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지는 제주맥주, 왜?

2023.10.12 16:21:37 호수 1448호

잘나가는 줄 알았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제주맥주가 적자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립 이래 지금껏 단 한 번도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부정적으로 돌변한 상태다. ‘곰표’를 사용하면서 일단 한 숨 돌리게 됐지만, 원대한 사업 다각화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진 분위기다.



2015년 설립된 제주맥주는 2017년 8월 첫 제품인 ‘제주 위트에일’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출시 초기에는 제주도 내 유통에 한정됐지만 2018년 5월 전국으로 저변을 넓혔다. 2021년에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거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겉만 그럴 듯

제주맥주는 출범과 함께 탄탄대로를 걸어온 듯 비춰지지만, 정작 이익 실현에 있어 한계가 명확했다. 법인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매출마저 뒷걸음질이 표면화된 게 제주맥주가 처한 현실이다. 

제주맥주는 2019년 73억원이었던 연결기준 매출을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에 216억원으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를 95억원에서 44억원으로 줄이면서 확연한 실적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2021년 28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매출은 지난해 240억원으로 16.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72억원에서 116억원으로 확대됐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400억원대에 달했다.


올해 역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맥주는 올해 2분기에만 영업손실 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25억원 대비 적자폭이 120% 커졌고, 매출은 65억원에서 58억원으로 10.7% 감소했다.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76억원으로, 전년 동기(40억원) 대비 90% 급증한 상태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8억원에서 105억원으로 18%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제주맥주는 지난 7월 칼을 뽑아들었다. 전체 임직원 중 40%(상반기 기준 정규직 총 103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문혁기 대표이사는 지난 7월 수령 급여를 전액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맥주는 수익사업 중심으로 경영구조를 재편한다는 의중을 드러난 상태다. 일단 ‘곰표 밀맥주’의 활약상에 따라 실적개선 여부가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품 빠진 수제맥주 광풍
‘곰표’ 특수 기대는 현실

곰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2020년 함께 선보인 맥주다. 해당 제품은 올해 4월까지 3년에 걸쳐 6000만캔 이상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세븐브로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제분은 지난 3월 세븐브로이와 곰표 밀맥주 상표권 계약을 종료하고 제주맥주로 파트너사를 교체했다.

이후 대한제분은 제주맥주와 ‘곰표밀맥주 시즌2’를 출시했다.

다만 곰표 밀맥주라는 대박상품을 취급하게 됐음에도 제주맥주의 실적개선 가능성에 관한 시선은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 일단 수제맥주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점이 제주맥주의 수익성 개선 작업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틈타 몸집을 키웠던 수제맥주 시장은 엔데믹 이후에는 성장세가 눈에 띄게 주춤해진 상황이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진행된 ‘달래에프앤비’ 인수 작업이 사실상 좌초됐다는 점도 제주맥주의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그간 제주맥주는 기존 수제맥주 사업과 연계를 도모하고자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진출을 꾀했고, 그 대상으로 점찍은 매물이 바로 달래에프앤비였다.

제주맥주는 지난 6월5일 달래에프앤비의 주식 64.29%를 9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금액 중 9억원을 계약 당시 지급했으며, 나머지 잔금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지난 5일까지 지급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좌초된 전략

달래에프앤비는 2021년 설립돼 ‘달래해장’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지난해 1월 가맹사업을 전개한 이후 1년 만에 70개 매장을 출점하는 등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다. 달래해장에서 주류를 취급하는 만큼 제주맥주와의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제주맥주의 달래에프앤비 인수는 끝내 좌초됐다. 지난달 5일로 예정됐던 잔금 81억원의 지급 기한이 2주 연장된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제주맥주 측이 공식적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철회한다고 공시한 상황이다. 제주맥주 측은 거래종결의 선행조건 불충족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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