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적자 배당’에 웃는 장남 회사

2024.02.22 15:14:25 호수 1467호

돌고 돌아 후계자가 웃는 셈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독이 순손실로 돌아선 실적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현금배당이 실시될 예정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칭찬할만한 결정이다. 물론 최대주주가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 회사의 후계자 역시 이득을 보는 건 마찬가지다.



중견 제약업체 한독은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당 규모를 정하기보단, 매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현금배당에 나서곤 했다. 실적이 배당 규모를 정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건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현금으로 지급된 비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실적 바닥

실제로 최근 4년(2019~2022) 배당성향(연결 기준)은 ▲2019년 10.8% ▲2020년 15.2% ▲2021년 145.5% ▲2022년 51.9% 등 해마다 널뛰기를 반복했다.

반면 한독이 주주들에게 건넨 배당금 총액은 ▲2019년 38억원 ▲2020년 41억원 ▲2021년 48억원 ▲2022년 55억원 등 배당성향과 비교해 편차가 크지 않았다. ‘적자 배당’이 결정된 지난해에는 이 같은 기조가 한층 극명해졌다.

지난달 14일 한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227억원, 영업이익 126억원, 순손실 281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9%, 55.9% 감소했으며, 순손익은 적자 전환이 이뤄졌다. 한독 측은 연구개발비 투입에 따른 비용 확대로 영업이익이 줄었고, 금융자산 및 지분법 평가에서 손실이 반영되면서 순손실로 전환했다는 입장이다.


물론 한독은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배당을 빼먹지 않았다. 지난 6일, 총액 41억원(보통주 1주당 300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순이익 270억원을 달성했던 2020년과 동등한 수준이다. 

배당금의 4할 이상은 특수관계인에 귀속될 예정이다. 김영진 한독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한독 지분 43.38%(597만1143주)를 보유 중이며, 총배당금 41억원 가운데 약 18억원이 특수관계인 몫이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얻게 되는 건 최대주주인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독 지분 17.69%(243만5290주)를 보유한 이 회사는 이번 현금배당으로 7억3000만원을 얻게 된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2012년 한독 최대주주로 발돋움했다. 당시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합작관계였던 훽스트가 한독 지분 50%를 처분할 때 14.05%를 인수하면서 기존 4.94%였던 한독 지분율을 18.99%로 끌어올린 바 있다.

손실 생겨도 수익 풍성
현금 여력 나날이 충분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 최대주주는 지분 31.65%를 보유한 김동한 한독 상무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 상무는 2002년 1월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 주주로 등재됐고, 이후 주식 추가 매입을 거쳐 지분율을 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나머지 지분 68.35%는 김 회장(5.04%)을 비롯한 오너 일가 구성원이 보유 중이다. 큰 틀에서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그룹의 지배구조는 ‘김 상무→와이앤에스→한독’으로 이어진다. 

매년 최대주주에게 귀속되는 배당금은 김 상무가 현금을 확보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한독이 실시한 현금배당에 힘입어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현금을 융통할만한 여력을 갖추게 됐고, 이를 토대로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이 독자적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하게 되는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종합무역 ▲시장조사 및 경영 상담 ▲교육서비스 등을 사업목적으로 명시했지만,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 회사다. 그럼에도 수익성은 양호하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6억9600만원, 34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배당수익이 큰 부분을 차지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 거둔 배당수익은 각각 10억원, 8억5000원이다.

매년 실시된 배당은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이 2022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 324억원을 쌓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이를 토대로 ▲2020년 3억9680만원 ▲2021년 5억1584만원 ▲2022년 5억1584만원 등 최근 들어 회계연도마다 빠지지 않고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해당 기간 동안 김 상무가 얻게 된 배당금은 약 4억5000만원이다.


쌓이는 곳간

김 상무가 확보한 현금은 향후 부친이 보유한 한독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재원으로 쓰일 여지를 남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김영진 회장은 한독 주식 187만8397주(13.6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반면 김동한 이사가 보유한 한독 주식은 2019년 4월 취득한 3000주(0.02%)에 그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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