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황태자 주식 사재기, 왜?

2024.05.09 14:01:43 호수 1478호

하루가 멀다 하고 ‘지분 베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동서그룹 후계자가 지주회사 주식 늘리기에 한창이다. 쉼 없이 이어진 장내 매수와 부친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지분율을 바짝 끌어올린 모양새다. 그의 행보에 따라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따져봐야 하는 분위기다. 



동서그룹은 ㈜동서가 나머지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사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동서에 대한 압도적인 지배력을 밑천 삼아 나머지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김재명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석수 전 동서식품 회장은 지분율 17.39%로 ㈜동서 최대주주, 장남인 김상헌 ㈜동서 고문은 지분 16.25%로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동서가 발행한 주식 중 7할가량을 특수관계인이 쥐고 있다.

기반 다지기

경영에서는 오너 2세 형제보다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부각된다. 현재 ㈜동서는 이창환 회장과 김종원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 총괄을 맡고 있으며, 동서식품은 김광수 대표이사 체제를 가동 중이다.

㈜동서와 동서식품 경영을 나눠 맡았던 오너 2세 형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김 고문은 2014년 ㈜동서 회장직을 내려놨고, 김 전 회장은 경영 복귀 1년 만인 지난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향후 김종희 부사장이 지배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오너 경영 체제로 회귀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분위기다. 김 고문의 장남인 김 부사장은 오너 3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 중이다. 현재 ㈜동서 경영지원 부문을 총괄하고 있으며, 사실상 그룹 차기 회장으로 평가받는다. 


㈜동서 3대 주주라는 위상은 김 부사장을 나머지 오너 3세와 구분 짓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김 부사장의 ㈜동서 지분율은 김 전 회장의 장남(동욱씨)·차남(현준씨)과 비교해 10%p 이상 높다.

1년간 약 50차례 장내 매수
200억 투입 지배력 올려 

게다가 김 부사장이 꾸준히 보유 주식을 늘린 덕분에 사촌 간 지분율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4월14일 보통주 2861주 매입을 시작으로 4월27일까지 2주간 10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로 17만7380주를 34억2000만원에 취득했다. 취득단가는 약 1만9300원이었다.

주식 매수 흐름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확인된 장내 매수는 28차례였고, 해당 기간 투입된 자금은 110억원을 넘긴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5월 19차례(32만2620주 취득, 투입금액 66억원) ▲지난해 6월 5차례(7만3657주 취득, 투입금액 14억3000만원) ▲지난해 7월 3차례(7만6343주 취득, 투입금액 14억7000만원) ▲지난해 10월 1차례(8만4500주 취득, 투입금액 15억원) 등이다. 

부친 역시 장남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고문은 지난해 10월 김 부사장에게 주식 30만주를 증여했다. 김 부사장이 부친에게 지분을 증여받은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으로, 종가 기준 약 54억원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장내 매수와 증여를 거치면서 김 부사장의 지분율은 눈에 띄게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김 부사장이 보유한 ㈜동서 지분은 14.14%로, 전년(12.59%) 대비 1.55%p 상승했다. 

예견된 수순

한동안 잠잠했던 장내 매수는 약 6개월 만에 재개됐다. 김 부사장은 지난달 4일 3만7500주를 매입을 시작으로 23일(5만주 매입)까지 20일간 10차례에 걸쳐 35만주를 추가 취득했다. 투입된 금액은 약 63억원이었다. 최근 1년 사이 50차례 가까이 계속된 주식 장내 매수와 증여를 거치면서 김 부사장의 ㈜동서 지분율은 14.49%로 상승했다.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17.39%)과 지분율 격차는 2.9%p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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