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인사 검증>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말하다

2023.12.11 17:45:15 호수 1457호

“벌거벗은 임금과 다를 게 뭔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의 개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무위원들의 대거 교체로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인사는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을까? 중도 낙마는 없는 것인지, 이번 개각마저 실패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윤정부는 위기를 맞는다. 



민정수석실이 사라진 뒤, 인사 검증을 책임지는 기관은 법무부다. 그러나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하기 시작한 뒤로 후보자의 여러 의혹이 청문회 때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런 탓에 중도 낙마한 후보자들만 해도 여럿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 인사 검증 시스템의 문제, 윤정부의 인재풀에 관한 문제점을 물었다. 다음은 박 전 행전관과의 일문일답. 

-과거 인사 검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2013년도에 인사 검증 시스템서 질문서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 정순신 사태 때 질문서를 보니 옛날에 내가 만든 것과 비슷하다.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인사 검증은 시스템과 판단을 하는 방식이다. 기계적으로 하는 게 시스템이고,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자료를 검증하는 게 판단이다. 인사 검증 판단 기준은 ‘문제 없음·다소 부담· 불가’의 3개로 나뉜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시스템은 별 문제가 없다. 국가는 보이지 않는 정보도 모으는 게 가능하다.


인사 검증 대상이 되면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하고, 28개 기관에 일괄적으로 팩스를 보낸다. 그렇게 되면 운전면허 벌점까지 다 나온다. 이런 정보를 취합하면 한 사람만 해도 A4용지 기준으로 50장 정도의 정보를 알게 된다. 몰랐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 정보는 시스템적으로 숨길 수 없는 사회다. 검증기관은 국회 청문회 과정과 언론 취재 과정서 드러나는 문제를 더 넓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국가인사검증시스템이 이를 놓쳤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실세 눈치 보는 이들이 문제”
“전과 방향에 따라 다르게 봐”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민정수석실은 발생할 일을 사전에 예방하는 기구다. 이런 일을 검찰과 법무부서 하는데, 이들은 단속 측면이 있다. 자연스레 검찰적인 사고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문제다. 

-인사 검증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인사권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소위 ‘실세’ 눈치를 보는 심기 경호식 인사 검증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문제의 배경에는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고위 간부가 자신의 자리에 관한 안위를 국가업무 수행의 객관성보다 먼저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위 최측근 또는 비선 실세라고 하는 실제 국정운영에 관해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사람이 개입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눈치 보기식 검증이 이뤄진다는 말인가?

▲처음에는 인사권자의 비위를 맞추려고 한다. 그러다 나중에 잘못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눈치 보는 인사 검증은 하면 안 된다. (인사권자에게)솔직하게 이야기해줘야 한다. 문제가 없고,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커버하려고 하면 결국 국민은 불신을 가진다. 불신이 생기기 시작하면 정권 말로 갈수록 국정운영에 있어 가장 큰 난맥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책임은 없나? 한 장관도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본 건가?


▲충분히 가능성 있다. 한 장관이 대통령실에 보고하기 위해 수위를 낮추자고 했을 수 있다고 본다. 인사검증관리단서 검증 보고서를 거치면 결재를 안 받겠나? 법무부는 감사원처럼 헌법상 독립된 기관이 아닌 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인사 검증을 해보면 결정하는 사람들은 별 거 아닌데, 이 출신은 원래 다 이렇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같은 전과도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르게 보면 문제가 없는 게 돼 버렸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인사는 더욱 많아질 텐데?

▲문재인정부 5년간 국회가 34명을 미동의했다. 윤정부는 출범 19개월 만에 벌써 18명이다. 기록을 넘길 것 같다. 한 장관이 국회서 인사 검증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기계적으로 검증하고 판단은 대통령실 공직비서관이 한다고 말했는데, 이건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 없다. 

-기계적 검증이면 인사 검증단이 꼭 필요할까?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는 소리인데?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 검증이란 것은 기계적으로 나온 자료를 보고 사람이 판단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국회서 1차 판단을 하지 않느냐고 한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한 장관은 자료 수집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을 한다고 했다.

“한 장관, 대통령에 책임 전가”
“인의 장막으로 인재풀 좁아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는 재산 신고를 누락시킨 이력이 있는데, 이건 공직윤리법 위반이다. 한 장관의 말을 되돌아보면 죄를 자백한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 자꾸 과거 이야기를 물고 늘어진다. 권내책타(권한은 내 것, 책임은 타인의 것)의 자세다. 

-인재풀이 좁은 탓인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인재가 차고 넘친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측근 인력이 대통령을 가린다. 이 사람들이 인의 장막을 쳐버린다. 가장 첫 번째로 치는 게 인력과 관련된 장막이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 내 사람만이 좋은 자리에 가도록 하는 형태다. 


-인선을 살펴보면 실세 차관으로 꾸려져 있다.

▲차관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틀어 생각해보면 차관 중에 문제가 되는 사람이나 낙하산이 오기도 할 텐데, 이들을 임명하는 이유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사 검증의 꼼수다. 국회서 난타당할 게 뻔한 인물들이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으니 임명하기 쉽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외부서 들려오는 말을 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외부의 말을 듣기 시작하면 참모도 말을 가려서 하게 된다. 인의 장막을 친 사람에 둘러싸이면 대통령이 벌거벗은 임금과 다를 게 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진짜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두 번째로 쓴소리를 들을 용기가 필요하다. 내각과 비서실은 묘한 알력 관계다. 어떨 때는 비서관의 이야기를, 어떨 때는 내각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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