본래의 모습과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순간 가장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뒤로 돌아서게 하고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사진을 공유했더니 일행 모두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뒷모습 사진이 최고의 작품이라며 의외로 좋아했다.

앞모습은 얼굴이 돋보여 화려하고 변화무쌍하지만, 어깨와 등이 보이는 뒷모습은 정직하고 속임이 없다. 앞모습은 살아온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지만, 뒷모습은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과거의 모습이다.

일의 성과를 낼 때 앞모습은 영광을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뒷모습은 같이 수고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그래서 천사 같다. 뒷모습엔 비밀이 있고, 여운이 있고, 스스로를 나타내지 않고, 속이지 않는 마음이 있다.

앞모습이 당당했던 임기 초기나 앞모습이 불안한 최근이나 해외순방 길에 오를 때 윤 대통령의 뒷모습이 진정성 있게 보이는 이유다.

전쟁 때 아군과 적군은 서로 앞모습을 보고 있지만, 아군끼리는 뒷모습을 보는 대열이어야 한다.

조직이나 공동체가 목표를 달성할 때도 서로 앞모습만 보고 가면 성과를 낼 수 없다. 뒷모습을 보고 일사불란하게 가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좁은 길에서 동행하기를 원한다면, 뒷모습을 보면서 가야 제대로 갈 수 있다. 삶에서도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끝까지 같이 가려면 그 사람의 뒷모습, 즉 꾸밈없는 진심을 믿고 따라가야 동행할 수 있다.

대통령을 만든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면서 국정운영 파트너가 돼야 한다. 그런데 앞모습만 보고 담판 지으려고 하니 문제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뒷모습을 보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운동선수를 뽑을 때 얼굴이나 가슴이 보이는 앞모습을 보지 않고, 몸의 균형과 힘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어깨와 엉덩이와 허벅지와 장딴지가 보이는 뒷모습을 보고 평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온통 앞모습만 보고 판단하니 사회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모습이나 옆모습이 아름다운 친구는 금방 식상하지만, 뒷모습이 아름다운 친구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뒷모습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나 자신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와 헤어질 때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상대의 뒷모습과 뒷모습에 비춰진 나 자신의 모습도 스캔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우리 국민에게 뒷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면 지금 같이 낮은 지지율은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국민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자신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필자는 살아생전 남편 없이 홀로 가정을 지키고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날마다 일터로 나가시던 어머님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님의 뒷모습 속엔 “필자가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우리 국민도 윤 대통령의 앞모습만 보면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뒷모습을 보면서 윤 대통령의 숨김없는 메시지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언론도 이저캔트(이러지도 저러지도 + 못한다 can’t) 상황서 애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윤 대통령의 앞모습만 보여주지 말고, 윤 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뒷모습도 노출시켜야 한다.


윤 대통령도 뒷모습이 진짜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에 따라 앞모습이 쉽게 변하는 이재명 대표나 한동훈 대표도 진심이 담긴 뒷모습이 자주 노출돼야 우리 국민이 그들의 메시지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날마다 뉴스를 접하는 필자인데도 두 대표의 뒷모습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앞모습만 보고 필자 스스로 진정성을 판단해야 했다.

추측컨대, 윤 대통령의 뒷모습은 대통령이라는 무게감과 산적한 국정 현안 문제, 특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고민 등이 담겨있을 것이다. 여건 야건 이런 윤 대통령의 뒷모습을 제대로 봐야 윤 대통령의 고민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윤 대통령의 20번째 해외순방 땐 공군 1호기에 오르는 윤 대통령의 뒷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의 진짜 마음을 봤으면 좋겠다. 언론이 윤 대통령의 뒷모습을 더 노출시켜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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