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구원 등판한 우종수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2023.04.03 13:06:10 호수 1421호

“이번엔 자녀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우여곡절 끝에 국가수사본부의 새 수장이 결정됐다. 우종수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이다. 돌고 돌아 경찰 내부 발탁이 이뤄진 셈이다. 우 본부장은 취임 직후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수본에는 사실상 조직의 온 미래가 걸린 과제가 산적했다. 수사 독립성 확보, 수사 역량 강화, 대공 수사권 이관 등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2월25일 검사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검찰 출신 내정자가 야기한 공백을 경찰 내부 출신으로 메우면서, 국수본부장 자리는 돌고 돌아 경찰 몫으로 남게 됐다.

돌고 돌아 
경찰 몫으로

윤희근 경찰청장은 우 본부장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우 본부장은 치안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투철한 공직관과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며 “균형 잡힌 시각과 적극적 소통으로 경찰 수사조직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 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청장은 후속 인선을 두고 한 달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외부 재공모 대신 내부 발탁으로 가닥을 잡고, 우 본부장을 대통령실에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외부 재공모를 벌일 경우, 인선 절차로 공백이 길어질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직 내에선 경찰 출신을 희망하고, 정 변호사 사태 이후로 외부인사가 공모를 꺼리는 등의 안팎 사정을 고려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 본부장은 경찰 내의 대표적인 비경찰대 ‘수사통’이다. 윤 청장을 비롯해 조지호 경찰청 차장 등 경찰 고위 인사가 경찰대 일색인 가운데, 우 본부장 임명을 기점으로 경찰 인사가 균형감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1968년 서울 출생으로, 환일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이후 외교통상부·국가정보원 등에서 근무하다 1999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장, 경찰청 인사담당관, 행정안전부 치안정책관,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경찰청 형사국장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굵직한 사건의 수사 지휘 경험도 쌓았다. 우 본부장은 2018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시절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경찰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치안감) 재직 중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수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

경찰 내부는 우 본부장 임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본부장은 인사와 현장 이해도가 모두 풍부하므로 조직 안정화를 잘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내부 출신이지만 ‘비경찰대’ 
굵직한 사건 수사 지휘 경험

다만 일각에선 “우 본부장이 수사부장을 맡기 전까지 수사 실무경험이 적었다”거나 “전임자인 남구준 전 국수본부장 때에 비해 수사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 본부장은 지난해 8월 윤 청장 취임 당시 공석을 메우며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이때는 경찰제도발전 TF 단장을 맡아 경찰 4대 현안(경찰의 중립성·책임성 강화, 복수 직급제, 기본급 인상, 수사역량 강화) 논의를 이끌었다. 

우 본부장은 지난해 12월28일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전보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국수본부장으로 내정됐다. 지난달 27일,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국가수사본부장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나온 경찰 생활 28년보다 앞으로 남은 2년(국수본부장 임기)이 공직생활 평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수본 1기 체제가 지났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이후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높아졌다”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수본에 있는 유능한 직원들과 소통해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 체제와 위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우 본부장은 조직개편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만큼 경찰은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각 지방경찰청의 수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개편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 본부장은 숨돌릴 새도 없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국수본 앞에 닥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국수본은 출범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입지가 애매하다는 비판 섞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사 독립성 확보 ▲수사역량 강화 ▲대공 수사권 이관 준비 등의 과제 해결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곧바로
시험대

국수본부장은 직제상 경찰 내 ‘2인자’이지만, 자리를 능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경찰 수사의 책임성·전문성 강화’ ‘수사 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등의 국수본 출범 취지를 살리기 위한 포석이다.

우선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장과 3만여명에 달하는 수사 경찰의 지휘권자다. 경찰 수사에 관해서는 경찰청장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찰청장은 일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국수본부장에게 개별사건을 지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국수본은 경찰청장의 지휘서 사실상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더군다나 남 본부장은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의 경찰대 1년 후배였다. 독립성 확보의 ‘첫 단추’인 인사부터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우 본부장은 국수본 독립성을 제고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여럿 가지고 있다. 우 본부장은 행정고시 특채로 입직한 만큼, 경찰 고위직의 고질병인 경찰대 기수 문화서 자유롭다. 게다가 직제상 상급자인 윤 청장과 나이도 같다.

정부가 경찰대 출신 고위직 인사를 견제하고, 비경찰대 출신을 밀어주는 자세를 취한 점 역시 우 본부장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는 분석이다.

