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강운지 기자 = 최근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여성을 ‘반씩 계산하지 않는다’며 폭행한 남성이 격투 운동 프로 자격증 소지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의 동생은 “제발 악의적인 댓글을 멈춰 달라”며 언니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소위 ‘결정사 폭행’으로 불리는 해당 사건은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을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당시 피해 여성은 “어제 저녁 결정사(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남자와 술을 한 잔 했는데, 남자가 술값 N분의 1 안 한다고 미친듯이 때려서 응급실에 왔다. 이 남자 처벌할 수 있냐”는 글을 게재했다.
다음 날 자신을 피해 여성의 친동생이라고 밝힌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두 개의 추가 글을 올렸다.
A씨가 설명한 정황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유명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서로를 소개받았고, 강남 인근의 카페에서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A씨는 “언니가 ‘오늘은 첫날이니 이만 일어나자’고 하자, 남자가 ‘아쉬우니 가볍게 술 한 잔만 하자’고 했다”면서 “그래서 술을 마셨는데 남자가 많이 취했다. 언니가 ‘그만 마시자’고 했는데 남자가 무시하고 한 병을 더 깠다”고 주장했다.
당시 남성이 계산한 술값은 5~6만원 상당으로 전해진다.
A씨에 따르면 “술값 반반 해야지”라는 남성의 말에 언니가 “이런 상황에 반반 계산하라니 좀 그렇다”고 대답하자 폭행이 시작됐다.
그는 “남자가 갑자기 돌려세우더니 양쪽 뺨을 때리고, 도망가려는 언니를 계단으로 끌어내려서 머리를 박게 하고 무차별 폭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CTV에 증거가 남은 걸 확인했다. 실랑이나 언쟁도 없었고, 언니가 상대방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건이 지난 3일부터 ‘결정사 폭행 사건’으로 각종 언론 매체에 보도된 이후, 온라인에서는 피해 여성에 대한 “여론전을 벌인다” 등의 2차 가해가 쏟아졌다.
“뭐 대단하다고 여론전 하나. 그 정도로 다친 건 아니지 않냐”며 비꼬거나 “술주정 부리는 남자나, 얻어먹는 게 당연한 여자나 똑같다” “(남자가)정당방위다. 잘 팼다”며 가해 남성을 두둔하는 댓글도 달렸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A씨는 “우리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상처받고 힘들어야 하는지 너무 속상하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 이상 억지 추측과 악플을 삼가달라”고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돈을 냈든 안 냈든 폭행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 “무엇으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때릴만해서 때렸다’는 생각이 끔찍하다” 등 분노에 찬 반응을 쏟아냈다.
게시글 중에는 가해 남성이 ‘피해자와 20cm가량 신장 차이가 나는 격투 운동 프로 자격증 보유자였다’는 내용도 게재됐다.
현재 관련 형법에는 폭행 피의자가 무술 유단자 등일 때 가중처벌하는 조항을 따고 두고 있지는 않으나, 이들은 일반인보다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의 및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단순폭행죄의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