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보험사기의 이해

  • 이윤호 교수
2024.02.09 14:00:00 호수 1466호

잊을만하면 접하게 되는 뉴스가 바로 ‘보험사기’ 범죄다. 보험사기는 선진사회의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보험이 발달할수록 보험 사기꾼이 많아지곤 한다.



모든 사기 범죄가 마찬가지겠지만 보험사기는 경제질서를 불안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정의를 흔들리게 한다. 사법 정의와 경제정의를 한꺼번에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는 보험 과정을 속이고 사취하려고 행해지는 모든 행동을 말한다. 보험 청구인이 자신이 자격이 없는 어떤 혜택이나 이점을 취하려고 시도하거나, 반대로 보험사가 마땅한 어떤 혜택을 거부할 때 발생한다고 정의될 수 있다.

보험사 임직원이나 보험 청구인 모두가 보험사기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가장 익숙한 보험사기는 아마도 허위 보험 청구가 아닐까 한다. 이는 기만적인 의도를 가지고 신청된 보험 청구라고 할 수 있다.

보험사기는 오래된 범죄며, 그만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에 접수되는 보험 청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엄청난 재정적 손실과 부담을 초래하게 만든다.

보험사기는 의료보험·실업보험·생명보험·자동차보험·화재보험·상해보험 등 거의 모든 보험 분야서 발생하며, 무고한 사람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곤 한다. 직접적으로는 신체적 손상이나 재물의 손실을 겪게 되고, 간접적으로는 보험료율의 상승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보험사기의 악영향은 피해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사자의 보험료율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흔히 보험사기를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라고 한다. 특정 가해자가 특정 피해자에게 가하는 전통적 범죄와는 다른 모습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보험사기를 벌이는 대다수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신체적·재정적 손실이 크지도 않은 점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경미한 자동차 접촉사고가 발생하면 이전에 있었던 고장이나 파손까지도 보험으로 수리하면서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게 일종의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기는 피해자가 없는 게 아니라 모든 보험 가입자가 피해자며, 그만큼 피해 범위와 피해 정도가 크다. 착실하게 보험료를 내고 보험은 이용하지 않을수록 좋은 것으로 믿는 무고한 시민이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왜 보험사기는 끊임없이 발생할까? 보험사기가 발생해도 일반 가입자는 직접 감당해야 하는 금전적 비용은 없거나 크지 않고, 보험사는 사기로 인한 손실을 보험료율이나 보험료의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어서 실질적인 피해를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람은 낮은 위험성을 감수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험사기를 비롯한 경제범죄는 인간 합리성이 기초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고 하는데, 보험사기는 처벌보다 이로 얻는 보상금 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노상강도나 마약범죄보다 엄중한 처벌을 받을 위험성과 비용은 훨씬 낮으면서 훨씬 더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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