경찰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가해지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 역시 국수본 독립성 확보의 관건으로 꼽힌다.


취임 일성
범죄 척결

경찰 수사력 강화와 신뢰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수본은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 등 국민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실한 수사 과정에 따른 마뜩잖은 성과는 비판 여론만 키웠다. 이를테면 국수본은 LH 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국회의원 5명 가운데 고작 1명을 강제 수사하는 데 그쳤다. 수사통으로 분류되는 우 본부장이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안에서 확실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듬해로 다가온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문재인정부는 2024년부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관련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도록 했다. 하지만 정권교체 이후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이를 백지화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터진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 기존의 경찰 수사역량 부족 비판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우려를 불식할 유일한 수는 국수본의 ‘결자해지’라는 진단이다. 국정원·검찰·경찰은 과도기의 대공 수사역량 저하를 막기 위해 올해 초 ‘대공 합동 수사단’을 출범했다. 이에 경찰 역시 대공 혐의점을 수사해 검찰에 넘겨주고 있지만, 대공 수사 관련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국수본이 남은 기간 어떻게든 안보 수사역량을 입증하고, 가시적인 실적을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공 수사권 이관에 차질이 없도록 국정원과 협조체계를 원활히 유지할 것도 함께 요구된다. 우 본부장의 취임 일성은 ‘진일보한 수사경찰’과 ‘서민 대상 범죄 척결’이었다.

출범 3년 차, 자리 못 잡은 조직 운영은?
독립성 확보·대공 수사권 등 과제 산적

우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서 “그동안의 기틀을 바탕으로 진일보한 수사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길을 더 단단히 가져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국수본의 현 위치를 먼저 진단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이 책임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여전히 높고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며 “내부적으로 수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나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사건 수사의 난도는 계속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수본부장으로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의 우선 해결 과제를 꼽았다. 첫째는 ‘범죄 척결’이었다. 그는 “일선 개별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 지휘와 감독을 보다 확대·강화해 범죄 척결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 악성사기는 한 가족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경제적 살인”이라며 “선량한 시민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서민대상 금융 범죄에 보다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 “마약류 범죄의 심각성을 무겁게 인식하고 경찰의 수사역량을 집중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특히 건설현장 폭력행위 등에 적극 대처해 법치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범죄 피해자 피해 회복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우 본부장은 “스토킹·가정폭력·아동학대와 같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더 신속하게 피해자의 안전이 확보되도록 더욱 세심히 살펴보겠다”며 “국민 관점서 경제범죄 수사의 패러다임을 피해 회복, 범죄수익 환수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직 발전과 처우개선에 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우 본부장은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최신 과학기술을 수사와 접목해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 수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하는 한편 “우수한 수사관이 오랫동안 근무하는 수사 부서를 만들기 위해 책임 수사역량 강화와 처우개선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 사태 이후, 여론은 후임자 인선 검증과정에 주목했다. 정부의 검증 능력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검증 미비 사태 재발 우려가 겹친 탓이다.

‘한국형 FBI’ 
조직 안정화

이와 관련해 윤 청장은 “경찰이 인사검증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확인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우 본부장)본인은 물론 자녀 등 가족 문제와 기타 여러 문제서 자기관리가 돼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우 본부장의 아들은 병역을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장 바뀐 국수본 눈길 쏠리는 수사 목록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 여럿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과연 국수본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 수사역량을 인정받고, 한국형 FBI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선 국수본은 현재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의 추가 성범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구속된 뒤 추가 피해 신고를 접수한 피해자 3명에 대한 조사와 조력자 수사·신병 확보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수본은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마약 폭로’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폭로 직후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내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28일 새벽 귀국한 전우원씨를 현장 체포한 뒤 조사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전우원씨에게 직접 마약 투약 사실과 폭로의 진위여부를 물었다.

경찰은 전우원씨의 체포 시한과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관련 범죄사실이 특정되면 관련자들을 피의자 전환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폭로로 불거진 ‘천공 대통령실 관저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역시 진행 중이다.

해당 수사는 대통령실이 방송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김어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역술인 천공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경찰은 수사 추진력 확보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사건의 핵심인 천공의 강제 소환 조사 등이 어려운 탓이다. 

이와 관련해 국수본 관계자는 “천공은 참고인 신분인데,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단계서 없다. 통상적 참고인 수준에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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