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또 한 번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본인 명의 주식 중 4할가량이 금융권에 잡힌 상태다. 주식을 담보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빌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원금 상환 압박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29일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금액은 최근 들어 500억원 증가했다. 신규 차입 두 건이 대출 규모를 키운 양상이다.
커지는 부담
서 회장은 지난 2월26일 셀트리온 주식 18만8858주(지분율 0.09%)를 담보로 교보증권으로부터 200억원을 대출했다. 계약 종료일은 내달 22일이고, 이자율은 5.5%다. 담보유지비율은 200%로 설정됐다.
대신 하나증권과 맺은 주식담보대출 계약은 질권 해지 수순을 밟았다. 서 회장은 지난 1월 셀트리온 주식 7만8134주를 담보로 하나증권에서 10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교보증권으로부터 신규 대출을 실행한 날 원금을 전액 상환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셀트리온 주식 20만주를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로 제공하고 300억원(2025년 3월22일 계약 종료)을 신규 차입했다. 이자율은 5.1%, 담보유지비율은 110%다. 이자율의 경우 한국증권금융과 맺은 500억원(이자율 5.13%) 규모의 기존 주식담보대출 계약과 합산해 책정한 값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중순부터 주식담보대출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632억원 수준이었던 주식담보대출 금액은 지난해 6월 4건의 추가 대출 계약을 계기로 1800억원대로 커졌고, 하반기에도 4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추가 대출했다.
주식담보대출에 활용된 건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이었다. 서 회장은 지난해 12월27일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1840만4770주를 보유 중이었고, 35.7%(657만818주)를 담보로 설정했다.
서 회장이 기존에 보유했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은 지난해 12월28일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 따라 셀트리온 주식 826만8563주로 전환됐다. 금융권에 담보로 잡혔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은 셀트리온 주식 295만2013주로 변경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신규 차입이 계속됐고, 그 결과 서 회장은 직접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 중 40.4%에 해당하는 334만891주를 담보로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은 총 2657억원이었다.
지분 4할 내놓고 ‘주담대’
가중되는 이자 부담
현 시점에서 담보계약은 ▲농협은행 352억원(3건, 87만6060주) ▲한국증권금융 800억원(2건, 83만3818주) ▲신한은행 30억원(1건, 3만5940주) ▲한국투자증권 450억원(2건, 40만4458주) ▲NH투자증권 200억원(3건, 20만8623주) ▲한화투자증권 245억원(1건, 33만8154주) ▲유안타증권 180억원(1건, 24만2944주) ▲하나증권 200억원(1건, 21만2116주) ▲교보증권 200억원(1건, 8만8858주주) 등 총 15건이다.
서 회장은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되고, 주식 소유주의 의결권이 인정되는 주식담보대출의 특성을 활용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지분 3.75%를 보유한 서 회장 입장에서는 주식담보대출이 지배력을 유지한 채 자금을 융통하는 방안이었던 셈이다.
다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대가는 가볍지 않다. 상환 압박과 이자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서 회장이 금융권과 맺은 담보 계약 15건 중 올해 안에 만기 도래하는 계약이 총 12건이다. 농협은행으로부터 빌린 200억원(26만9557주)과 한국증권금융에서 끌어 온 800억원(2건, 83만3818주)을 제외한 나머지는 4월29일~8월26일 사이에 계약이 종료된다.
이자 부담 역시 고민거리다. 서 회장에게 대출을 실행한 금융사들은 4.55~6.0% 이자율을 책정했고, 하나증권(6.0%)과 신한은행(4.55%)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사는 5%대 이자율을 적용했다. 그나마 이자 부담을 덜어준 신한은행은 대출금이 30억원에 불과해 실질적인 이자 절감 효과가 크지 않았다. 서 회장이 올해 감당해야 할 이자비용은 14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환 언제쯤?
그나마 현금배당이 이자비용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편이 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036억원(1주당 500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계기로 셀트리온 주식을 보유하게 된 서 회장은 배당금 명목으로 41억원을 수령했다. 앞서 서 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2021년과 2022년에 받은 배당금은 각각 24억원, 4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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