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2022.07.11 08:15:38 호수 1383호

루스 리스터 / 갈라파고스 / 1만8500원

 

모두가 서로 다른 가난을 말하는 사회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가난은 무엇인가? 



가난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장 먹을 음식이 없거나 잘 곳이 없는 문제일 수도, 생활비가 부족한 것일 수도, 심지어는 원하는 브랜드에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미디어에서는 ‘하우스 푸어’ ‘카 푸어’처럼 주택이나 자동차 같은 자산은 소유하고 있지만, 구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가난(푸어)’이라는 수식을 붙이기도 한다.

‘가난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마찬가지로 지역이나 국가, 시대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진다. 가난한 나라라면 흔히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국가들을 떠올리고, 지금 한국에서 겪는 가난에 대해 논하면 ‘보릿고개’ 같은 비교들이 따라 나온다. 이 모든 ‘가난’은 같은 가난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떤 것은 ‘가짜’ 가난이고, 어떤 것은 ‘진짜’ 가난인 걸까? 지금 나의 상태도 가난이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가난한 나라에나 부유한 나라에나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문장으로 책을 연다. 가난은 아프리카 대륙 국가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현상이라거나, 전쟁 시기 같은 특정 시대에만 갇힌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조사를 통해 선진국에도 빈곤 상태를 오가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국가의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개인들이 얼마나 쉽게 빈곤 상태를 오갈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 시대에 따라 빈곤 여부를 결정하는 필수재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뀐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게 되자,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어린이의 기본적인 교육권을 위한 필수재가 되었듯 말이다.

‘절벽 밑에 구급차’가 아니라 ‘절벽에 울타리를 세우는’ 원칙이 빈곤의 해법이다.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역,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정의가 필요하고, 그 정의에 따른 빈곤 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숫자로만 표현되는 빈곤 측정이 아니라 빈곤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으로 빈곤을 면밀하게 정의하고 빈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책의 1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빈곤 정의부터 최신의 빈곤 논의를 살펴보고, 2장에서는 점차 정교해지고 있는 빈곤 측정에 대해 소개한다. 3장에서는 빈곤·불평등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해, 4장에서는 ‘빈민’의 재현과 그 역사·윤리에 대해 다룬다. 5장에서는 빈곤층의 ‘행위주체성’을 토대로 이들의 생활과 정치 영역 전반을 다루며, 6장에서는 인권의 관점에서 빈곤의 해법을 논의한다. 오랜 시간 빈곤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반빈곤 활동가로 일했고, 지금은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학계, 사회운동, 정책과 정치 분야에서 두루 공헌한 저자는 이 책에서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빈곤 당사자의 목소리까지 빠짐없이 다루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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