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6일 앞둔 지난 21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 지키기’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비공개 의총을 통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의총 직후 박홍근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은 의총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정부의 체포동의안 제출이 매우 부당하다는 점을 의원 총의로 분명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따라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당론 채택 여부는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자율적이고 당당하게 투표에 임해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무도한 야당탄압을 함께 막아내자고 힘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확인된 의원들의 총의는 27일 본회의 표결 과정, 결과에 흔들림 없이 반영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선 당사자인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체포동의안과 관련된 입장에 대해 설명하며 부결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날 분위기 자체는 ‘부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에 ‘가결 입장’을 내비쳐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이날 체포동의안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비공개 의총은 당 의원들의 단일대오 형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을 경우 자칫 ‘민주당이 방탄 국회를 만들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데다 무리하게 가결을 시도했다가 친이(친 이재명)계 당내 타 계파나 강성 지지자 등으로부터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다만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로 하기로 했더라도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는 없다. 전체 의석 299석 중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이 169석,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이 115석, 정의당 6석, 시대전환 1석으로, 민주당서 28석이 이탈할 경우 과반(149석)이 되면서 체포동의안은 가결 처리된다.
표 이탈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듯 이 대표는 지난주, 윤관석·이원욱·기동민·김종민 의원 등 이른바 비명계 의원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통상적인 대표의 활동”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표 결속을 위한 접속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당내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한 명, 한 명 만나서 표 단속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그러지 마시고 더 당당하게 나가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서 “(민주당이)지금처럼 방탄을 계속하면 폭망이다. 민주당 총선 전략의 핵심은 이재명 대표의 희생과 체포동의안 통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총선서)압승할 것”이라며 “제가 계속해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하는 것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명백한 정치탄압이고 야당탄압이다. 이 대표의 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떳떳하게 국민을 믿고 나가야 한다”며 “지난 역사에서도 탄압당했던 분들이 다 대통령이 됐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앞서 조응천 의원도 지난 16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우리 당이 계속 주장해온 것이고 지난 대선 때도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라며 “(찬성은)거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고 강제 당론은 헌법과 국회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부결 당론 채택을 우려했다.
이상민 의원도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직접 영장심사를 받으면 깔끔하겠지만 본인의 결단사항이고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에 대한 게 국회의원 특권이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재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설훈·이원욱·전해철·기동민·김종민 의원 등이고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은 조응천 의원 정도다.
이렇듯 비명계 인사들의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이날 의총으로 표결 결과는 이미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율투표로 당론을 정했기 때문에 표결 결과를 미리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의원총회서의 (부결하자는)분위기나 비명계 의원들의 기존 입장도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 대표 개인 리스크를 같은 당 의원 모두가 동참해서 대응하느라 대여투쟁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지난 17일 ‘윤석열정권 검사 독재 규탄대회’서 “검사 독재정권은 무도한 법치 파괴로 국민의 삶을 발목 잡고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들이 흉포한 탄압의 칼춤에 정신이 팔려있을지라도 저와 민주당은 굴하지 않을 것이다. 그깟 5년 정권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규탄대회엔 현역 의원 및 지역위원장, 핵심 당원 등 민주당 추산 300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8일, 국회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재석 의원 271명 중 161명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던 바 있다. 이날 투표 결과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노 의원은 구속을 면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