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갔다” 막 오른 ‘검수완박’ 2라운드

2022.10.04 14:26:44 호수 1395호

민주 VS 한동훈의 강대강 단두대 대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올해 정치권을 뒤흔든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쟁. 일명 ‘검수완박’ 갈등이 여전하다. 검수완박 1차전은 문재인정부 말기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시행령 개정과 권한쟁의 심판 등 국회 밖 ‘장외’에서 2차전이 발발했다. 민주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힘겨루기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경찰의 공개 입장 표명으로 ‘입법부 대 행정부’ 대결구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수완박법’의 골자는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 및 경제범죄(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검수완박법을 발의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입법 절차를 매듭지었다.

엎치락
뒤치락

검수완박법은 지난 5월9일 정부 전자관보 게재를 통해 정식으로 공포됐다. 이날은 문재인정부의 임기 마지막 날이었다. 법안은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이후 정권이 바뀌자 정부 입장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법무부는 지난 6월 “검수완박법이 내용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끼리 권한의 존재 여부·범위 등을 다툴 때, 이를 헌재가 헌법 해석을 통해 심판하는 제도다.

우리 헌법에서 ‘검사’는 두 번 등장한다.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라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법무부는 “헌법 조문에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영장 신청을 위해선 수사가 필수 불가결하므로 수사권이 전제돼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국회가 만든 검수완박법이 수사권을 침해했고, 이는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월 법무부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검찰 수사권 축소를 상당 부분 무력화했다. 한 장관은 법안 자구 중 ‘등’에 주목했다. 여러 가지 명분을 대며 관련 대통령령에 들어가는 ‘중요 범죄’를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종전에 삭제된 공직자·선거범죄 수사가 사실상 가능해졌고, 부패·경제 범죄 해석 범위도 더욱 넓어졌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이었다.

검수완박법 입법을 강행했던 민주당은 크게 반발했다.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계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강경대응으로 ‘검수완박 2라운드’ 서막이 올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설전을 이어오던 민주당과 한 장관은 헌재로 전장을 옮겼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재에서 검수완박법 관련 공개변론이 열린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7월 국민의힘이 “검수완박법안 처리는 국회법상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회 등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을 때도 헌재는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시행령 개정, 권한쟁의 심판…장외 2차전
‘입법 VS 행정’ 민주당-한동훈 힘겨루기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 사건은 ‘꼼수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입법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에 초점을 맞췄고, 이번 사건은 법 내용과 입법 목적의 위헌성까지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는 법무부 측 대리인으로 한 장관과 검사들을 비롯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출석했다. 국회 측에선 이광재 국회사무총장과 박경미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피청구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대리인으로는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 장주영 변호사가 출석했다.

양측은 변론 전부터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각각의 주장을 반박하는 주된 논거를 재반박하면서 명분 쌓기에 열중했다.


한 장관은 변론 전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위헌 소지가 해소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이 법이 유지된다는 전제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며 “시행령으로 위헌성과 국민 피해 가능성이 해소된 게 아닌 만큼 헌법재판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개정법 시행으로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부인했다. 장 변호사는 “개정 법률에는 시정 조치나 재수사, 보완수사 요구 등 검사의 권한이 다양하게 규정돼있다”며 “법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면 국민 피해 발생 우려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개변론은 5시간가량 이어졌다. 한 장관은 대심판정에 서서 “정권교체를 불과 24일 남긴 4월15일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실제로 당론으로 발의했다. 새로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전례 없이 시간까지 바꿔가면서 국무회의를 열고, 정권 출범 딱 하루 전에 공포했다”며 “일부 정치인을 지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추진한 입법이 정권교체 직전에 마치 ‘청야전술’하듯 결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수사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담당해온 다양한 국민 보호 기능에 어떤 구멍이 생길지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이고, 이미 디지털 성범죄 수사, 스토킹 수사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국민 보호의 구멍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보탰다.

역공
맞불

반면 국회 측은 법무부가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이 애초에 부적법하기 때문에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검찰사무를 관장하고 감독하는 법무 장관은 수사·소추권이 없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률개정행위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가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들을 근거로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조항들은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 헌정사를 반성해 무분별한 영장 남발을 막으려는 ‘국민의 권리장전’에 속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국회 측은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때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논의가 있었으나 당시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유보됐다”며 “권한 집중으로 인한 남용을 방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수완박법의 제안·심사·상정 및 의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헌법의 다수결 원칙과 국회법 규정이 모두 준수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이종석 재판관은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 논란에 관해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가장행위는 효력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게 법의 원칙”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중요 원리인 다수결 원칙을 위배한 게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국회 측은 “국회의원의 정치적 선택을 내심의 의사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치인의)이합집산을 고도의 정치적 형성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 사법관계로 평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검수완박법으로 형사사법 체계에 공백이 발생했는지를 살폈다.

윤정부 출범 
알아서 기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무고·마약·조폭·보이스피싱 처벌이 감소한 그래프를 제시했다. 그는 “도둑을 못 잡으면 도둑이 없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생긴다”고 표현했다. 범죄가 줄어든 게 아니라, 적발 및 처벌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으로 변론 절차를 마친 뒤 심리를 거쳐 추후 선고기일을 지정할 계획이다. 헌재는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 이상이 찬성할 때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린다. 

양측이 ‘총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한 것은 경찰이다. 경찰은 검수완박의 주요 당사자이면서도 윤정부 출범 이후 공식 발언을 삼가해왔다. 하지만 경찰이 이번 헌재 심판에서 법무부와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경찰에 법무부·검찰이 헌재에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를 참고자료 형태로 작성해 기 의원에게 건넸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300페이지 분량의 정식 의견서를 작성, 헌재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의견서에서 법무부·검찰의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대폭 축소에 대한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논박했다.

이를테면 경찰은 의견서에서 “검찰 수사권이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라는 법무부와 검찰 주장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에 수사권 축소를 거부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요지다.

검수완박법 내용 가운데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 ▲수사개시 검사의 공소유지 금지조항 신설 ▲별건수사 금지조항 신설 등이 위헌적이라는 주장에도 일일이 반론을 달았다.

침묵하던 경, 이번엔 의견 표명 검토
검 수사권 헌법이 보장? 헌재 판단은?

또한 기 의원은 “법무부와 헌재가 경찰에 권한쟁의심판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아 경찰이 세 달 가까이 의견을 낼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아 경찰이 의견서를 낼 수 없었고, 이에 기 의원이 법무부·검찰의 청구서를 경찰에 전해주고 나서야 의견서 제출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침묵하던 경찰이 반기를 든 것은 검수완박법을 둘러싼 대립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행정부 소속인 경찰이 ‘단일대오’에서 이탈하면서, 그간 법무부와 검찰이 짜던 ‘입법부 대 행정부’ 대치구도가 붕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대강 대치 속 새로운 변수가 떠오른 상황.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어느 쪽이 승기를 거머쥘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법무부와 검찰 측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승리 가능성이 미지수인 데다, 설령 승리해도 가져갈 실익은 크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헌재 결정을 예측했다.

박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법, 그리고 그 추진 과정에 대해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권 법률의 형성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헌재 입장을 보면 위헌 판결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앞서 헌재가 입법 절차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법률 자체의 효력은 인정한 판례가 있다는 점이 회의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아쉬운 대로
명분 쌓기?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수완박법의 위헌 여부는 권한쟁의 심판에서 다룰 수 없고,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만 정당성 획득의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소득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만약 법무부와 검찰이 승리한다면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한 반발을 원천 차단할 명분을 쥔다는 의견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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