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던 자해 여성을…’ 극단적 선택 막은 경찰관

2022.09.01 08:47:56 호수 0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직 경찰관과 그의 아내가 자살 기도자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혁범 경감과 아내 김유미씨.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에 사는 부부는 주말이면 백련산 오솔길을 산책하곤 했다. 지난 7월30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6시30분경 백련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부부가 나무 옆에 웅크리고 있는 A씨를 발견한 시간은 오전 8시5분경. A씨의 손목은 피로 흥건한 상태였다. 권 경감은 “(A씨의)손목에 5㎝ 정도 자해 흔적이 있었고 주변에 피가 낭자했다. 마치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고 발견 당시를 떠올렸다. 

부부가 함께 자주 산에 올라
서대문경찰서서 감사장 받아

권 경감이 손수건으로 A씨의 손목을 압박해 지혈하는 사이 아내 김씨는 119에 신고했다. 이후 부부는 A씨를 부축해 산 아래로 내려왔다. A씨는 산을 내려오는 내내 ‘죽고 싶다, 힘들다’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부부는 A씨를 다독이면서 300m가량 내려와 119에 인계했다. 

평소 권 경감은 백련산 오솔길을 맨발로 걷는다고 한다. 이날도 맨발로 걷고 있다가 A씨와 함께 산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A씨는 봉합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12일 이들 부부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선래 서대문경찰서장은 “자살 기도자를 구조해 국민생명 보호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감사드린다”고 설명했다.

권 경감은 “31년 동안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지만 직접 사람을 구하는 경험은 하기 어렵다. 굉장히 복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내와 함께 소중한 생명을 구해 더 복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날따라 산에 별로 오르고 싶지 않았는데 아내가 함께 가자고 해서 간 거였다. 아내 덕분에 큰일을 한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jsjang@ilyosisa.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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