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없다면…’ 민주당 새 리더 자천타천 하마평

2022.12.05 13:10:13 호수 1404호

사공은 많은데 선장이 안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불안한 리더를 내세운 집단은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국회 최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요즘 제1야당의 위엄을 좀처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탓이다. 검찰 수사가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로 빠르게 진척되자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당선된 지 반년도 안 된 당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광경이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리더라도 일정 기간 리더십을 존중해주는 게 그동안 정치권의 관례였다. 더욱이 친명(친 이재명) 지도부가 처음 출범했을 때,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조차 ‘비주류로 살아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기회를 주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내놨고, 친명계도 계파 갈등을 청산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던 참이었다.

불안한 리더
다시 비대위?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거린 건 전당대회가 끝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이 풀려나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더니, 곧이어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구속된 것이다.

검찰은 이제 몸통만 남은 이 대표에게 언제 칼끝을 겨눌지 고심 중이다. 정계 관계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검찰은 민주당이 가장 아파할 시점을 계산해 몸통을 칠 계획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아파할 때를 골라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차례대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는 이 상황에서 결백하다고 선언하고 ‘당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겠다.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대표직을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며 “그러면 상당히 많은 우리 당 지지자와 국민이 ‘역시 이재명이구나’라며 박수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 대표의 직접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과)무관한지 솔직히 잘 알 도리가 없다. 무관하다고 믿고 싶은 것”이라며 “최측근 2명이 연이어 구속된 데 대해 최소한의 유감 표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다만 이 대표의 퇴진과 관련된 주장에 대해선 “(이 대표 퇴진에 대한)당내에 그런 움직임은 없다”며 “클릭 수 늘리는 기사에 주력하는 언론의 병폐”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조 의원의 발언과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시기가 언제가 됐든 이 대표의 사퇴는 막을 수 없는 파도로 보고 있다. 

만일 이 대표의 퇴진이 현실화된다면 민주당은 또 다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다시 비대위’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들은 그 정도의 리스크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렵게 주류 됐는데…흔들리는 민주당
이 대표 사퇴 시점은? 실권 행사 미지수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은 섣부른 단계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더 나아간다면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정상적인 지도부가 들어선 기간보다 비대위 기간이 더 길다는 것은 뼈아픈 지적이다. 그러나 달리 방도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친명계의 거센 반발을 이겨내야 하고, 중도층까지 비대위에 합세시켜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균형감과 무게감을 갖춘 비대위원장을 리더로 내세워야 한다.

여차 저차 비대위 구성에 합의한다고 해도 막상 리더에 걸맞지 않은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될 경우, 또 다시 당 대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한차례 비대위원장 물색에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지난 6월 민주당에는 인력난이 불어닥쳤다. 대선을 치르며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대거 잠행에 들어가게 됐고,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의원까지 줄줄이 1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은 재빨리 비대위를 구성해 당의 안정을 도모해야만 했지만, 비대위원장 자리를 맡겠다는 사람들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계파색이 옅고, 의원들을 아우를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물망에 올랐고, 민주당은 이들에게 비대위원장 자리를 권유했다.

그러나 제안받은 사람은 모두 고사했다. 실익도 없고 비판만 받을 자리라는 계산 아래서다. 당의 실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공천권은 차기 대표가 가져갈 것이고, 극에 달해 있던 갈등을 반감 없이 해결하리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당외에서 인물을 물색하던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에게 민주당의 키를 맡겨야 했다. 이 대표가 물러설 민주당은 그때의 민주당과 매우 닮아 있다. 우선 비대위원장에게 실권이 주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대표의 사퇴 시점이 앞당겨진다면 이후의 전당대회를 개최할 시간이 생기겠지만, 시기가 늦어진다면 비대위원장이 실권을 갖게 된다.

중진 의원
대거 잠행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비대위가 구성되는 시기는 필연적으로 이 대표의 사퇴 시점과 맞물리게 된다. 그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비대위원장의 권한이 크게 차이날 것”이라며 “알다시피 내후년 4월쯤 22대 총선이 있다. 그 전에 전당대회를 계획하고 준비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즉, 이 대표의 사퇴 시점이 총선에 얼마나 바투 있느냐에 따라 비대위원장의 권한이 차이난다는 것이다. 총선 직전의 사퇴라면 비대위원장이 ‘실질적 리더’가 될 것이고, 전당대회 전의 비대위원장이라면 ‘식물 리더’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또 비대위가 구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친명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한 사람만 사퇴한 뒤 친명계 지도부 중 한 사람이 직무를 대행해 대표로 일할 수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엔 당 대표 궐위 시 어떻게 지도부가 구성되는지 자세히 기재돼있다.

당헌 제23조 3항에는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중 득표율 순으로 당 대표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적시돼있다.

당헌·당규상 현재 원내대표인 박홍근 의원이나 수석 최고의원인 정청래 의원이 당 대표를 대행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뒤따른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불통을 이어온 친명계가 리더를 잃는다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의 원성이 더욱 거세지기 마련이다.

