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수본 윗선 수사 포기한 내막

2023.01.10 09:13:40 호수 1409호

윤희근·이상민…깡그리 피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윗선 수사 의지를 불태웠던 특수본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들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신병 확보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터진 게 컸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으면서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것이 치명타로 돌아온 셈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설 연휴 전후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도 하지 못하면서 유가족 눈높이에 맞는 수사 결론은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찰 내부에서도 윗선 수사가 애초 무리수였다는 관측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실 논란

특수본은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특수본은 지난달 말부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법률 검토를 진행해왔다.

재난안전법은 광역자치단체가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을 지는 경우를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가 매우 크고 광범위한 경우’와 ‘재난이 둘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서 발생한 경우’ 등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가 이 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참사 책임은 용산경찰서·용산구청·용산소방서 등 1차 책임기관으로 한정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사법적 책임을 묻는 선에서 수사는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 같은 수사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수본이 정권 실세인 이 장관을 제대로 수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소방노조로부터 고발당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지만 소환 통보조차 받지 않았다.

서울시도 실무진만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뿐 고위간부들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특수본은 같은 달 17일 행안부와 서울시를 압수수색하면서 이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집무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당 사건을 통보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이 장관의 직무유기 혐의는 이 법에 규정된 ‘고위공직자 범죄’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특수본에서 통보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이 장관은 직무유기 외에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문제는 직무유기보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공수처는 법리적으로 이 장관의 사고 예방과 사고 대응에 구체적 지휘 의무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법적·정치적 책임서 자유?
혐의 입증 난항…시간만 허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정부조직법 등에 행안부 장관으로서 맡아야 할 추상적인 의무는 다수 명시돼있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41종의 위기상황 매뉴얼에서 다중인파 밀집에 따른 압사사고는 없다.

과거 판례에서도 법원은 법령상 책임과 함께 구체적인 구조 매뉴얼상 임무를 근거로 직무수행의 적절성을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재판부는 업무 과실 이후 사고의 예견 가능성부터 따진다. 특히 업무 과실과 사고 결과의 인과성 여부가 핵심이다.

공수처는 참사 당일 이 장관의 적절치 못한 직무수행으로 수백여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인과관계 연결고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나 특수본과 같은 결론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장관이 참사 당일 사고 사실을 처음 전파받은 시점은 오후 11시20분이다. 오후 10시15분 119 최초 신고 접수를 기준으로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상황을 인지한 것이다. 자택에 머물던 이 장관은 오후 11시31분 행안부 중앙재난 안전상황실장과의 통화에서 상황 보고를 받았다.

이 장관이 사고 발생을 최초 인지한 시간은 소방 대응 2단계(오후 11시13분)가 발령된 직후로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한 뒤 참사 다음 날 오전 1시5분에 사고현장을 방문했다.


이 장관이 구조와 사고 대응에 충실했는지는 사고 발생을 인지한 시점 이후 행적과 지시 내용을 토대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윗선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의 보완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은 특수본으로부터 박 구청장 사건을 송치받았다. 박 구청장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고, 유승재 부구청장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최모(구속) 안전재난과장, 문모(불구속) 안전건설교통국장도 함께 넘겨졌다. 이 전 서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장도 구속 송치됐다. 박 구청장 사건까지 검찰이 넘겨받으면서 참사 대응 실패 당사자들이 속속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보완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은 세웠다”며 “우선 송치된 사건부터 서부지검에서 기록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접 수사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법무부가 대통령령을 개정해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했지만, 대형참사 범죄의 핵심 혐의인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은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소환도 안 하고 무혐의
검찰 보완 수사에 주목

대형참사의 경우 의율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과거 대형참사 범죄 때는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고 초창기부터 참여하면서 법리 검토가 이뤄졌지만,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는 검수완박으로 인해 이 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보완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송치한 사건 내역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전면 재수사에 버금가는 보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도 경비 관리를 책임지는 경찰 지휘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보완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포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포기했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검에 최 서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최 서장의 과실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각각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한 주간 추가 수사를 벌인 특수본은 최 서장의 구속 사유에 보강할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 서장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될 전망이다.

최 서장은 참사 직전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하고, 사고 발생 이후에도 구조 지휘를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수사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대응 단계를 신속하게 올리지 않았고, 참사 당일 이태원 안전근무 책임관으로서 근무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 기회

윤 청장에 대해선 다중운집 상황에 대한 교통혼잡 및 안전관리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 기관에 대한 수사도 특수본 수사단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상위기관인 행안부와 서울시에 재난 예견 가능성과 책임 귀속을 입증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을 잠정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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