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한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가 제제 작가의 개인전 ‘Children of the Forest: 숲의 아이들’을 준비했다. 제제는 어린아이 형상에 자유롭게 드로잉된 조각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녹여낸 팝아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제 작가는 개인전 ‘Children of the Forest: 숲의 아이들’ 전시서 3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기존 조각서 변화된 형태를 시도하고 아크릴로 제작된 평면작업에 집중했다. ‘숲’ 연작과 함께 꾸준히 발표해온 ‘아이스크림/도넛’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과 대형 조각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총 24점의 신작이 공개될 예정이다.
친근함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류의 산업문명이 지구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켰다. 이 과정서 다양한 환경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위기를 맞은 인간은 자초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 때문에 나타난 피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인간이 겪는 재해가 자연에는 오히려 이롭고 회복의 기회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과도 맞닥뜨려야 한다.
인간의 생존은 자연과의 공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것이 인류의 합의된 내용이자 지향해나가야 할 방향이다. 제제는 자연을 개척하면서도 그것에 기대 살아가는 인간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번 전시에 담았다.
소녀의 눈망울을 이전보다 확연하게 커졌다. 소녀의 머리 위에는 구름을 닮은 나무 한 그루가 놓였다. 턱까지 내려온 갈색머리는 나무의 깊은 뿌리처럼 보인다. ‘Nature’라는 동일한 제목과 같은 형상으로 조각과 평면이 함께 제작됐다. 각기 다른 재료와 제작방식이 상이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다채로운 색깔로 일관했던 조각을 흰색으로만 도색하는가 하면, 평면으로 옮긴 인물은 동화나 만화 속 캐릭터처럼 보인다. ‘숲’ 연작은 2020년 ‘INTO THE NATURE: 자연 속으로’ 전시의 확장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형상의 조각에 다른 오브제를 매치해 구성했던 전작과 달리 조각 자체에 변화를 준 것이 특징이다.
제제는 “나무와 숲이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치유의 역할을 하듯 모든 존재가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를 보듬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의 인물을 나무나 숲으로 형상화한 것은 수많은 생명체가 깃들어 있고 모든 것을 품으며 안아주는 숲이 그 자체로 쉼이자 치유의 공간이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제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시리즈인 ‘아이스크림/도넛’ 연작도 감상할 수 있다. 제제는 이 시리즈를 통해 달콤한 디저트를 소재로 순간적 쾌락, 중독성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풍자하면서 행복을 향한 물질의 가치도 논하고 있다.
아이스크림/도넛 시리즈
대형 조각 등 신작 24점
오드아이는 전작보다 눈매가 커졌고, 하얀색서 진갈색으로 도색된 피부는 초콜릿처럼 더 달콤하고 탐스럽게 표현됐다. 디저트를 들거나 먹고 있는 남녀 아이는 손을 잡고 등장한다. 막대사탕을 든 아이도 보인다. 빈티지한 바탕에 낙서 같은 드로잉과 문자로 가득했던 몸체는 자연에 관한 심플한 메시지와 보다 정돈된 캐릭터로 채워졌다.
평면작업을 향한 제제의 남다른 애정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도넛’의 평면은 부조 형태로 표현됐다. 작은 도넛을 들고 있던 조각의 아이가 도넛에 둘러싸인 채 그것과 일체된 모습으로 완성됐다. 마치 도넛 속에 파묻혀 몹시 신나거나 많이 먹어 감흥이 사라진 아이의 원초적 반응처럼 익살스럽거나 무표정을 한 인물이 중심에 놓였다.
조각과 같은 재료인 레진을 사용해 도자기처럼 매끄럽게 처리된 표면은 ‘Glazed Doughnut’이라는 작품 제목처럼 시럽을 듬뿍 발라 윤기가 흐르는 도넛으로 재현됐다. 또 도넛을 든 인물과 아이스크림을 의인화한 두 점의 대형 조각이 공개된다.
한 스쿱씩 겹겹이 쌓인 아이스크림을 아이의 얼굴로 표현한 제제의 상상력이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제제는 2018년부터 다채로운 색깔의 어린아이 조각을 선보였다. 비율이나 동세, 드로잉, 소재와 재료 등의 변화를 시도하며 점진적으로 작품을 발전시켜왔다. 아이라는 공통의 분모로 조각에 여러 오브제를 더해 체제와 시스템 속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풍자하거나 물질에 대한 욕망과 그것을 통한 행복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두려움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제제는 이번 전시를 통해 환경에 관한 경고와 고발보다는 자연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녹여내려 했다. 작업 초기 사회적 규범이 가지는 강압성과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그것을 부정하거나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려 했던 맥락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의 친근함과 아름다움에 대비된 두렵고 무서운 모습, 그 양면성에 관한 이해와 자연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과의 관계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환경의 위기 속에서 제제의 작품이 조금이나마 이를 환기시키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제제는?]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서 조소를 전공했다.
2018년 소울아트스페이스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아트 페어에 참여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서 1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6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미국, 프랑스, 대만, 인도네시아 등 해외아트페어도 꾸준히 참여했다.
어린아이 조각으로 대표되는 작품에서 관람객의 무의식 속 잠재된 순수함을 새롭게 발견하게끔 한다.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며 자신과 삶에 대한 직관적 통찰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