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망각의 각인’ 최원규

2023.05.18 00:00:00 호수 1427호

장판에 담긴 노인 이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 갤러리 봉산문화회관에서 ‘2023 유리상자-아트스타Ⅱ’ 작가로 최원규를 선정했다. 개인전 ‘망각의 각인’은 최인규가 8개월 동안 길 위에서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중 일부의 장판을 교체해주며 얻은 재료를 시각언어로 각인한 설치작품으로 구성됐다. 



봉산문화회관은 전시공간 밖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유리상자를 운영하고 있다. 설치된 작품을 입체적으로 관람하기 용이한 점 때문에 시민이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는 생활 속 예술공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민낯의 흔적

봉산문화회관은 올해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두 번째 전시로 최원규 작가의 ‘망각의 각인’을 선보인다. 지난해 9월 최원규는 주변부 삶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작업인 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작품을 공모했다. 당시 심사위원은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서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고자 한 행위와 예술적 태도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낮에는 지난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민낯의 장판으로, 밤에는 유리상자 안 조명에 빛나게 각인된 물질의 언어로 최원규의 작품은 이중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현대사회의 큰 흐름 속에 묻힌 주변인의 삶을 담담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유리상자 전시공모 두 번째
진정성 있는 태도 높은 평가


최원규는 “숨은 살아있기 위한 가장 근원적이면서 물리적인 행위다. 하지만 숨의 행위는 인식되지 못하고 망각된다. 사회가 하나의 유기체라면 그 속에서 매일 살아가는 개인은 그것을 기능하고 성장하게 하는 들숨이자 날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망각의 각인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궤적을 찾아 시각언어로 풀어내고자 하는 숨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숨 프로젝트는 2021년 4월부터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11개월간 진행됐다. 현재의 대구를 만든 중‧장년층의 역사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으로, 그들의 생활공간서 수집한 바닥재에 각각의 역사를 각인함으로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역사를 기억하고 잊히고 있는 주변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최원규는 “어느 이름 모를 골목 어귀서 기다리는 무언가도 없이 붙박여 앉아 하루를 보내는 어머니, 한낮의 공원에 홀로 앉아 있는 누군가의 아버지를 스치며 이 작업을 구상했다”며 “분명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삶을 덤덤히 드러내고 기억해 동시대에 희미해진 우리와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건네려 했다”고 말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동반자라는 사실

철학자 허경에 따르면 최원규는 2020년 부산의 대규모 임대아파트 단지의 이사와 철거 과정서 나오는 옛 장판을 처리하는 사람을 알게 된다. 이 과정서 만난 어르신의 집에서 일을 돕고 이야기를 듣다가 장판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허경은 “관람객이 보고 있는 장판에 적힌 말은 어르신의 것이자 최원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원규는 “매일 나를 스쳐 지나는 주변의 삶. 그러나 드러나지 않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는 보통의 삶을 기억해 다시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며 “이것은 곧 ‘나의 삶은 어떻게 기억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우리 안의 나이며 우리의 존재를 잊는 순간 나의 존재로 희미해진다”고 강조했다. 

삶의 궤적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최원규의 이번 전시는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와 급속한 도시화·산업화에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소외감을 공감하는 상호작용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며 “다변화된 예술이 삶과 동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가슴 깊이 각인해 당신의 삶과 나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은 동반자임을 각인시킨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최원규는?]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3유리상자-아트스타Ⅱ 최원규’ 봉산문화회관(2023)
‘Oblivion;Imprinted(망각의 각인)’ 대구예술발전소(2022)
‘Breath-Lifescape(숨-삶, 풍경)’ Space9(2021)
‘Breath-The way back(숨-귀환)’ 공공미술 프로젝트(2020)
‘Breath-The forest of oblivion(숨-망각의 숲)’ 홍티아트센터(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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