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최근 윤석열정부는 ‘결단’을 내릴 때마다 ‘MZ세대’를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난제 해소를 위해 과감한 처방을 내려두곤 ‘MZ가 원한다’ ‘MZ에게 필요하다’는 명분을 댄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되레 “이용하지 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정은 부랴부랴 회유책을 찾아 나선 모양새지만, 이미 돌아선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느냐’고 (할 정도로)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과거의 우리 같은 나이 많은 기성세대들하고는 다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근로시간 유연화로 노동 여건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러브콜?
하지만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노동자 중 지난 1년 동안 연차를 6일 미만으로 사용했다는 응답이 55.1%에 달했다.
“정부가 MZ세대가 처한 현실을 명확히 알지 못한 채, 그럴듯한 명분 삼기용으로만 가져다 쓰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불만이 MZ세대 사이서 빠르게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연일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린 ‘결단’의 변으로, 또다시 MZ세대를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일 경제계가 함께 조성하기로 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양국 미래세대의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무엇보다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큰 희망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대통령 발언에 발맞춰 ‘한일 미래 문화동행 프로젝트’를 시생하고, 한일 MZ세대 간 교류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정작 MZ세대 반응은 시큰둥하다. MZ세대가 전 연령층 중 가장 대일 반감 정서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과거사 문제 등 부정적 현안 청산 의지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겐론엔피오(NPO)가 2021년 실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를 보면 이 같은 성향이 명확히 드러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전 연령의 평균 대일 비호감도는 63.6%에 달한 반면, 20대는 43.1%, 30대는 59%를 기록했다.
정책마다 언급…효과는 “글쎄”
“이용 마라” 반발 심리만 키워
그러면서도 이들 중 과반수는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1순위 문제로 ‘위안부, 강제동원 등 역사문제 해결’을 꼽았으며, 2015 위안부 협의에 대한 부정 평가는 80%를 넘나들었다(20대 79.1%, 30대 82.3%).
이들 사이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공감보다는 “민감한 이슈서 정부 부담을 낮추는 ‘희석제’로 이용당했다”는 비판이 앞서는 이유다. MZ세대의 반감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 조사(지난 14∼16일)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긍정 평가 33%, 부정 평가 60%를 기록한 가운데, 18~29세는 17%, 30대는 21%만이 긍정 평가를 내렸다. 반면 부정 평가는 각각 69%, 71%에 달했다.
정부 출범 초기였던 지난해 5~6월에는 같은 조사에서 40%를 상회하는 수치가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불과 10개월 사이 절반에 가까운 MZ세대가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셈이다. 특히 18~29세는 이번 조사에서 그동안 여권 지지세가 가장 약한 것으로 알려졌던 40대(20%)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꾸준한 MZ세대 언급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민심 잡기’서 낙제점을 받아든 당정은 급히 ‘MZ 달래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MZ세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할 것을 연일 주문했다. 이 장관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MZ세대를 모두 다섯 번 만났다. 부처 산하 자문단과 기자단, 새로고침 노조 등의 의견을 고루 들은 것이다.
2030 지지율 급전직하…당정 ‘비상’
뒤늦은 민심 청취, 반등 가능성 없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역시 지난 20일 “청년층, 수도권 지역민심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도부 내 ‘젊은 피’인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김병민 최고위원이 차출됐다. 이들은 지난 24일 MZ세대 노조와 ‘치맥 회동’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 소속 20·30대 청년 직원 역시 동석했다.
이는 ▲근로시간 개편안 ▲일-가정 양립 ▲조직문화 등 청년세대가 직면한 국내 노동환경 실태를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장 청년최고위원은 ‘청년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자리를 정례화해 다양한 정책 분야서 청년들과 소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올해 41개 대학이 참여 중인 ‘1000원 아침밥 사업’을 확대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학식을 먹는 학생이 1000원을 지불하면 정부가 1000원을 더 보태고, 차액은 대학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고물가 시대에 청년층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당정의 적극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한편에서는 MZ세대 지지율 반등을 확신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헛발질’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헛발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20대에 자녀를 셋 낳은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는 저출산 대책을 검토했던 것이 지난 22일 알려져 입길에 올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가 나서 “공식 검토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여론의 질타는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