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윤석열 대통령, 통합의 리더십 발휘할 때

2024.06.27 09:21:09 호수 0호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밤’은 결코, 편치 않을 것이다. 흔히들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하지만, 4·10 총선 이후 여소야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의 특검 공세, 20%대 국정 지지율인 상황서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은 친윤(친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으로 나뉜 당 분열 현상으로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집권 3년 차로 접어든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잠자리에 편히 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해법은 ‘통합’이다.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는 통합은 위기 속에서 산적한 난제들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요, 비법이다.

‘첩첩산중’인 22대 국회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뚝심 좋은 바람의 파이터형’의 지도력과 국정운영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줬지만, 집권 3년 차에는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핵심은 ‘통합’이다. 정치학자들 사이서 ‘오케스트라 정치’ ‘가능성의 예술’로 불리는 통합정치는 ‘갈등을 해결해 서로 돕는 정치’로 ‘4협’(협의-협상-협력-협치)을 꼽는다. 지난달 30일,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윤 대통령에게 통합정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22대 국회는 첩첩산중이요, 가시밭길이다. 지난달 9일, 윤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 책상에 앉아 취임 2주년 회견문을 낭독할 때, 책상 위에는 영어로 ‘The buck stops here’라고 쓰인 명패가 눈길을 끌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받았던 선물 명패다. 하지만 지금 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난제들은 너무나 많아 제갈공명이 있어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 술 이름에 빗대 만들어 낸 이른바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건, 양평 땅 의혹, 명품 백 의혹, 주가조작 의혹) 공세를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을까?

범야권의 파상 공세는 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상황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통합정치’가 유일한 출구전략이자 해법인 것 같다. 통합정치가 절실한 이유는 민주당이 장악하다시피 한 22대 여소야대 정국인 탓이다.

범야권이 192석, 여당인 국민의힘이 108석인 상태서 범야권의 원내 전략은 ‘돌격 앞으로!’일 것은 자명하다. 다수 의석과 강경파 전사들, 각종 호재라는 삼박자를 갖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이미 전방위로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달 16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오찬 참석을 계기로 153일 만에 공개 활동을 시작했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다. 새로운 국무총리의 국회 인준은 또 가능할 것인가?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을 입법화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22대 국회는 범야권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9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또다시 행사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도무지 출구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암울한 상황서 필요한 전가의 보도가 바로 통합이다. 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통합정치의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통 크게 흐름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통섭’의 행보를 보인다면, 국정 동력은 한층 탄력받을 것이다.

우선 우원식 전반기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에 특별히 축하 전화를 하거나 용산 관저에 의장단을 초청하는 것도 좋은 통합정치의 일환이다.

범야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경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여야 합의 과정처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누가 뭐래도 가장 효과적인 통합정치는 잦은 만남(소통)이다.

영수회담을 두 번 세 번 갖고, 용산 관저서 오찬-만찬 모임을 몇 차례 갖다 보면, 아무리 골치 아픈 난제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해법이 도출되리라고 본다.


윤 대통령이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 심지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를 용산 관저로 초청해 술잔을 주고받으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면 상황은 훨씬 부드러워질 수도 있다. 이 자리서 새 총리나 장관들의 인사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협치를 위해 야권 지도부와 술잔을 주고받는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미국 대통령들의 경우, 통합과 소통을 위해 ‘전화 정치’를 자주 활용한다. 전화라는 특수성으로 오히려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 모름지기 통합정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갈등과 분노와 적대감을 줄여나가는 과정이다.

통합정치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통합 인사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우리 현대사에서 파격적인 통합 인사가 많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예컨대 우파였던 이승만 대통령은 좌파인 조봉암을 농림부 장관으로 발탁했고, 진보적인 김대중 대통령은 보수적인 김종필-박태준을 총리로 중용해 큰 통합 효과를 봤다.

이름만 들어도 ‘성공한 지도자들’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링컨·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 메르켈(독일)·토니 블레어(영국) 총리 등은 한결같이 통합의 달인이었다.

통합 중의 통합은
정부여당 ‘내부 통합’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공통으로 전쟁, 경제난, 양극단 대결 같은 위기 상황을 국민통합으로 극복함으로써 경제 부흥을 이뤄냈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통합정치→국민통합→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도 통합 인사, 탕평인사를 잘만 해나간다면 정치뿐 아니라 경제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사실 통합 중의 통합은 ‘내부 통합’이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외부적으로 힘든 상황일지라도 내부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똘똘 뭉치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반대로 외부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삐걱거리면 금방 자중지란에 빠지게 된다. 안타깝게도 윤 대통령은 당정 관계서 지난 2년 동안 이준석-유승민-나경원-안철수-김기현 같은 당내 중진들과 갈등설이 존재했고 집권 3년 차로 접어들어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불편한 관계인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에게 가장 든든한 것은 내부 단결이요, 가장 위험한 것은 내부 분열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앞둔 7월에 내부 결속에 특별히 힘써야 한다. 또다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논란’과 함께 친윤-비윤의 계파 싸움으로 치닫게 될 경우, 과거와 비교가 안 되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권 경쟁서 패배한 계파 인사들이 국회 본회의 표결서 조직적 반기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서 탄핵당한 배경엔 내부 반란이 한몫했다는 주지의 사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시점서 윤 대통령에게 통합정치의 예로 제시하고 싶은 정치인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다. 마크롱은 집권 초기에 부족한 정치 경험과 25세 연상의 아내, 어설픈 정책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중도정치’로 극복하고 연임에 성공해 7년째 집권하고 있다.

그의 중도정치는 곧 통합정치다. 마크롱은 철저히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좌·우파의 장점만을 취하는가 하면, 자신을 공격했던 정적을 각각 총리(3년)와 경제 장관(7년)으로 발탁했다.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을 휩쓸었고 최근에도 자신을 비판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때마다 전국을 직접 순회하거나 기자회견,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을 설득해 나가고 있다.

“레임덕 생각 않고 민생에 올인”

윤 대통령도 진영논리나 정치 이슈서 벗어나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통합정치다.

미국의 레이건·클린턴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각각 이란-콘트라 사태와 르윈스키 스캔들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탄핵 직전 상황까지 몰렸지만, 과감한 통합 드라이브(미즈 법무부 장관 발탁, 의회 협상)로 위기를 넘겼다.

훗날 클린턴은 “아무리 힘들어도 레임덕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민생에 집중했다”며 “야당, 즉 의회와의 적극적인 공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에게 딱 와닿을 말이다.

윤 대통령은 하루속히 국정동력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그 해법은 통합이라는 믿음을 확고하게 가졌으면 한다. 대통령 리더십 전문가인 미국의 스티븐 캘러브레시 박사는 “레임덕은 일종의 신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거대하고 무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것 아니며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적극적인 통합정치로 우리 국민이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도록 순조로운 국정운영을 기대해 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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