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혼란의 국회, 협치 위한 해법 제언

2024.06.17 11:07:20 호수 0호

국회가 국민 분열 부추겨
총선 민심은 독주 아니다
민주당 입법독주 견제해야

현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가 배정 완료된 22대 여소야대 국회는 긴장감에 싸여 있다. 새롭게 선출된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선량으로서 민생을 위한 입법안 준비에 집중하기보다는 야당의 일방적인 반쪽짜리 국회 운영에 따른 각종 특검법 발의와 대정부 전운이 드리워져 있다.



4·10 총선서 민주당은 압승하고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차지함으로써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회 구도는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입법적 공격을 가속할 것이 명확하다. 현재 국회 구도는 지난 21대와 유사하나 3년 후 대통령선거(대선)이 있고 민주당에서는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어 22대 국회는 더욱 치열한 여야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4·10 총선서 국민이 보내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협치다. 국민은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지선)서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기대했던 협치와는 거리가 먼 독단적 정치를 해온 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완고한 통치 지도력과 소통 결핍이 민주당의 21대 국회 입법 독주와 다수의 횡포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또 대통령이 거침없이 거부권을 8차례나 행사하고, ‘형사 피고인’이라며 거대 야당의 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은 정치 행태에 대해 국민이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무리 합법적인 권력 행사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일방적이면 정치가 실종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4·10 총선서 여당이 참패한 후, 윤 대통령은 태도 변화를 일으켜 마침내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재명 대표와 집권 270일 만에 ‘혹독한’ 첫 영수회담을 치러야만 하는 상황을 수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별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래도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있어서는 약간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곤 하지만 협치가 정부와 여야 간의 상호 대화와 협상, 나아가 관용으로 이뤄진다고 전제하면 아직도 그 길은 길고도 멀다.


야당 주도로 특검법을 난무시키면서 일방통행식의 국회 운영에 몰두한다면 이는 반드시 역풍에 휘말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여당은 물론, 대통령이 대화와 적절한 절차를 통해 협치해야 하지만 야당이 입법 독주로 21대 국회의 전철을 밟거나 그 이상의 입법 독재를 자행한다면 국민은 이번이야말로 국회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국회 권력이 정부 권력을 능가하는 순간 또는 국회가 정부를 마비시키려는 순간 국민의 심판 대상이 될 것이다. 민주적 국민은 절대 권력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협치의 모색

22대 국회서도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여당의 동의 없이도 입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권능을 부여받았다. 오로지 개헌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거부만이 여의찮을 뿐이다.

이 같은 권능을 슬기롭게 사용하지 못하면 자멸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 권력의 역설이다. 민주당은 전체 300석 중 175석(58.3%)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108석(36.0%)에 불과하다.

여기에 민주당과의 연대를 공언하면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조국혁신당의 12석을 더하면, 필리버스터 종결 결의까지 가능해 소수인 여당으로서는 정상적으로는 할 수 있는 입법활동이 협상 이외에는 사실상 없다.

만일 협치가 아니라면, 22대 국회 운영은 실로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선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대통령서 국회로 이동하는 권력 전이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서 두 개의 정통성을 가진 국가기관인 국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상호 충돌한다면, 국정 혼란과 국가기관 및 국민 분열은 불가피하다. 또 민주주의의 퇴보와 함께 국가사회의 몰락으로 치달을 것이고 이는 한국 진영정치의 적대감은 임계선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여소야대의 22대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받은 수임 명령은 정권을 조기 퇴진시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게 아니라, 협력과 협치를 통해서 정치를 회복하고 선진화시키라는 것이다. 이때 협치의 책임이 다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 가중됨은 물론이다.

민주당이 국회를 통해 정부를 합리적으로 견제하고 협치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서 여야 간 협치가 이뤄지면, 대통령과 야당의 협치도 연장선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 폐단, 선거법 개정부터

국회 협치는 여야가 오랫동안 논의해 왔던 선거법 개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야 간 정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합의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선출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법안을 머리를 맞대고 개혁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매번 임기 4년 내내 정치개혁을 외치다가 막상 차기 총선 직전에 졸속으로 법을 개정하고 선거구를 획정하는 구태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만은 다수 정당의 주도하에 선거법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개정되기를 기대하면서 국회에 제안한다.

선거법 중 가장 먼저 개정돼야 할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에 관한 법률이다. 제3정당과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제도를 만들어 놓고는, 실제로는 양대 정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어 자신들의 의석 추가 확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기만이다. 정치인 스스로가 기만인 줄 알고 그 폐단이 매우 심각하다는 게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22대 총선에 똑같은 제도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 제도는 폐지되거나 대폭적인 수정이 절대 필요한데, 22대 국회가 가장 손쉽게 합의할 수 있는 안건이다.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입법을 주도했고 22대 총선서도 유지를 결정한 민주당이 정책을 결정하면, 국민의힘도 동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결과적으로 소수 정당에 주는 효과도 그리 크지 않으므로 아예 폐지하고 20대 총선까지 적용했던 병립형 비례 대표제로 돌아가는 게 타당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굳이 유지하겠다면, 일단 위성 정당의 출현을 방지하는 법규를 만들어야 하고, 선거 후 합당을 하게 되면 의원직 자동상실 등을 강제해야 할 것이다.

양대 정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점유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이 당적을 바꾸면 자격이 상실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를 적용해야 하고 비례대표만을 노리고 일정 수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참여를 제한해야 할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용해 선거 때마다 군소정당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해 투표용지 길이가 52cm가 되는 것도 웃지 못할 일이다. 더구나 유권자들이 양대 정당이 빠진 비례투표 용지서 위성 정당의 이름을 기억해서 투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


거대 양당은 각자 위성 정당을 만들어 소수 정당 몫의 의석을 대부분 차지하는 위선적 행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이제 양대 정당은 함께 위선의 가면을 벗고 협치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총선은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난 선거기도 했다. 여당이 아무리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경제가 어려웠다곤 하지만, 이번 선거만큼 정권 심판을 받아 의석수서 역대급으로 패배한 적은 없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년 만에 치러진 13대 총선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지역구 228석 중 87석(38.8%)을 얻은 적이 있다. 그 기록이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이 지역구 254석 중 90석(35.4%)을 차지함으로써 경신됐는데 이를 정당 득표율과 비교하면 그렇게 참패한 것은 아니며 사표가 큰 폭으로 많이 났음을 알 수 있다.

22대 총선서 민주당은 지역구 선거서 50.5%의 득표율을 보였고, 국민의힘은 45.1%로 득표율 5.4%p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역구 254석 중 161석(63.4%)을 차지하고, 국민의힘은 90석(35.4%)에 불과했다. 오로지 1위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만 아니었다면 이처럼 큰 의석수 차이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위성 정당인 국민의 미래가 비례대표 투표서 39.1%(18석)를 득표해 의석수를 만회했다.

소선거구제는 ▲다수의 사표 발생 ▲양대 정당에 유리 ▲지역주의 심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그동안 국회와 전문가들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지만, 그 대안들 역시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이 제도들이 소수 정당의 출현과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보면 미미한 수준(1~2석)의 향상에 불과하고 역효과 역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소선거구제를 보완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노력이 더 현실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국민은 선거법 개정 협의를 통해 여야가 적대감을 해소하고 협치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22대 국회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의원 당사자들에게 묻고 싶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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