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불붙은 이태원 참사 지원금, 왜?

2022.11.14 11:40:39 호수 1401호

‘많다, 적다’ 말 많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났다. 참사에 관한 책임론, 대응, 대책 마련 등으로 시끄러운 시간이다. 갑론을박 중 하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시행된 지원금이다. 이를 두고 한쪽은 많다는 의견을, 한쪽은 너무 적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옆 작은 골목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56명이다(지난 11일 기준). 다음 날 아침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에서 “정말 참담하다. 일어나선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며 국가 애도 기간을 사건 당일부터 지난 5일까지로 선포했다.

맘대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날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긴급 현안 브리핑’에서 “이태원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면서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의 유족에게 위로금, 다치신 분은 치료비, 돌아가신 분에 대한 장례비, 그 밖에 필요한 일체의 지원을 하게 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합동으로 해서 상당 수준으로 중앙정부에서 지원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회 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적시돼있다. 이 법안은 ‘사회재난으로 피해를 본 지역의 구호 및 복구 사업에 드는 비용에 대해 국가가 부담하거나 보조하는 기준 등을 규정한다’며 ‘사망자 및 실종자의 유족과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줄 정도의 부상을 당한 사람에 대한 구호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고에서 부담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보조한다’고 기재돼있다.

이런 법적 근거로 정부는 이태원 참사 사망자에게 위로금 2000만원, 장례비 최대 15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사망자 장례비는 1500만원까지 실비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원한다.


위로금 성격의 구호금은 사망자 2000만원, 부상은 정도에 따라 500만~1000만원이 지급된다. 현재 이태원 유가족 130명이 정부 지원금을 신청했고, 이 중에서 67%가 지급받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태원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위로금을 정부가 마음대로 지급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진행 중인 이태원 참사 장례 지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대기업 직원, 공무원이 올린 설문에 반대 651명, 찬성 155명이 선택했다.

이에 대해 청원이 국민동의청원에서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는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의 세금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이다. 

사망 위로금 2000만원 
장례비 최대 1500만원

해당 청원은 “국민은 약 300명의 부상 및 사망자 이태원 유가족에게 지원금을 주고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생활의 복지 증진을 위해 걷는 것인데,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은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태원 사고의 경우 정부에서 장례비용과 치료 비용을 지원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은 관습이 된 것 같고 악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장례비용과 치료 비용으로 사용되는 것보단 참사의 근본적 원인 규명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봉사하고 헌신한 사람이 지원을 받고 향후 재발 방지에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에 대한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는 것과 참사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다. 

또한 군인, 경찰, 소방관이 근무 중 사망했을 때조차 보상금 지급을 제대로 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비교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4월 군대에서 사망한 아들의 사망보상금을 받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보상금을 청구한 어머니의 일부 승소 판결이 대법원에 파기됐다. 이처럼 군인이 군대에서 사망을 해도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가족이 오랜 기간 소송을 거는 경우가 있다.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A 소방관은 2014년 6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31세였고 8년간 근무하면서 화재 출동 270회 등 1000회 이상 구조 현장을 누빈 소방관이다.

A 소방관은 2013년 8월 갑작스러운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혈관육종암 희소병 판정을 받았다. 혈관육종암은 화재 현장 등에서 염화비닐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발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질환이다. A 소방관은 7개월 뒤 숨을 거뒀다.

군인은 죽어도 안 주는데…
‘이랬다 저랬다’ 애매한 기준

A 소방관의 가족은 보상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2015년 6월 “A 소방관이 공무수행 중 병에 걸렸다는 근거가 없다”며 유족의 보상금 청구를 거부했다. 

A 소방관의 가족이 유족 보상금을 받은 것은 5년이 지난 시점이다. 5년간의 소송으로 A 소방관 가족은 유족 보상금을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상대적으로 군인, 경찰, 소방관이 사망했을 때 보상금도 제대로 받는 게 힘든 실정이다.

앞서는 이태원 참사 유족 지원금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유족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들의 의견은 정부와 공무원이 철저하게 사전 대비를 하지 못해 이태원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태원 참사는 “압사될 것 같다”는 경찰 신고만 20건이 넘고, 공개하지 않은 신고가 수 십건인데 비해 오후 10시가 넘어 대응했다. 결국 경찰이 초기 대응을 하지 않아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월호 등 이전 대형 참사를 겪은 희생자와 가족은 국가적 재난에 정부 지원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김광배 전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정부의 모든 재원이 세금에서 나온다. 행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에 국민 혈세가 쓰인다는 비판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번 참사는 행정력 부재에서 비롯된 만큼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충분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대 입장은?

이어 “다만 ‘장례비 1500만원’ 같은 지원 금액보다는 지원 기준과 절차를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지원금’이 아니라 ‘배상금’이어야 하는데, 이는 참사 책임 주체를 밝힌 후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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