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글로벌세아 급성장의 이면

2023.05.11 15:39:51 호수 1426호

뒤돌아보니 어느새 ‘공룡’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글로벌세아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에 편입됐다. 활발하게 진행된 인수합병 전략이 그룹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일조한 모양새다. 다만 대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각종 규제와 의무를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이참에 제대로 공개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국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 발표했다. 자산총액 기준 5조원을 넘긴 기업집단을 따로 분류한 것으로, 이 명단에 이름에 올렸다는 건 공식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산총액 규모는 대기업 서열을 나누는 척도로 쓰인다.

높아진
위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기업집단의 수는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71곳이었던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 76곳으로 늘었고, 올해는 82개 기업집단이 해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LX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CU편의점) 등이 포함된다. 이들 가운데 글로벌세아는 인수합병에 힘입어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1988년 설립된 글로벌세아그룹은 세계 최대 의류 제조업체(OEM·ODM)인 세아상역에 뿌리를 둔 기업집단이다. 창업주인 김웅기 회장은 36세의 나이에 1986년 설립한 세아상역으로 글로벌세아의 기반을 닦았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은 6조100억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71번째 순번이다. 지난해 그룹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9062억원으로 전년(3조5738억원) 대비 9.3%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813억원으로 전년(2332억원) 대비 22.2% 감소했다.

계열사는 ▲태림페이퍼 ▲세아STX엔테크(STX중공업 플랜트부문) ▲발맥스기술 등 19개로 집계됐다.

글로벌세아그룹의 대기업 지정은 예견된 일이다. 2021년 말 기준 4조9000억원대 자산총액을 기록하며 대기업집단 지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보유 자산의 가치 평가가 크게 불어난 상태였다.

특히 글로벌세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건물 등의 가치가 상당히 올라갔다. 회계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세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사옥의 가치가 크게 불어나면서 자산총액 5조원을 충족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주회사인 글로벌세아는 그룹에 소속된 나머지 사업회사를 관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의류 사업에 집중하던 세아상역은 2015년 물적 분할을 거치며 사업 부문은 세아상역, 존속 법인인 글로벌세아는 지주회사가 됐다. 

그룹 지배구조는 ▲글로벌세아→세아상역→태림포장→동원페이퍼 ▲글로벌세아→인디에프→나산실업 ▲글로벌세아→세아STX엔테크 ▲글로벌세아→세아상역→태림페이퍼→태림판지→동림로지스틱스 등 글로벌세아가 지배하는 총 4개 고리가 갖춰진 모습이다.

자산 6조원…71번째 순번
인수합병으로 키운 덩치 

글로벌세아를 지배하는 건 지난해 말 기준 지분 85%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인수합병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8년 세아STX엔테크를 인수해 국내외 패션 건설 골판지 운송(동림로지스틱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2019년에는 태림페이퍼를 사들면서 제지업계에 진출했다.

이외에도 두산공작기계, 알펜시아, 대한전선 등 굵직한 인수전에도 참전하는 등 글로벌세아의 사업다각화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결정된 쌍용건설 인수는 사실상 대기업 편입에 방점을 찍은 한 방이었다. 글로벌세아는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최대주주인 두바이투자청(ICD)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두 달 뒤 인수 잔금을 납부함으로써 쌍용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쌍용건설 지분 90% 인수를 계기로 그룹 자산총액은 1년 만에 2조원 이상 늘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쌍용건설과 기존 계열사 간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은 2025년까지 섬유·패션, 건설, 제지·포장, 식음료, 문화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규모로 발전하겠다는 계획을 달성을 공표한 상태다.

커진 덩치
과감한 베팅

다만 자산총액 증가에 따른 대기업 지정은 글로벌세아 입장에서 신경 쓸 게 많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주식 보유 현황, 변동사항, 임원의 변동 등 회사 소유 지배구조와 관련된 중요 사항 발생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지게 됐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채무보증 등과 관련한 각종 규제도 받아야 한다.

지금껏 글로벌세아그룹은 대다수 계열사가 비상장사로 감사보고서만 공시하고 있어 지분 변동 등 승계 정보가 노출되지 않았다.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김 회장 일가의 지분 구도가 드러나면 후계구도 진행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 일가가 글로벌세아와 세아상역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만큼 경영권 승계는 두 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김 회장과 김수남 세아재단 이사장은 슬하에 3녀 가운데 차녀인 김진아 세아상역 전무가 승계 구도에서 한발 앞선 모양새다. 

김진아 전무는 1984년생으로 국적은 미국이다. 2015년 10월 모친인 김수남 이사장의 글로벌세아 사내이사 자리를 물려받아 이사회에 이름 올렸다. 현재 글로벌세아 전략기획실 임원에 올라 있다. 


김진아 전무는 올해 초 세아상역 이사회 사내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그룹 캐시카우인 세아상역에 오너 2세가 등기임원으로 오른 건 처음이다. 세아상역은 2020년 별도 기준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000억원대 순이익을 올렸다.

장녀인 김세연씨와 삼녀인 김세라 세아상역 전략기획담당 상무에 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김세연씨는 미국에 거주하며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김세라 상무는 세아상역 임원에 이름을 올렸을 뿐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 지정을 계기로 김 회장 자녀들이 소유한 법인과 그룹 간 사업상 연결고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분할 당시 세아상역은 글로벌세아의 100% 자회사였지만, 2018년 세아상역과 세아아인스 주주간 지분교환이 이뤄지면서 글로벌세아의 세아상역 지분율은 62%로 줄었다. 

주목받는
오너 회사

나머지 지분 38%는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데, 특수관계인에 김 회장의 자녀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아아인스의 기존 주주구성 때문이다. 2004년 설립된 세아아인스는 김 회장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가졌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였다.

IT서비스를 영위하는 세아글로벌씨엔에스는 오너 가족회사라는 특징이 부각되는 곳이다. 비상장사라는 특성상 주주구성을 알기 어렵지만, 김수남 세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세 딸이 사실상 소유한 것으로 추측된다. 일단 등기상에서 오너 일가 구성원이 이사회 멤버로 등재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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