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끝’ 추석 5대 범죄 대해부

2022.09.05 10:34:52 호수 1390호

‘만나는 명절’ 이것만 조심하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추석이다. 이번 추석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 이 기간 ‘언택트 명절’ 문화가 생겼지만, 이제는 다시 코로나19 전처럼 가족의 곁으로 향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명절은 경찰청 ‘5대 범죄’인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언택트가 끝나 이런 사건·사고 발생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1월20일부터 올해 설날까지인 총 5번의 명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언택트로 진행됐다. 명절 귀향길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냈다. 그로 인해 재밌는 문화도 생겼다. 

불안한
귀향길

특히 지난해 명절은 명절 특별 방역대책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행됐다. 단순 권고 차원이 아닌 정부의 강력한 경고가 있었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단순히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모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해 모이지 않은 시민도 많다. 또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많은 사람과의 접촉이 불가피하다. 그로 인해 온라인 가족 모임이 생겼다. 집에서 자녀들과 곱게 한복을 입고 온라인에 접속해 세배를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A군도 부산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휴대폰으로 랜선 인사를 드렸다. 서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명절 용돈도 언택트로 주고받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A군의 계좌로 명절 용돈을 보내줬다.


지난해 명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랜선 세배’를 검색하면 하루에만 100여개의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비대면 세배’ ‘언택트 세배’ 등의 태그 글도 100개 이상 게재됐다. 모두 한복을 곱게 입고 휴대전화나 노트북, TV 화면을 통해 스크린 너머의 조부모님들께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성묘를 가는 것도 순번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갔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B씨는 명절 당일 강원 강릉시의 친척 집에 가지 않은 대신 미리 다녀왔다. 이튿날에는 사촌 형이 큰집을 방문하기로 순번을 정했다.

광주의 직장인 C씨는 지난해 조를 짜서 성묘를 진행했다. C씨의 아버지, 작은 아버지, 사촌 형과 C씨는 1조로 9시30분쯤 성묘를 한 뒤 떠났고, 또 다른 사촌 형과 그 가족은 2차로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성묘를 진행했다.

1조와 2조는 차 안에서만 간단히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각자 성묘를 한 모습은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 메신저방에 올렸다. 참여하지 못한 다른 가족들은 사진으로나마 섭섭함을 달랬다.

새로운 문화 만든 코로나19 한가위
거리두기 기간 5% 줄어든 주요 범죄

대부분의 시민들은 “온라인으로 세배하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세뱃돈은 계좌이체로 받았다” “다 같이 모일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얼굴 보는 게 어디인가” 등의 반응이었다.

가족이 모일 수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언택트의 장점도 있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명절 5대 범죄가 줄어든 것이다. 즉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추석 기준 명절 기간 발생한 강력범죄 건수는 2020년보다 감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명절 기간인 9월18일부터 22일 중 5대 범죄 건수는 2020년보다 같은 기간 대비 4.9% 감소했다.

2020년 하루 평균 85.2건이던 5대 범죄는 지난해 81건으로 줄었다. 범죄별 유형으로 2020년에는 하루 평균 ▲성폭력 5.2건 ▲절도 26.2건 ▲폭력 53.8건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살인 0.2건 ▲성폭력 5건 ▲절도 22.5건 ▲폭력 53.3건으로 살인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가 감소했다. 다만 하루 평균 112 신고는 2020년 9370건에서 지난해 9762건으로 증가했다. 교통사고도 2020년 대비 23.7%인 278건에서 212건으로 감소했다.


충북지역은 코로나19 이후 5대 범죄 발생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4~6월 도내에서 발생한 5대 범죄 건수는 2250건으로 2017~2019년 2분기 평균인 3815건보다 약 41% 줄었다. 지난해 2분기 항목별 발생 건수는 ▲살인 2건 ▲강도 2건 ▲성범죄 86건 ▲절도 821건 ▲폭력 1339건으로 집계됐다.

2017~2019년 2분기 평균 발생 건수는 ▲살인 6건 ▲강도 8건 ▲성범죄 186건 ▲절도 1471건으로 총 2144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가 지속해서 확산하면서 불안감이 늘고 외출, 여행,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범죄 발생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폭력에
살인까지

특히 대전은 올해 설 연휴에 살인이나 강도 사건 관련 신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24일부터 2월2일까지 10일간 살인‧강도 사건은 접수되지 않았다.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5023건에서 4368건으로 13.1% 줄었고, 5대 범죄 신고 건수도 25.9% 감소했다. 특히 절도 관련 신고는 지난해와 비교해 33.3% 줄었고, 교통사고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54.5% 감소한 25건이 발생했다.