거세질 비명계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를 친명계가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시점에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이미 극에 달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비대위원장 자리에 올 인물은 이런 계파 갈등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실익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만 커 보이는 자리에 누가 오려고 할까? 또, 민주당이 생각하는 리더감은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취재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인물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었다. 벌써 일부 세력에서는 조 의원과의 소통을 시작했고, 민주당에 비상상황이 생기면 그를 데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조 의원 측 또한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원장 자리
독이 든 성배

조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원실에 비난과 비판 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에 당 대표나 비대위원으로 와달라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민주당 의원님들이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요시사>와 만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조 의원이 새로운 리더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는 우선 현재 지도부인 친명계와 색이 달라야 하고, 본인 나름대로의 뚝심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몇 의원은 계파색이 없는 당 외의 새로운 인물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조 의원은 그동안 수차례 현 민주당 주류 세력과 마찰을 빚어왔다. 시작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도입 반대였다. 민주당 입장에선 특검법 도입을 위해서 패스트트랙을 이용해야 했지만, 이를 위한 법사위원의 숫자가 부족했다.

조 의원은 그런 민주당을 도와줄 수 있는 법사위의 ‘키맨’으로 통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조 의원은 김여사에 대한 특검법 도입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시도를 “쪼잔한 정치쇼”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추석 전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한 것을 두고 “추석 민심을 그쪽(김 여사 특검) 쪽으로 가져오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는 그렇게해서는 안 된다”며 “특검법 도입은 보다 진중한 자세로 접근할 문제”라고비판했고, 이때 친명계 지지자들은 조 의원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등 매섭게 몰아붙였다.

한동안 조 의원실은 업무가 안될 정도로 친명계 지지자들의 테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매일같이 조 의원실에 항의 전화와 팩스를 보냈고, 간혹 의원실로 협박 택배를 보내 조 의원을 압박했다. 또, 조 의원이 등장한 게시글이나 정치 기사에 악플 세례를 퍼부으며 사이버 테러까지 저질렀다.

비명계, 뚝심 있는 외부인사 누가 있나?
조정훈, 유인태 등 유력 후보군 급부상

이런 어려움에도 조 의원은 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힘들긴 하다. 그런데, 정치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쉬운 길을 가고 그 길을 관리하는 건 공무원들이 할 일이다. 정치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최근까지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사법 리스크가 더욱 심하게 불거진 것에 대해 “소속 정당을 위해 절벽에서 떨어지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며 당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야권 진영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를 걱정하며 “이 대표가 대표가 된 이후에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보다는 ‘나를 막아달라’는 리더십을 보였다. 일단 멋있게 당대 당 대표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며 친명 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다.

한편, 하마평에는 야권의 원로 인사들도 함께 거론됐다. 지난 6월 이미 거론됐던 유 전 국회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유 전 사무총장은 당시 당 대표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다. (당 대표 제안에 대해)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에선 아직 그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유인태 전 사무총장 같은 인물 정도가 돌아와야 민주당이 재정비될 수 있다”며 “원로급 인사 중 아직 정치활동이 가능한 인물은 현재 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정치활동을 해온 배테랑이다.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험했던 민주당의 산증인이며 야권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종종 원로급 인사들이 등판해 당을 재정비했었다. 그런 민주당의 역사를 보면 유 전 사무총장의 등판이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엔
원로 인사?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있는 민주당은 고민을 없애줄 해결사를 찾고 있다. 조 의원과 유 전 사무총장이 유력한 당대표로 거론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적절한 리더를 찾을 수 있을지 정계가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새 리더가 누가 됐든, 현재 리더가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민주당 재정비의 선결 조건이다. 이 대표는 당을 위해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친문 재정비? 김경수 컴백설

구심점을 잃었다고 평가받는 친문 진영에 최근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신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동시 사면'할 가능성이 떠오르는 것이다.

대통령 사면은 보통 쓸데없는 정쟁을 야기시키지 않기 위해 여야 진영의 인사를 가리지 않고 고루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윤핵관이라 알려진 인물 대부분이 친이명박계 의원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신년 사면은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있는 상태다.

정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한 명만 사면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무리 야당과의 협치를 포기한 정부라도 사면 카드를 일방적으로 쓸 수는 없을 거라는 정치적 계산 아래서다. 

김 전 도지사의 사면이 끝내 문재인정권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던 만큼, 현재 친문계의 기대는 한껏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두관 의원, 전해철 의원 등이 옥중에 있는 김 전 도지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에서는 이를 두고, “구심점을 잃은 친문계가 다시 세를 합하려 꿈틀대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면 카드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야권의 분열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한다면 김 전 도지사는 피선거권을 즉시 되찾아올 수 있다.

본래대로라면 김 전 도지사는 2028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되지만, 대통령 사면은 그의 피선거권을 즉시 복구시킬 수 있다.

정계 전문가들은 총선 전후로 심각해질 민주당 계파 싸움에 김 전 도지사까지 합세하면 민주당의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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