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현대자동차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자사 브랜드 중고차의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것은 현대차가 최초다. 연간 30조원 규모의 국내 중고차 시장이 신뢰도 제고를 통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달 1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현대 인증 중고차 양산센터서 ‘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미디어 데이를 개최했다. 인증 중고차 사업의 공식 출범을 알린 현대차는 이날 양산센터서 상품화 과정을 거쳐 품질 인증이 완료된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80 인증 중고차를 공개했다.
“끝까지 케어”
현대자동차 아시아대권역장 유원하 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만든 사람이 끝까지 케어한다’는 철학 아래 인증 중고차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중고차 판매를 넘어서 고객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해,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문화를 안착시킴으로써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증 중고차 사업 방향성으로 ▲투명 ▲신뢰 ▲고객가치를 제시하고,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사업을 펼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등록을 시작으로 인증 중고차사업을 단계별로 준비해왔다. 그 결과로 1년10개월 만에 중고차 매입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르기까지 중고차 사업 전과정에 걸쳐 자체 인프라를 마련하고 사업 출범을 알렸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38만대에 달하며, 신차 등록 대수의 약 1.4배에 이른다. 이 중 현대차와 제네시스 중고차는 90여만대로 전체 중고차 거래의 약 38%를 차지한다. 올해 두 달여가 남은 점을 감안해 올해 판매목표를 5000대로 설정했다.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를 공급하기 위해 인증 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를 경남 양산과 경기도 용인 두 곳에 마련했다. 향후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해 주요 권역에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매입된 중고차는 이곳에서 정밀진단과 품질개선, 검사, 인증 등의 상품화 과정을 거친다.
양산 인증 중고차센터는 부지면적(3만1574㎡) 기준으로 단일 브랜드 상품화센터 중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연간 1만5000대의 중고차를 상품화할 수 있어 인증 중고차 허브 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중고차 구입을 꺼리는 핵심 원인이었던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 해소에도 나설 전망이다. 제조사로서 보유한 자체 데이터를 통해 개발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Hi-LAB) 및 인공지능 가격 산정 엔진이 그 역할을 한다.
자체적인 상품화 과정
사고·팔기 모두 가능
고객은 모바일 앱 ‘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및 인증 중고차 전용 웹사이트서 상품 검색 및 비교는 물론 견적, 계약, 결제, 배송 등 ‘내 차 사기’ 전 과정을 온라인 원스톱 쇼핑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최종 구입한 차량은 집 앞 등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배송된다.
현대차는 하나의 모바일 앱 및 웹 안에 현대 브랜드관과 제네시스 브랜드관을 운영해 고객은 편리하게 두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다.
중고차 처리와 신차 구입도 동시에 가능해진다. 현대차는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는 ‘내 차 팔기’ 서비스를 선보인다. 신차 구입 고객은 타던 차량의 종류와 상관없이 매각할 수 있다. 차량 연식 8년 미만, 주행거리 12만km 미만 차량을 올릴 수 있다.
또 ‘내 차 팔기’ 서비스는 지난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조정 권고안에 따라 현대차/제네시스 신차 구입 고객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AI 가격 산정 엔진 등을 통해 차량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정한 가격으로 신차 구입 고객의 중고차를 매입한다. ‘내 차 팔기’ 역시 실제 차량 상태 확인을 위한 전문인력 방문을 제외하고 매각 전 과정을 온라인 채널서 진행할 수 있다.
판매 대상 차량은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으로 한정했다. 상용차는 제외이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추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품질 확보를 위해 자사가 보유한 제조 및 서비스 기술을 적극 활용해 인증 중고차센터 입고 점검-정밀진단(차량 선별)-품질개선(판금·도장 등)-최종 점검-품질 인증-배송 전 출고 점검-출고 세차 등 7단계에 걸친 ‘상품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상품화센터 입고 점검 후 진행되는 정밀진단은 차량 외관과 실내, 주행 성능, 엔진룸, 타이어 등의 부분에 현대차 272개 항목, 제네시스 287개 항목에 걸쳐 진행된다.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기능 정비와 판금·도장 등의 품질개선이 이뤄진다. 수리 과정서 사용되는 부품 역시 신차와 동일하게 현대차가 인증한 부품들만 투입된다.
이후 최종 점검을 추가로 진행하는 등 모든 검사 항목을 통과한 차량에 대해서만 공식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공식 품질인증이 끝난 차량에 대해서는 상세한 점검 보고가 발행되며, 이는 모바일 앱 및 웹을 통해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제공된다.
공정·투명성 확보
270여개 검사·인증
이 같은 까다로운 상품화 과정이 수행되는 양산 인증 중고차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부지면적인 3만1574㎡(9551평)에 연면적 1만76㎡(3048평) 규모의 지상 2층, 2개동으로 구성돼있으며, 하루 60대의 상품화가 가능하다.
용인 인증 중고차센터는 중고차 복합단지 ‘오토허브’ 내 3개 동에 걸쳐 연면적 7273㎡(2200평) 규모로 하루 30대의 상품화가 가능하다. 인증 중고차센터에는 상품화시설 외에 치장장과 출고 작업장, 차량 보관 및 배송 등의 물류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다양하다. 그동안 중고차 판매자가 차량 주행거리나 성능·상태 등의 정보를 독점하면서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브랜드에도 타격을 입혔다.
현대차는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공신력을 갖춘 중고차 정보 서비스가 활성화돼있는 해외시장을 참고했다. 중고차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하이랩’과 내 차 팔기 이용 고객에게 객관적인 차량 가격을 산정해 제시하는 인공지능 가격 산정 엔진을 개발한 이유다.
‘하이랩’에서는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 이력(history)뿐 아니라 ▲국산/수입차 전 모델 현재 시세 및 추이 ▲실거래 대수 통계를 통해 브랜드별/성별/연령별/ 지역별/가격대별/연료 타입별 등 다양한 카테고리별 인기 모델 순위도 제시해주기 때문에 최신 중고차시장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중고차 거래 가이드 등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하려는 중고차의 기본 정보는 물론 ▲전손, 도난, 침수 등의 특수사고 및 보험사고 이력 ▲중고차 성능점검 및 자동차검사 이력 ▲정비이력 ▲리콜 이력 등 차량의 현재 성능·상태와 이력을 한 눈에 조회할 수 있으며 ▲정상 매물 여부까지 확인이 가능해 허위·미끼 매물을 스크리닝할 수 있다.
현대차는 중고차를 매매하려는 고객에게 공정하고 신뢰성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가격을 투명하게 산정하는 인공지능 가격 산정 엔진을 자체 개발했다. 인공지능 가격 산정 엔진에는 최신 머신러닝 및 빅데이터 기술이 사용된다.
가격 산정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3년간 국내 중고차 거래 약 80%의 실거래 가격을 확보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거래 데이터는 15일마다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까다로운 과정
현대차 국내CPO사업실장 홍정호 상무는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제조사가 품질을 인증한 고품질의 중고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제네시스 인증 중고차 출시의 의미는 상당하다”며 “제조사 인증 중고차 공급으로 중고차시장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가 높아지면 전체 시장규모가 커지고, 중고차 정비와 부품, 유통·관리, 시험·인증, 중고차 금융 등 다양한 전후방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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