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만드는 ‘비급여’ 딜레마

2024.06.24 15:25:47 호수 1485호

손가락 치료에 60만원 훌쩍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의사가 성형외과로 쏠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성형외과가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문제 외에도 비급여 진료비로 인한 문제가 의료계엔 끊이지 않는다. 보험회사와의 소송,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높은 병원비 등이 있다.



병원을 다녀온 후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볼 수 있다. 급여는 보험이 적용되는 걸 말하고, 비급여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급여는 일부 본인 부담과 전액 본인 부담으로 나뉜다. 전액 본인 부담이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용의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어떤 병원을 가더라도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진료비가
다른 이유

진료의뢰서 없이 대학병원을 가거나 응급상황이 아닐 때 응급실을 이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일부 본인 부담은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으로 나뉜다. 비급여는 항목별로 선택진료비와 이외 금액으로 이뤄져 있다.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진료비용,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차액, 미용 목적의 각종 성형수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상황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국민 중심 의료’로 변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비급여 관리로 손꼽힌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는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높인 4세대 실손보험마저 손해율이 올해 1분기 130%를 넘는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월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가운데, 비급여 항목 지급액이 전년 대비 특히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급여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가 대비 수가(의료서비스 대가)가 낮은 상황에서 일부 의료기관은 수익을 늘리고자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받게끔 유도해 왔다. 특히 실손보험이 도입된 이후로는 수입을 늘리려는 병·의원과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급여 진료가 급격하게 늘었다.

그만큼 환자 부담이 불어났고,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비급여 진료가 많은 특정 진료과에 대한 ‘의사 쏠림’도 늘어났다.

이는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2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분석 결과, 의원급을 중심으로 2022년도 건강보험 보장률이 전년 대비 1.2p% 상승한 65.7%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건강보험환자의 총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의 비중(건강보험 보장률)을 파악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등 2521개 기관을 대상으로 2022년 6월과 12월 중 외래 및 입원환자의 진료비 내용을 지난해 1~10월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수치로만 보면 1.2p% 상승해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62.0~63.8%로 6년이나 지났지만 1.9%밖에 상승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보장률 80%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비급여가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급여 비용을 검토한 결과 전체 또는 비급여 비용을 지급한 일부가 요양급여 대상으로 전환된다. 요양급여 대상자는 비급여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환불받게 되는데, 이 경우는 비급여로 지급한 비용도 비급여로 반영하지 않아서 실제 비급여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 처방하고 부작용 발생하면…
OECD국가 보장률 80% 한국은 65%

비급여 진료는 외래가 72.90%, 입원이 38.71%로 나타났다.

진료 과목에 따른 비급여 비율의 평균은 정형외과 50.35%, 신경외과 51.95%, 내과 36.43%, 외과 49.27%, 산부인과 62.03%, 응급의학과 57.28%, 안과 70.08%, 소아청소년과 54.39%, 성형외과 70.36%, 비뇨의학과 57.80%, 재활의학과 36.26%, 이비인후과 57.06%, 피부과 80.33%, 흉부외과 32.54%였다.

이런 상황이니 비급여 진료가 비싸서 치료하기 힘든 상황도 발생한다. 직장인 A씨도 이런 일을 겪었다. A씨는 엄지손가락이 저려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엄지손가락에 초음파 검사부터 하더니 0.1㎜짜리 물혹이 보인다면서 주사를 놨다.


이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체외충격파 치료, 냉각치료 등 물리치료 2~3가지를 권했다. A씨가 1시간30분 동안 치료를 받은 뒤 확인한 진료비 내역서에는 60만원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었다. 값비싼 치료 후에도 차도가 없어 A씨는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비급여 진료로 비싼 치료비를 내도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급여로 치료받길 원하는데 이런 경우 또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법원이 80대 환자를 상대로 ‘맥페란정’을 처방한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보건소 등에서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최근 80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정을 처방해 전신 쇠약, 발음장애 증상을 나타나게 한 혐의로 의사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맥페란정은 구역, 구토 증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치료제다.

이 같은 사법부 판단에 일부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환자들에게 약물 처방 제한 공지를 냈다. 이번 창원지법 판결로 인해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약물은 처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발생하는
부작용은?

A 보건소는 공지를 통해 “창원지법은 80대 파킨슨 병원 환자에게 맥페란정 주사를 사용해 전신 쇠약, 발음장애, 파킨슨병의 일시적 약화 등 부작용을 일으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환자는 의사에게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병력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건소는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해 부작용 발생 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발생함에 따라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보건지소 및 전문과목 특성을 고려해 상당한 사유 없이는 일부 약물들을 처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건소서 밝힌 향후 처방이 제한되는 약물은 ▲감기약 코푸시럽, 진통소염제, 항히스타민제 등 ▲무좀약 플루코나졸, 다나졸 등 ▲피부질환 스테로이드 연고 ▲비뇨기과 전립선비대증 약물 등이다. 해당 약물 외에도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대처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약물의 처방이 제한될 예정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 어떤 약도 쓰지 마라.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릅쓸 중요한 환자는 없다”고 썼다.

임 회장은 “앞으로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에 대해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있는 맥페란정, 온단세트론 등 모든 항구토제를 절대 쓰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서 구토 증상에 쓸 수 있게 허가받은 약은 맥페란정뿐이다.

