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가고…’ 엠폭스 진짜 정체

2023.05.08 09:41:25 호수 1426호

원숭이두창, 제대로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은 코로나19로 감염병의 영향력을 진저리 날 정도로 겪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코로나 창궐로 3년이 흘렀지만 사회를 할퀸 상흔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또 다른 감염병이 조용히 사회 구석구석으로 파고들고 있다. ‘원숭이두창’으로 알려진 엠폭스가 확산하고 있다.



감염병의 공포는 ‘속도’에 있다. 얼마 빠르게 확산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이 결정된다. 정부에서 감염병이 창궐하면 격리 등의 방법을 통해 일단 확산부터 막으려는 이유다. 코로나19의 경우 마스크 의무 착용, 격리, 백신 접종 등의 정부 조치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3년 넘게 이른바 ‘암흑기’를 보냈다.

조짐 보이는데…

엠폭스(원숭이두창) 확진자가 50명에 육박하고 있다(지난 3일 기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0시 기준 신규 엠폭스 확진자는 2명 늘어 49명이 됐다. 지난해 6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달 13일까지 9개월간 확진자 수가 5명에 불과했는데 지난달 7일 이후 불과 한 달 사이에 44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감염경로다. 초기 5명의 확진자는 모두 해외서 국내로 들어왔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으로 알려졌다. 반면 나머지 44명은 대부분 국내서 옮았다. 문제는 엠폭스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정도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전파 사례가 확인된 만큼 정부 차원서 정보 공유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달 21~24일 한국리서치와 함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엠폭스 인식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일 발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1%는 ▲국내 감염 현황 ▲의심 증상 시 행동요령 ▲국내 위기경보 수준 등 5개 영역의 엠폭스 정보 중 ‘비교적 정확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7일 이후 44명
국내에서만 전파됐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엠폭스에 관한 정보가 없는 셈이다. 남성(27%)보다는 여성(41.1%)에서, 연령별로는 20~30대(43.9%)에서 ‘정확히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엠폭스의 감염경로나 증상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 유무 등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유행 가능성이나 본인 감염 가능성에 대한 위험 인식은 평균(3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엠폭스 이해도가 높을수록 위험 인식이 낮아지는 경향이 드러났다.

유 교수는 “엠폭스 감염이나 유행에 대해 낮음에서 보통 수준의 위험으로 인지하는 것은 대유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당국이나 전문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일반 국민의 엠폭스 대응 효능감을 높일 구체적인 행동요령 정보와 소통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엠폭스는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서 인체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됐다. 지난해 유행 전까지는 중앙아프리카와 서부아프리카의 농촌우림지역서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알려졌다. 

엠폭스는 유증상 감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감염된 사람·동물의 체액, 피부 등에 직접 접촉 ▲감염된 사람‧동물이 사용한 물건과 표면에 접촉 ▲호흡기 분비물에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접촉 등 밀접접촉에 따른 확진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엠폭스에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발열·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림프종이 붓거나 피로·근육통·요통·두통이 동반된다. 인후통이나 코막힘, 기침 등 호흡기 증상 등을 시작으로 1~4일 후에 얼굴·입·손·발·가슴·항문 등에 발진이 생긴다. 감염 시 경미하게 증상이 나타났다가 2~4주 뒤면 완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 10명 중 4명 ‘모른다’
치료제·백신은 확보돼있어

문제는 면역저하자·아동·임산부·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서 드물지만 출혈·패혈증·뇌염 등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2차 세균감염, 심한 위염, 설사, 탈수 등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나 뇌(뇌염) 또는 눈에 감염이 일어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풍토병 국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중앙아프리카 계통 엠폭스의 치명률은 10% 정도로 보고된다. 다만 지난해 이후 유럽 및 북미를 중심으로 발생 중인 서아프리카 계통 엠폭스는 대부분 2~4주 후 자연치유 되고 치명률은 1% 미만으로 보고돼있다.

엠폭스 진단 결과 양성으로 확인되면 격리 입원 절차를 밟는다. 증증도와 사망 위험도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항바이러스제 같은 치료제를 투여한다. 우리나라는 엠폭스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 504명분, 백신 5000명분을 지난해 도입했다. 진단 검사 시약은 4400명분을 보유하고 있어 하루 200건 이상 검사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엔 백신 ‘진네오스’도 확보돼있다. 백신 예방접종은 상대적으로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밀접접촉자와 확진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백신접종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해외서도 일반인보다는 고위험군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시행 중이다. 

“틀어막아야”

정부는 엠폭스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방역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발생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조정관은 “엠폭스는 감염경로가 제한적이고 백신·치료제를 확보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모르는 사람과 밀접접촉을 삼가해달라. 발진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나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문의 바란다”고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느는 코로나19

지난 2일 기준 2만197명이 확진되는 등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해제되고 나들이 관람객 수가 늘어나면서 확진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 당국은 코로나 주간 위험도를 15주 연속 ‘낮음’으로 평가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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