코로나로 우리의 일상이 많이 변했다는 증거다. 특히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lock down) 정책의 시행은 접촉 및 외부활동을 제한시켰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치안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줄어들었다고 해서 사건·사고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추석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50대 아들과 노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추석 당일이었던 9월21일엔 40대 남성이 주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건도 발생했다.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49세 D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D씨는 전날 오후 7시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한 주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60대 1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고향 지인이 자신을 험담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있는 주점을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D씨를 포함한 5명이 음식점에 있었으며, D씨가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사망했다. 당초 집계된 부상자는 3명이었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장을 벗어났던 피해자가 확인돼 4명으로 늘어났다. D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4시간 만인 오후 11시에 부산시 진구에서 붙잡혔다.

지난해 9월22일 서울 노원 경찰서는 오전 7시19분 “살인사건이 났다”는 50대 남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신고자와 80대 모친의 시신을 아파트 화단과 집 안에서 각각 발견했다. 이 아파트는 노모가 홀로 살던 집으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자료를 토대로 아들이 추석 연휴 기간 중 모친 집을 방문한 시기 등을 파악했다.

가족간 
불화도

경찰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어머니는 평소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탔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들의 휴대전화 내용을 들여다보는 한편, 유족과 주변 이웃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범행동기를 파악하고, 모자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중 발생했던 5대 범죄는 이 정도다. 지역마다 5대 범죄 신고율이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와 상관없이 지속되는 끔찍한 5대 범죄가 있다. 바로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행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에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70대 섬마을 주민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조현호)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장애인 준강간)로 구속 기소된 72세 E씨에게 징역 7년과 보호감찰 5년을 선고했다.

전남의 한 섬마을에 거주하던 E씨는 25년간 이웃 주민으로 지내던 60대 여성 F씨를 2020년 추석 연휴인 9월29일 오후 12시55분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F씨는 사회성숙도가 7세 수준인 3급 지적장애인이다.

E씨는 지난해 추석 당시 생선 심부름으로 자신의 집을 방문한 F씨에게 “내가 벗었으니, 너도 벗어라”며 추행하기 시작했다. E씨의 요구를 거절하자 E씨는 “고기 줄게, 고기 줄게. 벗어라”라고 재차 말했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F씨를 제압해 부엌에서 강제로 성폭행했다.

범행 장면은 평소 E씨를 수상하게 여긴 F씨의 딸이 직접 목격했다. E씨는 수사 도중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유전자 검사에서 DNA가 나오자 진술을 번복했다. 당시 E씨는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F씨가 바지를 내리고 앉아서 웃으며 성관계를 하자고 했다”며 파렴치한 진술을 이어갔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늘어나
“사건·사고 다시 많아질 것”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E씨는 과거에도 F씨를 상대로 여러 차례 성추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피고를 간음한 것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등 엄중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정도가 코로나 사태 속 명절에 일어났던 5대 범죄로 이전보다 확실히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 추석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모두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명절이 될 전망이다. 가족 모임이나 방문 등에 제한이 없고, 연휴 기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모든 차량의 통행료가 면제된다. 휴게소와 버스·철도 내 실내 취식도 허용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각 지역에선 5대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충북지역은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6517건으로 전년 동기 5870건보다 11% 증가했다. 경기 남부지역은 올해 상반기 모두 1만7908건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752건보다 2156건 늘어난 수치다.

결국 이번 추석에는 5대 범죄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만큼 이번 추석은 귀향길에 나서기 전 도난 사고 및 차량 점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이미 각 지역의 경찰청은 추석 범죄 예방 강화에 힘쓰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범죄 우려가 큰 무인점포와 금은방 등이다. 

도난 신고
급증 예상

경찰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맞이해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개인이 코로나 개인 위생수칙 등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드린다”며 “추석 특별 방범활동기간 가용 경력을 총동원해 범죄 분위기를 사전 제압하고 범죄예방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절 앞두고…문자 사기 주의보

최근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은 추석 연휴 직전 택배 배송과 금융 지원 안내를 사칭한 문자 사기(스미싱)와 명절 인사로 위장한 메신저 피싱이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미싱 신고·차단 사례 151만7,705건 중 명절 기간 발생한 스미싱이 63만9,809건으로 전체의 42.2%에 달했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대부분 택배 사칭(94.7%)이다. 명절 기간 동안 선물 배송이 늘어나는 특징을 악용한 것이다.

최근엔 재난지원금 신청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신종 사기 유형과 가족·지인이라고 속인 뒤 휴대폰 고장 등으로 긴급한 상황이라며 금전·상품권 또는 개인·금융정보를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출처가 불분명한 URL이나 전화번호를 클릭하지 말고 확인되지 않은 앱도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입력하지 말고, 먼저 대화 상대방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추석 연휴 기간 스미싱 유포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감시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동통신 3사와 협력해 주의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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