결국, 의료계의 비급여·급여 문제가 보험회사와 의료계의 소송으로 번지는 실정이다. 그 예로 트리암시놀론(triamcinolone) 주사 사건이 있다. 법령에 따르면, 트리암시놀론 주사는 관절염 치료로 사용 시 요양급여 항목 혜택을 받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한 병원서 비염 환자에게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처방했다. 주사 성분 중 알레르기성 비염 염증을 억제해 코막힘, 재채기, 비강 가려움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주사가 비염 환자에게 쓰여서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 것이었다.

진단서 및 진단서 영수증에는 ‘비염’ ‘비급여 주사제’로만 기재돼있었다. S 보험회사는 환자에게 보험급을 지급했고, 후에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인 것을 알게 되면서 해당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그러자 해당 의료기관은 “비염 환자에게 트리암시놀론 주사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의료기관이 위법한 진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설령 의사가 환자로부터 받은 진료비가 국민건강보험 법령상의 요양급여 기준을 위배했어도 이는 보험계약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툭하면
소송전

이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미리 내용과 비용을 설명하고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것에 동의를 받았다면 이는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임의 비급여 예외적 허용 조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 측은 “트리암시놀론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기에 비염 환자에게 주사한 것은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이것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환자와의 진료계약은 무효다. 임의 비급여 예외적 허용 조건은 충족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하급심 판결에서는 의료기관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서 결과는 뒤집혔다. 13명의 대법관 중 5명만 반대 의견을 내 다수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에 따라 원심 판단을 취소하고 각하 결론을 내렸다.

김명수 대법관은 “실손의료보험 계약의 보험자가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험사에 환자의 일반채권자에 우선하는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유로 의료기관에 대해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 것인지는 환자 의사에 달렸다. 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비염 환자에게 썼지만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맘모톰 절제술’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맘모톰은 음압을 이용한 진공장치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해 유방 종양의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의료기구다.

그런데 일부 의료기관은 조직검사 용도를 넘어 초음파 유도하에 맘모톰 장비를 이용해 유방 양성종양 환자에 대해 종양 절제술을 실시한 후에 ‘비급여 유도 초음파’ 비용과 ‘1회용 진공 보조 흡입생검용 침’ 비용을 영수증 상 비급여 항목에 기재해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았다.

맘모톰 생검술은 병변 조직 일부의 진단을 위해 4~5회 정도 맘모톰 장비를 작동해 조직 일부를 채취하는 것으로 사용 범위가 제한돼있다. 반면, 맘모톰 절제술은 병변을 전부 제거하는 목적으로 맘모톰 장비를 수십회 작동하는 것으로 사건 발생 당시 맘모톰 절제술은 신의료 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보험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자율성과 안전장치가 필요해”

환자는 병원서 발급한 영수증 등 서류를 첨부해 H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보험회사는 맘모톰 절제술이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 또는 법정 비급여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다만 이 사건에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해외서 맘모톰 장비를 이용한 양성 유방 종양 제거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고, 국내서도 2006년 1월 맘모톰 장비를 유방 양성종양 절제술에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입 허가 내용이 변경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맘모톰 절제술에 대해 과거 3차례 신의료 기술평가를 신청했는데 2017년 제1차 때 초기기술로, 2018년 제2차 때는 연구단계 의료기술로 평가받았다. 2019년 10월24일 이후부터는 비급여 목록에 기재됨으로써 법정 비급여가 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법정 비급여가 되기 이전 시점이었다.

의료기관은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정하지 않은 진료행위는 비록 보건복지부령에 방법, 절차, 범위, 상한 등 기준을 정하지 않았어도 원칙적으로 요양급여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유방 양성종양을 제거할 당시 맘모톰 절제술이 법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돼있지 않았지만, 이 같은 절제술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돼있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 목록이 의학의 진보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의료기관은 맘모톰 절제술을 요양급여·비급여 목록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여러 차례 해왔다. 먼저 환자의 동의가 있었고, 예외적으로 임의 비급여를 허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맘모톰 절제술은 메스를 이용한 절제술에 비해 신체 침습 부위가 작고 회복 속도가 빠르며 별도의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는 당시 신의료 기술평가 승인 이전이었기 때문에 해당 진료행위는 법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고, 명백한 임의 비급여로서 강행법규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2심, 대법원 모두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법령서 치료기관이 임의 비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설령 치료행위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해도, 그 잘못이 보험회사의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손해와는 상관없다. 의사가 환자들에게 맘모톰 시술 비용을 청구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해도, 보험사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비급여와 관련해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의료계에 ‘맥페란정이 파킨슨병을 악화시킬 수 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의학적 사실이니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온세란정이라는 구토 방지약이 있는데, 이 약이 효과가 좋다는 것은 의사는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온세란정은)부작용도 비교적 적은데, 항암제 사용자가 아니면 급여가 안 된다. 이걸 임의 비급여식으로 본인 부담으로 사용하면 보험회사에서 과잉진료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해결법은?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하는 얘기는 똑같다. 결국 비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런 식의 판결이 계속 발생하면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의 몸은 변수가 많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적인 판단을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자원으로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율성과 안전장치를 줘야 국민이 다양한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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