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호신용품 열기, 이대로 괜찮은가

  • 이윤호 교수
2023.08.04 10:39:28 호수 1440호

최근 신림동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자 많은 사람이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몇몇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겠다는 생각으로 각종 호신용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라고 세금으로 자원을 제공하고, 필요한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가 제 할 일을 못해 선량한 시민을 범죄의 피해자로 내몰자, 이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 특히 범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이 호신용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성들이 자기 무장에 주목하는 현상은 비단 국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캐나다서도 최근 한 여성의 성폭행 피해를 계기로 여성들의 호신용품 구입이 폭증했다고 한다. 캐나다 CBC 방송서 여성 500명에게 무장 여부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2/3가량은 무장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여성들도 무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안전 전문가들은 호신용품의 휴대와 그 사용이 또 다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여성들이 무장한다는 것은 호신용품 휴대를 의미하지만, 이 단순한 노력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호신용품은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살상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가해자보다 신체적 특성상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제대로 훈련되고 준비되지 않고 당황한 상황서 가해자에게 탈취당하면 자신을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법률적 문제로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방어가 때로는 국제적 권리인 정당방위가 아닌, 쌍방 폭력이나 더 크게는 전적으로 범죄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방위란 국제적인 권리임에도 사람들이 그 사용을 꺼리는 데는 바로 이런 법률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품에 따라 호신의 범위를 넘어 소지나 휴대가 금지된 흉기가 될 수 있고, 휴대나 소지가 합법이고 허용되더라도 잘못 사용해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선다면 바로 범죄행위가 되어 잠재적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정당방위에 대한 규정과 적용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국내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호신용품에 대한 지나친 의존, 신뢰가 오히려 안전에 대한, 그리고 자기 보호에 대한 잘못된, 거짓된 인식을 갖게 해 더 빈번하고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호신용품으로 자기방어를 실행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으며, 역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흉기도 될 수 있고, 지나치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있어 그런 상황을 피하는 것이 어쩌면 더 핵심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전문가들은 호신용품에 익숙하지 않고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일반 여성들에게는 호신용품도 자신을 향한 살상무기가 되거나 과잉대응으로 인한 가해자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무장 용품보다는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거나 가해자의 공격을 저지하거나 지체시킬 수 있을 호신술을 연마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와 더불어 스스로 상황을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때는 주위의 도움과 관심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술용 손전등이나 페퍼 스프레이, 호루라기 등을 휴대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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