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 한동훈 등판 시나리오

2024.04.30 14:42:14 호수 1477호

부르면 다시 돌아온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정치권을 떠났지만 그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22대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전 비대위원장의 재등판 가능성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나온다.



지난 11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사퇴했다. 4·10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겪은 바로 다음 날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여의도 중앙당사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이날 한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패배에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제 책임”이라고 답했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도 설명했다.

‘계속해서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총선 기간 내내 자신을 둘러싼 유학설 등을 일축하는 동시에 정계 은퇴설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리서 물러섰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은 계속해서 정치권에 소환되고 있다. 국민의힘 총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되는 동시에 당권을 잡을 차기 주자로서 하마평에 오르는 복잡미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직후부터 국민의힘은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차기 비대위원장 물색에 나섰지만 마땅한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총선서 참패한 정당과 용산 사이에 끼는 역할을 꺼리는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졌다. 결국 국민의힘은 고심 끝에 지난 29일, 새 비대위원장으로 황우여 당 상임고문을 지명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가장 빠르게 나올 수 있는 시점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가 6~7월 사이에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군으로는 주호영·나경원·권영세·윤재옥 등 여권 내 굵직한 인사가 물망에 올랐다.

여기에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름을 나란히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시각이다.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도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했다.

쓸쓸하게 퇴장한 ‘용산 황태자’
총선 참패 다음 선택지에 주목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총선 참패의 결과를 안은 사람이 바로 그 직후에 열리는 전당대회에 나가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그는 당 대표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동안 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세력이나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조직책과 자금이 필요하다. 조직을 유지하고 구성원에게 존재 근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 대표로 출마해야 한다는 게 신 변호사의 설명이다.

신 변호사는 “그가 총선 과정서 비록 동원된 빨간 점퍼 군중에 의해 ‘조작된 현실’에 기한 것이긴 해도 자신의 영혼을 흔든 거대한 파토스의 물결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권력에 취한 증상”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쥐기 위해 재도전에 나선다면 총선 후 불과 2개월 만에 재등장하게 된다. 패배의 원인을 놓고 여전히 날 선 공방이 오가는 만큼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9월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게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2년 후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2026년 상반기 보궐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말에 치러지는 선거다. 이번 총선이 윤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었다면 상반기 보궐선거는 기말고사라는 시선이 강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명분과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한 전 비대위원장이 용산과 거리를 둘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쏠린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한때 ‘윤석열 아바타’로 불렸지만 둘 사이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면서 ‘국민의힘 화약고’라고도 불렸다.

그동안 한 전 비대위원장은 용산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그 횟수만 무려 네 번이다.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후 사퇴 의사를 밝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107일이다. 약 3달 동안 네 번의 갈등이 벌어지고 봉합하면서 총선 내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심’과 엇박자로 나아갔다는 평이 나온다.

첫 번째 윤·한 갈등은 올해 1월에 발생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한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다. 이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윤 뒤로한 채 ‘마이웨이’
중요한 건 명분과 타이밍

두 번째 갈등은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 3월 이종섭 주호주대사 도주 논란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이 뇌관이 됐다. 당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이 대사와 관련해서는 즉각 귀국을, 황 수석을 향해서는 본인 스스로 거취를 정할 것을 요구했다.

어느 쪽의 발언이든 용산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 번째 갈등은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을 둘러싸고 벌어진 기싸움이다.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주기환 전 광주시당 위원장이 뒷순위로 밀려나면서 대통령실이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격노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네 번째는 가장 최근에 벌어진 오찬 회동 건이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연락해 오찬을 제안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던 바 있다.

사흘 전이었던 지난 16일, 그가 전 비대위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으로 떠올랐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시 한 전 위원장은 이 자리서 “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내공을 쌓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발언과 일련의 사건들을 놓고 봤을 때 정치권으로 돌아오기 위해 홀로서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 수순을 밟는 만큼 ‘90도 폴더 인사’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한 라디오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 ‘내가 국민의힘의 당권을 잡을 수 있겠다’고 판단할 정도의 정치 감각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며 에둘러 그를 비판했다.

뜸 들이기

다만 지금 당장 한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 앞에 나설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지속된 윤·한 갈등으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졌을 뿐더러 총선 참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소모되다 보니 지금은 뒤로 물러나야 할 때”라면서도 “임기를 꽉 채운 당 대표가 사실상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기회는 언제든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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