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메리츠증권 이중고

2023.11.16 15:33:44 호수 1453호

금감원 이어 검찰까지 ‘표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메리츠증권 내부가 뒤숭숭하다. 대표이사는 취임 13년 만에 국정감사에 출석해 진땀을 흘렸다. 금융감독원, 검찰 등이 전방위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면초가’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부회장)가 나타났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증인으로 참석했다. 취임한 지 13년 만이다. 이날 최 대표는 메리츠증권과 관련해 산적해 있는 논란을 두고 국회의원들의 송곳 질문을 받았다.

어디까지

여야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질문 중 가장 화두가 된 부분은 이화그룹 관련 내용이다. 메리츠증권은 이화그룹 거래 정지 전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매도, 직무정보 이용 사적이익 취득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액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뜻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10일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화전기 주식의 매매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보유 지분 32.22%를 전부 팔아 손실을 피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BW에 400억원을 투자한 뒤 꾸준히 주식으로 바꿔 장내 매도하는 방식으로 처분해왔다. 

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 등 이화그룹 계열 상장사 3곳은 횡령.배임 혐의로 회사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5월 거래정지, 지난 9월 상장폐지됐다. 이 과정서 메리츠증권이 이화그룹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거래정지 전 주식을 매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최 대표는 “메리츠증권이 사전에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있다”며 “메리츠증권은 거래정지 3주 전, 이화전기에 전환 신청을 했는데 전환 신청을 하는 순간 담보권이 상실된다. 만약 거래정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저런 신청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매매 정지 6일 전 이화전기 관련 유가증권 279억원을 추가로 인수했다. 거래정지가 다가오는 회사라고 판단했으면 결코 추가로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정지 당일 이회전기는 메리츠증권을 통해 300억원의 유가증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 갔다. 이화전기 자체도 거래정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한 기획검사를 진행해 이화그룹 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 매도 의혹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메리츠증권 투자은행(IB) 본부 임직원이 사모 전환사채(CB)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가족 자금으로 직접 CB에 투자한 정황도 발견해 검찰에 통보했다. 

금융투자회사의 임직원은 직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당시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한 사익추구 행위 등에 관해 법규 위반 소지를 검토한 뒤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며 “기업금융 과정서 다른 사익추구 개연성이 존재하는 만큼 추가 검사를 통해 집중해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희문 대표 국감에서 진땀
내부통제 문제 지적 이어져

이복현 금감원장도 국감에 출석해 해당 내용이 거론되자 “회사 내 정상적인 직업윤리나 통제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 IB 본부 내 3개 팀 중 나머지 두 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게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용우 의원의 질의에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언급된 팀은 전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기획검사를 바탕으로 검찰 역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메리츠증권 본점과 이화그룹 본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금감원 기획검사에 이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메리츠증권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는 두 자릿수로 대폭 높여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외면한 채 임원만 돈 잔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메리츠증권이 우수 사업장을 선순위로 담보했을 때 PF 대출금리가 12%, 선순위가 안 되면 16%, 18%, 20%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의 공급 부족, 가격 상승 피해가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작 메리츠증권 임원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5년간(2018~2022년)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금액은 694억3100만원에 이른다. 김 의원은 “부동산 PF 사업이 부실화되는 상황에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부동산 PF 사업에 대한 증권사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금감원을 통해 상위 10개 증권사의 내부 징계 현황자료를 받아 보니 메리츠증권이 전체 107명 가운데 35명으로 전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메리츠증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부통제 위반 현황도 살펴보니 90억원서 1300억원대 규모의 1인 매매금지 위반 행위를 하고도 감봉·정직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해당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황 의원은 내부통제를 위반해도 징계 수위가 약하니 거듭해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고 최 대표를 질타했다. 최 대표는 “나름대로 깨끗한 회사를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지적하신 대로 추가적으로 더더욱 민원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국감의 산을 넘은 듯했던 최 대표는 현재 위증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금감원 자료를 확인한 결과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상장폐지를 알고 다른 회사의 자회사 주식을 담보 취득했다”며 “부실 가능성을 알고 담보 교체가 이뤄졌다는 건데 증인(최 대표)은 신규 투자했다고 거짓 증언을 했다”고 언급했다. 

겨눌까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논란은 최 대표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 대표는 2010년 4월 대표이사로 임명된 이후 2018년 초, 부회장 승진을 거쳐 올해 임기 14년차를 맞이했다. 최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로 남은 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증권사 최장수 CEO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금감원을 비롯해 검찰, 여기에 정치권까지 메리츠증권을 압박하고 있어 최 대표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와 관련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최 대표 책임론이 함께 불거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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